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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악의 꽃’(새로읽는 고전:43)
◎앨버트로스여,날자꾸나/의식의 마비상태를 즐기는 군중 사이로 어느날 스스로가 구름을 벗삼아 하늘을 떠다니던 존재라고 생각하는 시인이 나타나 ‘악의 꽃’이라는 시집을…/
보들레르는 ‘고통의 연금술’을 통해 마비된 의식에 깃들인 악으로부터, 닫혀진 마음의 병으로부터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것이다.
자연의 섭리와 무관하게 자라난 도시 아이들의 탈출구는 어디인가.주말이면 차를 타고 자연의 품으로 떠난다 해도 결국 가로등이 불밝히는 아스팔트 위로 되돌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조절되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자연이란 더이상 낭만주의자들의 울부짖음에 귀기울이며 그들의 상처받은 가슴을 달래주는 어머니가 아니다.혹 아직도 구시대 유물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아이가 있다면 도시는 유리창을 하늘 삼아 인공 구조물 속에 자연을 재현해낸다.또 타인의 시선에 의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키워진 아이들이 어쩌다 가슴을 열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 도시는 그들이 익명성을 지키며 응어리진 욕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치를 마련한다.그래서 그들은 기계를 통해,아니 기계에만 마음을 연다.
그 무엇에 대해서도 질문하지 않고 주어진 제도와 장치에 스스로의 욕망의 크기를 맞추며 의식의 마비 상태를 즐기는 군중 사이로 어느날 스스로가 구름을 벗삼아 하늘을 떠다니던 존재라고 생각하는 낯선 시인이 나타나 ‘악의 꽃’이라는 시집을 남긴다.
날개가 너무 커 쉽사리 날아오르지 못하고,웅대한 비상을 위해서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앨버트로스,도시라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는 선원들의 놀림감이 되고 마는 이 신천옹(信天翁)의 모습에서 시인은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발견한다.
삶과 죽음,이상과 현실 사이로 갈려져 있는 인간 존재의 비극적 분열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인은 마음의 문을 열고 군중 사이로 나서지만,도시 또한 비극성의 거울일 뿐이다.상징의 숲속을 거닐며 삼라만상의 상응(相應)을 읽어내는 시인에게 도시는 그 화려한 외양 이상으로 지저분한 뒷골목을 감추고 있어 또다른 이중성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선과 악,미와 추가 뒤섞여 있는 도시에서 시인은 그 이원성의 구조를 응시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 자체를 내면화하여 스스로가 해결할 길 없는 모순 덩어리임을 발견하기에 이른다.자신이 ‘상처이며 칼’이고 ‘희생자며 도살자’라며 스스로가 스스로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임을 확인하는 시인은 절망적으로 탈출구를 찾는다.
술과 아편의 도움을 청하고,사랑이라는 이름의 쾌락에 몸을 맡긴다.우울이 ‘솥뚜껑처럼 짓누르는’ 우월(雨月)의 파리,이 추한 도시를 잊음으로써 잠시나마 삶의 권태로부터 탈출이 가능해진다면,그것이 ‘인공의 낙원’이면 어떻겠는가.
또 그 여인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면 어떻고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면 어떻겠는가.검은 피부를 가진 여인을 찾아 그 육감적인 머릿단에서 야자나무 그늘 드리워진 이국의 향기를 느끼며 적막한 도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거나,아이 같고 누이 같은 다정한 여인과 함께 하는 ‘모든 것이 질서,아름다움/호사,정적 그리고 쾌락’인 곳으로의 여행을 상상한다.또 스쳐지나가는 여인의 눈길에서 다시 태어나는 자신을 발견하며 전율하지만,서로가 가는 곳을 몰라 영원 속에서가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임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찬란한 여름의 햇살이 사라지고 어느덧 가을이 오면,죽음의 계절에 대한 공포로 몸을 떨며 여인의 무릎에 기대어 어머니가 되어달라고 간청하지만 연인의 사랑도,누이의 사랑도 스러져가는 햇살을 잡을 길이 없다.
