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도 결혼식 리셉션
오전 결혼식 후에 저녁에 리셉션을 하는데도 결혼예식이 끝나니 손님들에게 점심을 준다.
물어보니 점심은 약 250명, 저녁은 450명 예상이다.
넉넉지 않은 집인데 하루에 두 번 음식 제공은 이례적이다.
여기서 결혼식 때 나오는 음식은...
대부분 힌두 교도들인 여기서는 아침 일찍 가족끼리 힌두 템플에 가서 결혼식을 하고
저녁에 결혼식장 같은 데서 리셉션을 할 때 주는 식사는 고기가 없는 베지 식단이다.
템플을 찾은 날 같이 조금 특이하거나 신성한 분위기가 있는 날은 고기를 피하는 여기 문화다.
결혼 역시 신성한 예식이니 그 범주에 들어가 결혼식 당일은 고기를 피한다.
그래서 중류층은 결혼식 몇일 후에 다시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데 그때는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제공한다.
이와는 달리 교인들은 보통 저녁 4-5시쯤 예식을 시작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저녁이 나오는데 대부분 넌 베지 음식이다.
그러나 베지테리언을 위해서 베지 음식도 약간 준비한다.
저녁 6시 반에 시작한 리셉션은 10시 반이 넘어서 마쳤지만 식사 자리는 열한 시가 넘어서도 계속 된다.
신랑 신부는 무대 위에 그때까지 계속 서서 손님을 맞아야 한다.
10시 넘어서도 계속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모두 결혼식 때 참석하는 근사한 옷을 입고 온다, 또 몸 치장을 하고서...
다른 의미에서의 금의야행이다.
결혼식 날 신랑 신부는 옷을 몇 번이나 갈아 입지만
그날은 오전에 왔던 모든 손님들이 저녁에는 모두 다른 옷을 입고 온다.
결혼식에 참여하는 여기 문화다.
인도 갑부의 딸 리셉션 장면을 보면 온몸에 금이 번쩍거린다.
미적 용도인지 부의 과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을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다.
반지, 귀고리도 유별나지만 정수리에서 이마로 내려오는 금붙이와 다이어, 허리까지 내려오는
2, 3중으로 늘어진 넓은 목걸이, 양 손목을 두텁게 장식하는 금붙이, 금으로 만든 허리 벨트, 금이 섞인 사리까지...
몸에 찬 그 금의 무게가 때론 10 Kg 이상도 나간다고 한다.
평소 여러 하인을 거느리고 손에 물도 안 묻히고 사는 신부가
행사 시간 내내 앉지도 못하고 그 무게를 안고 서 있는 자체가 고문이다.
그런데 우리 실로암 신부 리타는 다행히 그런 고통은 없는 것 같다.
작은 귀고리에 이마 쪽에 붙은 얇은 금붙이, 번쩍거리는 가짜 다이어몬드 조각들을 달아서 장식한 예쁜 목걸이,
양 손목에는 금빛 찬란히 도금된 손목고리 열댓 개 정도...
그리고 오전 결혼식 때 신랑에게서 받은 십자가 마크가 새겨진 펜단트 같은 한 돈 정도 되는 작은 금붙이.
그걸 실에 꿰어 목에 걸고 있는데 그건 가격을 떠나 사랑의 전표고 또 두 사람의 신앙의 상징이기도 해서
나중에 금목걸이를 준비해서 거기에 단다고 한다.
신부의 결혼식 때 입는 옷과 장식은 신랑 쪽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하는데
남들처럼 그리 비싼 장식은 아니지만 신부는 그 결혼이 행복한지 연신 웃는다.
가만히 있어도 예쁜 신분데 실로암 터줏대감이라 누구를 만나도 자신이 있는지 생글생글하다.
뿐만 아니라 황금과 다이어몬드로 전신을 휘감은 어느 누구보다 더 예쁘다.
리셉션이 시작하자 사람들은 신혼부부를 만나려고 긴 줄을 선다.
이름은 거창한데 리셉션이 별거 아니다.
신혼부부를 만나 축하 인사를 하고 선물을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게 다고 하나 더 있다면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셉션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진지하다.
조금 전에 신랑이나 신부를 만나 이야기하던 친구 사이라도 그 시간에는 단상에 올라가 다시 축하 인사를 하고 선물을 건넨다.
가난하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혼인문화는 잘 훈련이 되어 있다.
리셉션 시작은 ㅁ사가 ㄱ도 한 번 하고 나서 바로 손님을 맞는다.
ㄱ도를 마치고 나니 벌써 스무명 정도가 단상에 올라가려고 줄을 서있다.
그런데 갑자기 실로암 청년들이 나를 부른다.
제일 먼저 올라가라고... 사람들이 모이면 못 올라간다고...
새신랑 새신부를 제일 먼저 만나는 특권을 내게 주려고 한다.
예전에는 자기 입들 먼저 챙기느라 정신없었던 아이들인데 많이 성숙했다.
우리 실로암 아이들은 여기서는 내가 제일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구동성으로 나와 아내를 부르며 추켜세우니 줄 서서 기다리던 모르는 사람들도 모두 순서를 양보한다.
단상에 올라가면 신혼부부에게 축하 인사를 하고 봉투나 선물을 주고 같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나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해 바로 내려와야 한다.
겨우 1분여 정도 걸리는 시간이다.
1분씩 네 시간은 겨우 240명이지만 가족끼리, 때로는 친구들끼리 팀으로 오기도 하기 때문에
네 시간에 4-5백명이 신혼부부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천명이 오는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여덟 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니 아예 중노동이다.
저녁 식사는 나무 우거진 실로암 운동장에서 한다.
행사 업체애 부탁했는데 식탁과 의자, 음악, 조명 등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Catering 인데 음식 나눠주는 사람이 열 명도 넘게 왔다.
또 밤에 전기가 나갈 수도 있어 발전기 차량도 불렀는데 역시나 저녁 먹는 중에 전기가 나간다.
그런데 그 발전기 덕분에 사람들은 전기가 나간 줄도 모르고 식사를 한다.
그리고 요즘 여기서 저녁마다 내리는 비 때문에 제발 그날만 비 오지 않도록 기도하자고 했는데
정말 비가 몇 방울 내리다가 마쳤다.
저녁 식사는 한 250평 되는 실로암 운동장 전부를 붉은색 카펫 같은 천을 깔고 나무마다 반짝이 등을 단 가든 파티다.
그 많은 손님들이 불빛 아래서 아주 멋있는 행사를 마쳤다, 평화스럽게, 즐겁게, 하늘에서 내리는 축복을 받으며....
손님들이 모두 돌아간 밤 12시, 피곤하다고 신랑 신부를 재촉해서 보내고
우리 청년들이 행사 업자를 도와 뒷정리를 하는데 신랑의 아버지 엄마가 거든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었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한다.
그분들과 우리 청년들이 모든 정리를 마치고 마무리를 하고 나니 새벽 한 시다.
그런데 큰 짐 하나를 덜고 나니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전혀 피곤치 않다.
복스런 결혼식, 좋은 장소, 많은 하객들, 다른 곳으로 시집갔던 Made in 실로암 여자 애들도 축하하기 위해 모두 찾아왔고...
얘들이 결혼을 해도 둘 다 실로암에 그대로 남는다, 성가대에 남고, 주교 교사로 남고...
또 실로암의 새로운 역사를 매일 앞장서서 채워나갈 사역의 열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