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파탈
손수진
나를 안고 있는 한
벗어 날 수 없을 거야
당신을 먹고 싶어
갈색 햇살에
당신 등이 말라가는 게 느껴져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을 먹으면
나는 비로소 당신이 되는 거지
두려워하지 마
꿈을 꾸며 날던
푸른 두 날개는 먹지 않을게
아름다워라!
파르라니 떨리는 잎맥 같은 날개에 온기가 남아 있네
내 사랑을 지독하다고 말하지 말아 줘
당신,
남은 두 날개로
나를 안고 날아가 줄래
* 팜 파탈(프랑스어: femme fatale)은 '파멸로 이끄는', '숙명적', '치명적'인을 의미하는 프랑스어 파탈(여성형 fatale)과 '여성'을 의미하는 팜(femme)의 합성어이다. 19세기 유럽의 문학에서 사용을 시작하였고, 주로 남성을 파멸적인 상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여자의 뜻으로 쓰인다. 이 시에서는 그런 여자의 욕망이 그려져 있다 .사랑하는 남자와의 일체화, 합일을 희망하는 지독한 소유욕이 보인다. 나비로 그려진 팜 파탈의 욕망은 시선을 끌고 다 먹어 삼키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대상과 말하는 화자의 합일은 온기가 남아 있는 날개로 여행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 긴 여행이 아름다울지 슬플지는 서로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알수 없다. 미지의 삶처럼 모든 것은 변한다.- 심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