결국 그 무엇도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짓눌려 살아가는 인간을 실존의 진흙탕으로부터 끌어내줄 수는 없다.절망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는 시인은 베드로와 카인,그리고 사탄을 부르며 마지막 반항의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하지만 모순된 존재의 의미를 찾아 ‘인공 낙원’으로 ‘악의 꽃’을 찾아나선 도시의 시인은 고통이 극에 이르자 죽음을 새 생명의 잉태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대자연의 섭리에 눈을 뜬다.
오직 죽음만이 덧없는 연인들의 사랑을 영원하게 해주고,가난한 사람들과 재주 없는 예술가들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어줄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시인은 ‘악의 꽃’ 마지막 시편에 이르러 죽음으로의 여행을 준비한다.‘오 죽음이여,늙은 선장이여,이제 시간이 되었으니,닻을 올리자!/이 고장이 우리를 권태롭게 하니,오 죽음이여! 출항을 준비하자!(…) 너의 독(毒)을 부어 우리의 힘을 북돋워다오/그 불길 머리를 뜨겁게 하니 심연 속으로/빠져들고 싶어라.지옥이건 하늘이건,무슨 상관이랴?/새로움을 찾아 미지의 세계 속으로!’
‘악의 꽃’은 과연 악마주의의 소산이고,퇴폐적 심미주의로 피워낸 병든 꽃다발일까.물론 자연의 섭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도시의 시인은 삶과 죽음이라는 본원적 질문에 매달려 절망과 고통의 바닥까지 내려갔었지만 구원의 불빛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깨어난 의식으로 절망의 끝에까지 이르는 자는 실패하지 않는다.이원성의 확인에서 비롯된 고통은 선택이 강요될 때에만 찾아오는 것이다.모순을 이루는 대립항의 그 어느 쪽도 버리지 않고 모두를 아우를 때 존재는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고,그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모순된 자기 존재와 맞부딪쳐 그 처절한 고통을 소진시키는 순간 찬란한 불꽃이 일고,현실이라는 진흙은 예술품이라는 황금이 되는 것이다.
‘슬픈 마드리갈’에 맞춰 춤을 추며 ‘마음을 끄는 공포’에 빠져드는 시인은 의식을 잠재우는 도시의 제도와 장치로부터 벗어난 것이다.군중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 진흙탕 같은 위대함이여! 숭고한 비열함이여!”라 외치며 ‘고통의 연금술’을 통해 보들레르는 마비된 의식에 깃들인 악(惡)으로부터,닫혀진 마음의 병(病)으로부터 아름다운 꽃송이들을 피워낸 것이다.
<이건우 서울대 불문과 교수>
https://naver.me/GCMoWL9F
1. 시집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대표작. 보들레르의 유일한 시집. 산문시로 <파리의 우울>이란 작품이 있지만 시집으론 이것이 유일하다.
서구 역사에서 화제가 된 시집으로 꼽히고 상징주의에 기초한 시의 효시로 뽑히는 시집. 1857년에 출간되었으나 외설 혐의로 재판에 회부, 시 6편 삭제 조건으로 재출간이 허용되었다. 초판은 약 80여 편 정도였지만, 6편이 삭제되자 열받은 보들레르가 40여 편을 넘게 추가한 덕에 시집 치고는 상당히 두껍다.
외설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경력이 있는 만큼, 약간 밝은 시 몇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암울하고 동성애를 다룬 시도 많이 있다. 실제 외설 혐의로 삭제된 시를 보면 지금 기준으로도 정욕을 자극하게 비칠 점이 다분하다. 원래 보들레르는 제목으로 레스보스섬의 여인들을 염두에 뒀다. 그 이유는 물론 여자 동성애의 상징을 나타내는 곳이므로.
