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ㅇ배를 마치고 교인 한 분이 내게 봉투 하나를 내민다.
몇일 전 여기서 결혼식을 한 신부의 어머니다.
ㅇ배 시간도, 헌금 시간도 아닌데 내게 따로 주는 것을 보니 감사헌금이 아니고
결혼 장소를 제공하고 최고로 편의를 봐줬더니 그에 대한 답례 같다.
자랑 같지만 여기는 우리 실로암 아이들이 자란 장소고 마당에 나무도 우리 아이들 나이만큼 자라고
또 주변 어디보다 더 녹색으로 채워진 이 실로암에서 결혼식 하는 것이 참 의미가 있고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우리 교인들에게 이야기한 것이 있다.
우리 ㄱ인들이 실로암에서 결혼식을 하면 시설 사용료 1,500/를 받겠다고...
한화로 2만 5천원이 안되고 여기서 4명이 보통 식당에서 음식 한 번 먹을 수 있는 비용이다.
우리 교인들에게는 행사 당일 사용하는 전기, 물 등 실비 정도만 받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사실 그 비용은 당일 사용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행사를 위해서 기존의 모든 전등만 아니라 따로 조명을 설치해 전기를 쓰지,
물이 귀한 여기서 수백 명 손님 화장실 사용해야 하지, 손으로 음식을 먹고는 수돗가에 가서 씻어야 하지...
저녁을 모두 Catering 으로 시키는데 식후만 아니라 한 눈만 팔면
식사 도중에도 그 업체에서 고용한 인부가 수돗가에서 몇백 개 되는 접시와 큰 용기들을 여기서 다 씻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우리 학교에 청소하는 분은 필요 이상으로 일해야 한다.
식장으로 사용하는 실로암 ㄱ회는 홀은 조금 작고 행사용으로는 조명이 부족하고 식당 건물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이 정도 시설에서 결혼식을 하려면 시설 대여료만 최소 300만원이 넘어간다.
저녁 식사는 마당의 나무마다 장식 등을 매달고서 가든파티로 하지... 시간 제한 없지...
우리 청년들 모두가 뛰어들어 같이 준비하지... 주변 길을 주차장으로 쓸 수 있지...
여기는 대부분 저녁에 결혼식을 하는데(기독교식 결혼이 아니면 그건 사실 결혼식이 아니고 결혼식 리셉션이다.
힌두는 아침 일찍 가족과 힌두 템플에 가서 승려 앞에서 간단한 예식을 하고 저녁에 사람들을 초대해서 리셉션을 한다.
그 행사를 결혼식장에서 하니 인도를 잘 모르는 외부인들은 그게 인도 결혼식인 줄 안다) 교인들은 평일 저녁에
예식과 만찬을 동시에 하거나 공휴일에 한다.
신부 엄마가 내민 봉투를 보니 10,000/, 17만원 정도, 액수가 많다.
고마움이 남들보다 더 크다는 뜻인가?
결혼식 때 쓴 비용도 많을 텐데 그 집 형편으로는 고마움을 표시하는 액수치고는 많다.
그분이 결혼식 전에 우리 현지 ㅁ사에게 결혼식장 시설 사용료를 물어볼 때 2,000/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책정한 1,500/, 그리고 8년 전 그녀의 큰딸이 여기서 약혼식을 할 때 비용이다.
그 행사 후 여기서 다른 행사가 없었지만 그 금액이 당일 행사에 겨우 물 사용비 정도라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나 보다.
여기 결혼식 풍습 중에 하나는 결혼식 지참금, 신부가 시집에 가져가는 전통이다.
현금만 아니라 자동차나 금 등 동산, 또 주택이나 부동산도 있다.
그 금액에 따라 결혼 후에 신부의 위치나 대우, 또는 결혼 생활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식 비용도 대부분 신부 쪽에서 부담한다.
가난했고 무지했고 남아선호 사상이 짙은 예전 풍습이다.
기독교인들도 Love marriage로 혹 지참금은 안 받아도 신랑 쪽 부모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모든 결혼식 비용은 자연히 신부 쪽에서 부담이다.
지참금 대신 그보다 적은 결혼식 비용을 부담하라는 일종 침묵의 요구다.
그녀에게서 받은 돈을 바로 헌금 계산하는 분들에게 넘기며 절반은 돌려주라고 했다.
밖에서 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멋있게 결혼식을 했고 또 양가 모두 만족한 결혼식이었기에
그걸 다 받아도 되지만 기존 책정한 사용료보다 몇 배나 되는 금액이고
또 결혼식으로 그 가정이 많은 비용을 쓴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그 가정은 막내딸이 혹 나중에 시집에서 받을 핀잔이나 듣기 싫은 소리나 설움을 줄이려고
또 돈 없다는 소리 일절 안 하고 결혼식 모든 비용을 홀로 댄 것을 추측 가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분명 이 봉투 건이 소문으로 나갈텐데 그러면 우리 ㄱ회에 덕이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식 시설 사용료 치고는 말도 안 되는 이 금액이, 또 고맙다고 다른 가정보다 훨씬 더 많은 이 금액이
나중에 머리, 꼬리 잘린 채로 ‘실로암은 책정한 금액보다 몇 배나 받더라...’
‘그 집은 가난한데도 실로암은 주는 대로 다 받더라...’
아니면 ‘거기는 만원만 받더라, 우리도 가볼까...’ 라는 별 소문이 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결혼 여담은 재미있는 가십거리이고 외국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 흥미가 있고 또 멀리 회자 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한국에서 한 가지 일을 보았는데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가난한 분이 주일날 조금 큰 감사헌금을 했는지 그 보고를 받으며 ‘너무 많다, 그 돈 얼마를 돌려줘라,
그 집 그렇게 낼 형편 안 된다, 내가 그 집 사정 안다, 이것 때문에 그 집 시험에 들 수 있다,
ㄱ회 때문에 교인 집이 어려워지면 안 된다...’ 하는 것을...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나를 이곳에 파송하신 ㄱ회의 ㅁ사님이시다.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ㄱ회는 감사를 이유로
맹목적인 강요나 감정적으로 하는 것보다 형편에 따라서 하는 것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감사를 표하고 예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당연한 일에 도에 지나칠 정도로 큰 봉투를 주고받는
어떤 나라의 세속화 되어가는 문화를 이 땅에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