■ 100분 동안 이어진 독일 총리의 정례 기자회견
현지 시각 14일, 독일 베를린 연방 기자회견장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숄츠 총리는 연방 총리청 건물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내외신기자들 바로 앞에 놓인 책상에서 숄츠 총리는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다. 숄츠 총리의 모두 발언을 포함해 약 10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은 현지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
기자들은 외교·안보 정책부터 국내 복지정책, 세금 문제, 정치 현안 등을 직접 독일 총리에게 물었다.
한 기자는 숄츠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걸 포기했냐"고 질문했다.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유럽과 독일의 평화와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필요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비판 여론에 굽히지 않고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혔다. 또 이날 기자 회견 모두 발언에서 우크라이나에 2027년까지 170억 유로(약 24조 원) 상당의 무기 지원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또 다른 기자는 독일 사회에서 이슬람교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과 공격이 증가한 것에 대한 해법을 물었다. 숄츠 총리는 "우리(독일) 사회는 다양한 종교적 사상에 대해 높은 존중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반유대주의, 반이슬람교, 반기독교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83년 시작된 정례 기자회견…불편한 질문에도 적극 답변
독일 총리의 여름 정례 기자회견은 독일 사회의 전통이다. 1983년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를 시작으로 이후 연방 총리들은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국민들이 총리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값진 기회이다.
각본이 없는 만큼 총리 입장에선 답변하기 껄끄러운 질문에도 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로 이번 숄츠 총리의 기자회견도 첫 질문부터 '불편한 질문'이 나왔다.
최근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여론조사에서 숄츠 총리가 속한 독일 사회민주당(SPD)을 제치고 전체 정당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지지율 20%를 기록했다. 한 기자는 이러한 극우 정당과의 지지율 역전에 대해 숄츠 총리가 어느 정도로 책임을 느끼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숄츠 총리는 자신 오랫동안 우익포퓰리스트 정당 출연을 주목해왔으며, 독일 뿐 아니라 복지 체계가 잘 갖춰진 다른 유럽 국가들에도 우익 정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익 정당 지지율이 높아지는 건 "미래에 대해 확신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한다며, 사회 시스템 현대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사라져
한국도 대통령 정례 기자회견이 있었다. 198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두환 씨를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은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초기엔 질문과 답변을 미리 정한 '각본 회견' 방식이었지만, 김영삼 정부 때부터 각본 없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 '출근길 문답'을 통해 매일같이 기자들 질문에 직접 답했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적극적인 소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8일 출근길 문답을 끝으로 기자들과의 양방향 소통은 중단됐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신년 기자회견은 신년사와 한 매체와의 단독 인터뷰로 대체됐다. 윤 대통령의 공식 기자회견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에 딱 한 번뿐이었다. 언론과 소통에서 한 걸음 나아 갔던 윤 대통령은 결국 두 걸음 뒤로 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언론에 자주 나와서, 기자들로부터 귀찮지만 자주 질문을 받아야 하고, 솔직하게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직접 묻고 답하는 기회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