보들레르가 ‘악의 꽃’ 시집의 시를 지으며 구원의 여성상으로 삼은 것은 당대 유명했던 전설적인 고급 창부 아폴로니 사바티에(1822~1890)이다. 그녀는 오르세 미술관에 영구 전시 중인 나체 조각 ‘뱀에게 물린 여자’의 모델로 에로티시즘의 화신으로 남은 존재다. 하지만 막상 시집이 출간된 뒤 사바티에가 그 사랑을 받아들이려 하자 “난 당신을 이용했을 뿐”이라는 잔인한 말을 남기고 도망쳤다.(출처: 버지니아 라운딩, <파리의 여인들>)
한국에는 문학과지성사에서 번역해 출판했다. 민음사 판본도 있지만, 민음사 판본은 일부 번역이고 문학과지성사는 완역이다.
도시 문화나 철학을 공부할 때 의외로 언급되는 시집인데 발터 베냐민이 보들레르 빠로 자신의 연구서에 많이 언급했기 때문. <파리의 우울>도 마찬가지.
https://naver.me/FWPYxJw4
샤를르 보들레르 시 모음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
시인 (1821년 ~ 1867년)
1857년 : 6월 25일 「악의 꽃」 출판 -외설죄로 법정에 피소됨
1861년 : 2월에 「악의 꽃」 再版 발매
1864년 : 「파리의 우울」, 「소산문시(小散文詩)」발간
1867년 : 8월 31일 46세를 일기로 사망
★ 항상 취하라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 시로 ,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이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 가을의 노래
1
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 발랄한 볕이여!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오는구나.
겨울은 온통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
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
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
한갓 얼어붙은 덩어리 되어지리.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 기울이니,
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
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破壁機)의 끊임없는 연타에
와르르 무너지는 탑과도 같아라.
그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선가
부랴부랴 관에 못질하는 듯,
누구의 관을?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
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양 울리는구나.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 빛이 좋아,
다사론 미녀여, 나 오늘 일체가 쓰디써,
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찬연한 태양만 못해.
하지만 사랑해 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궂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 그 한 순간의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간의 수고를!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의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여름 그리며, 이 늦가을의
따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주오!
★ 고독한 자의 포도주
물결 같은 달이 나른한 아름다움 멱 감기고 싶을 때,
잔물결 이는 호수로 가만히 내려 보내는
하얀 빛살처럼 슬그머니 우리에게 다가오는
바람둥이 여자의 야릇한 눈길도
노름꾼의 손가락이 움켜쥔 마지막 돈지갑도
핼쑥한 애덜린의 꺼림 없는 입맞춤도
인간 고뇌의 아련한 하소연과도 같은
간장 녹이는 달콤한 음악의 가락도
모두가 너를 못 당한다, 오 깊숙한 술병아,
푸짐한 네 배가 경건한 시인의
갈증난 가슴 위해 간직하는 강력한 진통제를
너는 시인에게 부어준다, 소망과 젊음과 생명을,
- 또 우리를 우쭐하게, 신들과 맞먹게 만드는,
그 온갖 거지 노릇의 보물인 거드름을!
★ 떠나가는 집시들
어제 길을 떠났네,
미래를 점치며 불타는 눈동자를 한 부족
아이들을 등에 업지 않았으면,
혹은 축 늘어진 유방의 준비된 보물을
그들의 넘쳐흐르는 식욕에 내맡긴 체.
번들거리는 무기를 어깨에 멘 사나이들,
식구들이 옹기종기 탄 수레를 따라 걸어가네.
침울하게 미련을 갖고 이미 사라진 환상에
무거워진 눈으로 허공을 들러보며.
귀뚜라미는 감추어져 있는 모래 구멍 속에 숨어
그들의 행렬을 보며 한층 크게 노래 부르네.
대지의 신은 그들을 사랑하여
푸른 초목을 번창시키고.
그 길손들 앞에는 바위에서 샘이 솟고
사막이 꽃을 피우니,
그들을 맞기 위해
다가올 짙은 어둠의 왕국은 열려 있었네.
★ 이 밤에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리, 가엾고 외로운 넋이여.
내 전에 시든 가슴, 무엇을 말하리.
