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콜 / 숙희
우리 호텔의 투숙객 여러분께 오늘 밤 오로라가 나타나면 깨워드릴게요 -당신의 Q. 무엇을 알기 위해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 선잠에 들었다 깰 때 가져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때 밤이 긴 곳에서 불면이 이어질 때 실패하기 위한 실패도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이불 위에서 변기 위에서 초조할 때 핀란드나 아이슬란드나 먼 극지의 호텔에서 한밤중 손님을 깨워준다는 오로라 콜을 내 방에서 기다리지 정말 그러면 나도 그것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빛의 휘장을 따라 달리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어느새 새벽 거리의 청소노동자와 음주운전자가 같이 깨어 있는 시간 그 뒤에서 홀로 눈물 흘리게 될지도 모르지 누군가 죽을 것만 같아서 더 나쁜 사람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언제나 밤이 충분히 캄캄하지 않아 빛나는 건 사실 인공위성이래 누군가 말해줬던 기억이 나 물어보지 않았는데 정수리 위로 떨어지는 대답이 많아지고 한참 예전엔 가로등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너랑 있기도 했고 너희들이랑 있기도 했지 그러면 무서운 게 너무 많아도 아무것도 무섭지 않은 기분이었지 드럼통에 불을 피우고 불이 번질 거 같으면 도망을 가 보란 듯이 키스를 한 적도 있어 눈을 떠보면 낯선 얼굴이 되어 있고 각목이란 각목은 다 부러뜨리고 달아나 붉은 꽃을 꺾으면서도 피가 번져야 장미를 확신했지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밤의 연속에서 나는 깨어 있었어 그리고 어느 날엔 그것을 본 것도 같지 빛 그러니까 춤추는 빛 거짓말 전화벨이 울린다
ㅡ시집 등단 『오로라 콜』 (아침달, 2024) --------------------------------
* 숙희 시인 서울 출생, 경기도에서 성장 시집 『오로라 콜』 십여 년 간 기자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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