그 성스런 시선이 어느 날 그대를 다시 환하게 한
너무나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가장 사랑스런 그녀에게!
그녀를 칭송함에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의 유연함만 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녀의 정신에 싸인 육체는 천사의 향기를 지니고
그녀의 눈길은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에서나 외로움 속에서나
거리에서나 군중 가운데서나
그녀의 환상은 횃불처럼 빈 하늘에서 너울거리네.
그 환상이 가끔씩 부탁하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오직 나를 위해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천사요, 뮤즈이자 마돈나이나니!"
★ 깊은 심연 속에서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비나이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감돌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푸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혼돈` 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속에 잠길 수 있는
더 없는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 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
★ 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흐른다.
내 마음 속에 스며드는
이 우울함 무엇이런가.
대지와 지붕에 내리는
부드러운 빗소리여,
우울한 마음에 울리는
오 빗소리, 비의 노래여.
슬픔으로 멍든 내 마음에
까닭없이 비는 눈물짓는다.
뭐라고! 배반이 아니란 말인가?
이 크나큰 슬픔은 까닭이 없다.
까닭을 모르는 슬픔이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
사랑도 미움도 없지만
내 가슴은 고통으로 미어진다.
★ 나그네
말씀해 보시오,
수수께끼 같은 양반,
당신은 누구를 가장 사랑하시오?
당신의 아버지나 어머니,
누이나 형제인가요?
내겐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제도 없답니다.
그럼, 친구들인가요?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통 몰랐던 말을
사용하고 계시는군요.
당신의 나라입니까?
나는 그게 이 세상
어디쯤에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미인은?
예, 미인이라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죽지 않는 성스러운 여신 같은 미인이라면.
돈은?
황금은 싫어합니다.
당신들이 신을 싫어하듯이.
그럼, 말해 보세요.
당신 마음에 드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별난 나그네시여?
구름을 사랑합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 위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저 경이로운 구름을!
★ 향수병
어떤 물건도 꿰뚫고 나오는
강렬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도 뚫으리라.
동양서 건너온 손궤, 상을 찡그리고
삐걱삐걱 소리 지르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곰팡냄새 코를 찌르는
먼지 낀 컴컴한 옷장을 열면,
옛 추억 간직한 낡은 향수병 눈에 띄는 수 있어
옛 사라의 넋 생생하게 되살아 거기서 용솟음친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거기 온갖 생각이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오른다,
하늘색으로 물들고,
장밋빛으로 칠해지고, 금빛으로 장식되어.
거나한 추억 이제 흐린 공중에
펄럭거린다. 눈을 감는다. 현기증이
녹아떨어진 넋을 움켜잡고 두 손으로 밀어뜨린다,
인간의 장로 어두워진 심연 쪽으로.
그리고 천년 묵은 심연가로 쓰러뜨린다.
거기에, 스스로 수의를 찢는 라사로 모양,
썩고 음산한 그리운 옛사랑의 닮은 송장이 잠깨어 꿈틀거린다.
그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련한 낡은 향수병 모양, 늙고, 먼지가 끼고,
꾀죄죄하고, 천하고, 끈적거리고, 금이 가서,
으슥한 옷장 구석에 내던져졌을 때,
나는 네 관이 되리, 사랑스런 독기여!
네 힘과 독성의 증인이 되리
천사가 마련한 사랑하는 독약이여!
나를 좀먹는 액체, 오, 내 마음의 생살권자(生殺權者)여!
★ 그대에게
그대의 행동은
한 폭의 그림처럼 눈부시다
한줄기 바람이
맑은 하늘을 스치듯이
아름다운
미소가 감도는 그대의 입술
그대의 손짓
하나로 해가 떠오르고
그대의 미소 하나로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데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너무나
눈부신 그대의 눈빛
나는 그대의 수호천사
내 영혼은 이미 그대의 것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화석처럼
영원하기에
나는 모든 것을 바친다
★ 내 영혼의 별을 따러
차가운 물이라도 한 잔 시원스레 들이켰으면
목이 마르다. 담배라도 한대 피워야겠다
피곤이 밀려온다. 언제부턴가
눈에 띄게 볼품없어진, 이 내
얼굴은 문제가 아니다
까만 문자들이 쉴새 없이 서성이고
누군가의 장난처럼,
음담패설의 낙서처럼,
버려진 문장들이
시간 속을 흐르다 고이고
나는 나날이 썩어가는 저 세월의 웅덩이에다
침을 뱉었지, 알고 보니 그게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내 이 정신이었던거야
내 볼품없는 얼굴보다 더 초라해진
내 이 정신이었던거야
내 이 정신이었던거야
차라리 술이라도 한잔 독하게 들이켰으면,
거기다 내 생을 안주삼아 씹어 먹었으면
사람들이 떠나가고, 절망과 고독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
내 지난 시절이 더렵혀진 바람에 흔들린다
내 지친 육신이 흔들린다
흐린 하늘로 내 영혼의 별을 따러간다.
★ 아름다움
나는 아름답다 오, 인간이여! 돌의 꿈과도 같이.
그리고 누구나 번갈아 상처 받는 내 가슴은,
물질처럼 말없는 영원한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어 주려고 만들어진 것.
나는 흡사 수수께끼의 스핑크스, 창공에 군림한다.
나는 눈(雪)의 마음을 백조의 흰 빛에 결합한다.
나는 선(線)을 옮겨 놓는 움직임을 미워한다.
그리고 나는 아예 울지 않는다, 아예 웃지도 않는다.
가장 의젓한 기념상에서 빌어 온 듯한
내 존대한 몸가짐 앞에서, 시인들은
준엄한 탐구 속에 평생을 탕진하리.
왜냐하면, 이 유순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한결 미화하는 맑은 거울 가졌으니.
그것은 나의 눈, 영원히 반짝이는 커다란 눈!
★ 어느 아름다운 여인에게
그대의 머리와 몸짓
그리고 맵시는
아름다운 경치처럼 황홀하구나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흐르듯
그대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그대 옆을 스쳐가는 슬픈 행인도
그대의 팔과 어깨로부터
번개처럼 용솟음치는
그 건강에 눈부셔 한다
그대의 외면을 장식하는
요란스런 빛깔은
요정의 발레 환영시키며
시인의 마음속에 비친다
그 야단스런 옷들은
얼룩덜룩한 그대 마음의 상징인가
나를 미치게 하는 여인이여
나는 그대를 미워한다
그대를 사랑하듯이
이따금 아름다운 정원을
하염없이 거닐 때면
태양이 빈정거리듯
내 가슴 찢어짐을 나는 느꼈다
그리고 봄과 신록이
내 마음을 모욕하기에
나는 한 송이 꽃에
'자연'의 건방짐을 벌해 주었다
나는 어느 날 밤
쾌락의 시간이 울리면
구슬 같은 그대 몸 곁에
겁쟁이처럼 살금살금 기어가
쾌활한 그대의 살을 벌해 주고파
큼직한 상처를 내어 주고파
그리고
아 어지러운 쾌감이여 !
한결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그 입술을 통해
누이여,
그대에게 내 독(毒)을 부어 넣었으면 !
★ 알바트로스(신천옹(信天翁))
흔히 뱃사공들은 장난삼아서
크나큰 바다의 새, 신천옹을 잡으나
깊은 바다에 미끄러져 가는 배를 뒤쫓는
이 새는 나그네의 한가로운 벗이라.
갑판 위에 한번 몸이 놓여지면
이 창공의 왕은 서투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하얀 날개를
마치도 옆구리에 노처럼 질질 끈다.
날개 돋친 이 길손, 얼마나 어색하고 기죽었는가!
멋지던 모습 어디 가고, 이리 우습고 초라한가!
어떤 이는 파이프로 그 부리를 지지고
어떤 이는 절름절름 날지 못하는 병신을 흉내 낸다.
시인 또한 이 구름의 왕자와 비슷한 존재,
폭풍 속을 넘나들고 포수를 비웃지만
땅 위에 추방되면 놀리는 함성 속에
그 크나큰 날개는 오히려 걸음을 막고 만다.
★ 술의 넋
어느 날 저녁술의 넋이 병 속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인간이여, 오 친애하는 낙오자여, 나 그대에게
내 유리 감옥과 주홍빛 밀랍 아래서
빛과 우애 가득한 노래를 보내노라!
나는 아노라, 내 생명을 낳고 내게 넋을 넣어주기 위해
불타오르는 언덕 위에서 얼마나 많은 노고와 땀과
따가운 태양이 필요한가를
그런데 나 어찌 그 은혜 잊고 심술궂게 굴리오!
일에 지친 사람의 목구멍에 떨어질 때면
나는 그지없는 기쁨을 느끼고,
그의 뜨거운 가슴속이 내 싸늘한 지하실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아늑한 무덤이기에.
그대 들리는가, 주일의 노래 울려퍼지고
설레는 가슴속에 지저귀는 희망의 노랫소리가?
탁자위에 팔꿈치 괴고 소매 걷어올리고,
그대는 나를 찬미하고 흐뭇해하리
나는 기뻐하는 그대 아내의 눈을 빛나게 하고
그대 아들에겐 힘과 혈색을 돌려주고,
인생의 연약한 이 경기자를 위해
투사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줄 기름이 되리.
나는 식물성의 신들의 양식, 영원한 '씨 뿌리는 자'가
던져준 귀중한 씨앗, 나는 그대 속에 떨어지리.
우리의 사랑이 시를 낳아
진기한 꽃처럼 '하느님'을 향해 피어오르도록!"
★ 그대가 질투하던 마음씨
그대가 질투하던 마음씨 갸륵한 하녀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잔디 아래 잠들어 있으니
우리, 그녀 앞에 꽃다발을 놓아야 하지.
죽은 사람들, 가엾은 그들에겐 큰 고통이 있다.
10월의 묵은 나무 쳐버리는 음산한 바람이
그들의 대리석 묘비 둘레에 휘몰아칠 때
진정, 그들은 제대로 이불에 싸여 포근히 잠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리.
그럴 때, 그들은 어두운 악몽에 찢기고
잠자리를 같이 나눌 동반자도, 다정한 이야기거리도 없이
구더기에 시달린 얼어붙은 늙은 해골되어
무덤 울타리에 매달린 시든 꽃가지를 갈아 줄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이, 쌓인 겨울 눈이
녹아 방울져 내리고 세월이 흘러감을 느낄 따름.
벽난로의 장작불이 탁탁 튀기며 노래부를 때
만일 저녁마다 조용히 그녀가 안락의자에 와서 앉는 걸 본다면
그녀가 시퍼렇게 추운 섣달 밤에 영원한 제 잠자리 속에서 빠져나와
예절 바르게 내 방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모성어린 눈으로 다 큰 아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본다면
그 움푹 패인 눈까풀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나는 이 경건한 영혼에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으리?
* -그대가 질투하던 마음씩 갸륵한 하녀-
보들레르의 어머니의 하녀였던 Marieett로서,
그녀는 어린 시인을 대단히 사랑해 주었다. *
★ 머나먼 곳에
여기에 성스러운 오두막 한 채
계집애는 곱게곱게 단장을 하고
조용히 언제나 몸을 차리고
한 손으로 가슴에 부채질하며
방석에 팔을 짚고서
샘물이 우는 것을 듣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도로떼의 방
멀리서 노래하는 바람과 물의
흐느끼는 거친 가락이
이 귀염둥일 어려 재운다
머리에서 발 끝까지, 정성스럽게
그 고운 살결에 발라 놓은 건
향기로운 기름과 안식향의 물
꽃들도 구석에서 황홀해 한다
★ 연인들의 술
오늘은 세상이 찬란도 하다!
재갈도, 박차도, 고삐도 없이
말타듯 술을 타고 떠나자꾸나
거룩한 꿈나라 하늘을 향하여!
열병같이 지독한 환각으로
괴로워하는 두 천사처럼
수정처럼 맑고 푸른 아침에
아득한 신기루를 따라 가자꾸나!
분별 있는 회오리바람의
날개를 타고 두둥실 흔들거리며
너와 나 똑같은 환희 속에서
누이여! 나란히 헤엄치면서
한시도 쉬지 말고 날아가자꾸나.
내 몽상의 천국을 향하여!
★ 우울
내겐 천년을 산 것보다도 더 많은 추억이 있다네.
계산서와 詩作노트, 연애편지와 소송 서류들,
무거운 머리털 따위로 그득 찬 서랍 달린 육중한 장롱,
내 슬픈 머릿속엔 그보다도 더 많은 비밀이 숨어 있다네.
내 머리는 하나의 피라미드, 하나의 거대한 지하 매장소,
공동묘지보다도 더 많은 주검들이 간직되어 있는 곳.
★ 거짓에의 사랑
오, 시름에 찬 애인이여, 천장에서 부서지는
악기의 노래에 느릿느릿 발걸음 맞추어
깊은 눈에 서린 권태로운 빛을 보이며
그대가 걸어가는 것을 보면
가스 등불에 물들고, 시름 겨운 매력으로 꾸며져
저녁의 횃불에 새벽이 밝아오는 듯한
창백한 그대 이마와 초상화의 눈처럼
매혹적인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아름답도다.
그리고 저 기묘한 싱싱함이여!'
육중한 왕실의 탑과 같은 묵직한 추억이
그녀 머리에 관을 씌우고,
복숭아처럼 달콤하고 물기찬 그녀 마음은
무르익은 육체와 더불어 오묘한 사랑을 기다리는구나.`
그대는 비길 데 없는 맛을 담은 가을 과실인가?
누군가의 눈물 기다리는 슬픈 꽃병인가,
멀고 먼 오아시스를 꿈꾸게 하는 향기인가?
쓰다듬는 베개인가, 그도 아니면 꽃 바구니인가?
나는 알고 있다. 소중한 비밀 전혀 감추지 않은
견줄 데 없이 우울한 눈들도 있음을
보석 없는 상자, 유물 없는 유물함,
오 '하늘'보다 더 텅 비고, 더 심오한 눈이여!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는 내 마음 즐겨 주기 위해선
그대 겉모습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대가 어리석든 무관심하든 무슨 상관?
가면이건 겉치레건
반가와서 나는 몹시 좋구나, 그대의 아름다움이.
★ 베아트리체
검게 타서, 풀도 없는 재투성이 땅속에서
정처없이 헤매다.
어느날 자연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며
내 생각의 칼날을
내 가슴 위에서 천천히 갈고 있을 때
나는 보았다, 대낮인데도 내 머리 위에
폭풍우 안은 불길한 먹구름이
잔인하고 호기심 많은 난쟁이를 닮은
한무리 음탕한 악마들을 싣고 오는 것을.
냉담하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더니
길 가던 행인들이 미치광이 구경하듯
사뭇 눈짓과 몸짓을 주고 받으며
서로들 킬킬대고 소곤대는 소리를 들었다.
저 만화 서서히 구경하자구,
저 꼴 좀 보지, 햄릿 같잖은가.
흐릿한 눈빛에,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에
보기에도 몹시 가엾지 않은가, 저 호인,
저 거지, 저 놀고 먹는 어릿광대, 저 괴짜,
그 치는 제 구실을 교묘하게 해내는 줄 알고
제 고통을 담은 노래에 관심을 끌려 들고
독수리, 귀뚜라미, 시냇물과 꽃들,
그 낡아빠진 술책의 장본인인 우리들에게까지도
울부짖는 소리로 제 공공연한 장광설을 늘어놓으려 든다.
(나의 자존심도 산처럼 높아 구름과 악마들을 초월하므로.)
나는 단순히 내 지고의 머리를 돌릴 수 있었으리라.
만일 내가 그 음탕한 악마의 무리 가운데
태양마저 비틀거리게 한 죄악 앞에,
세상에도 기이한 시선을 가진 내 마음의 여왕이
그 자들과 더불어 내 어두운 비탄을 비웃고
이따금 그들에게
치사스런 애무를 쏟는 것을 보지만 않았더라면.
★ 사랑에 들뜬
열렬한 애인들도 근엄한 학자들도
중년이 되면 다 한결같이 사랑한다,
자기들처럼 추위 타며 죽치고 사는,
집안의 자랑거리, 힘세고 순한 고양이들을.
학문과 즐거움의 벗인 그들은,
어둠들의 침묵과 공포를 탐구하니;
에레보스라면 그들을 상여말로 삼았겠지,
그들이 자존심을 굽혀 섬길 수만 있다면.
생각에 잠길 때의 그 의젓한 자세는 흡사,
인적 없는 사막 복판에 드러누워,
끝도 없는 꿈속에 잠든 듯한 우람한 스핑크스;
그 푸짐한 허리는 마법의 불꽃들로 가득차고,
고운 모래알과도 같은 금 조각들이 어렴풋이,
그들의 비유적인 눈동자에 별들처럼 반짝인다
★ 고백
한 번, 꼭 한 번, 사랑스럽고 정다운 사람이여,
당신의 미끈한 팔이
내 팔에 기대었다.
(내 넋의 어두운 밑바닥에서 그 추억은 스러지지 않는다).
밤은 이슥하였다. 새 메달과 같이
보름달은 하늘에 걸리고,
장엄한 밤은 강물처럼 잠든
파리 위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들을 따라, 대문 아래로,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빠져 나갔다,
귀를 쫑그리고, 또는 정다운 사람의 혼백처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별안간, 휘멀건 달빛 아래 피어난
허물 없는 친밀감 속에,
쾌활한 소리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풍부한 악기, 당신 입에서,
빛나는 아침 군악 소리 울리듯
명랑하고 즐거운 당신 입에서,
구슬픈 가락,야릇한 가락,
비틀거리며 새어나왔다,
마치 가족들이 부끄러워서, 세인의 눈을 피하려고,
남 몰래 오랫동안 굴 속에
숨겨 두었던, 허약하고 험상궂고, 음산하고,
꾀죄죄한 계집애같이.
가엾은 천사여, 당신 목소린 곡조 높이 노래 불렀다,
이승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리 정성들여 꾸며 보아도, 언제나,
사람이 이기심은 드러나는 법.
미인 노릇 하기란 힘이 드는 일,
억지 웃음 지으며
흥겨워하는 어리석고 쌀쌀한 무희의
진부한 일과 같은 것.
사람들 마음 위에 집을 세움은 바보짓거리,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조리 깨져버린다,
마침내는 망각의 (치룽) 속에 집어던져
영원의 손에 돌려줄 때까지는!
나는 때때로 회상하였다 , 그 황홀한 달을,
그 적막, 그 답답함을,
그리고 가슴 속이 고해실에서 속삭인
그 무서운 고백을.
*치룽 ;싸리로 가로 퍼지게 둥긋이 결어 만든 뚜껑이 없는 그릇.
★ 아름다움-Beauty-
나는 아름다워라, 오 덧없는 인간들! 돌의 꿈처럼
저마다 거기서 상처받는 내 유방은
질료처럼 영원하고 말없는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게 되어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네.
백조의 순백에 백설의 마음을 결합하고,
선을 흔들어 놓는 움직임을 싫어하며,
나는 울지 않고 결코 웃지도 않네.
우뚝솟은 기념물에서 빌은듯한
내 당당한 태도 앞에 시인들은
준엄한 연구로 그들의 세월을 탕진하리!
이 고분고분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서
만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거울을 가졌네.
내 눈, 영원의 광택을 지닌 커다란 두 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