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회 전에 세 살 꼬맹이 여자애 하나가 마당에 서 있는 아내한테 오더니 아내 손을 잡는다.
부미카, 그렇게 울며 날마다 전화 싸인을 남기며 모든 학부모를 웃겼던 애다.
말은 못하는데 그 아이를 따라 우리 쪽으로 같이 온 3, 4학년 아이들이 그 아이 의도를 전해준다.
얘가 큰 오빠들과 놀고 싶어서 그런다고... 큰오빠들 쪽으로 데려가 달라는 뜻이라며...
자기들이 그 부탁을 듣고도 웃기만 하자 그 꼬맹이가 아내한테 온 모양이다.
자기는 부끄럽고 낯설으니 소개해 달라는 소린가?
세 살 꼬맹이 여자아이가 언니들도 아니고 7학년, 열세 살 남자애들에게...
애가 벌써 남자에게 마음이 있나?
그 오빠들과는 열 살 차이다.
하기야 여기 50대 이상 남자들은 당시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는 여자와 결혼을 많이 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보면 열 살 차이는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러면 애가 그걸 알고 벌써?
아내가 그 꼬맹이 손을 잡고 큰 남자애들이 있는 데로 가니
그 꼬맹이가 둘러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오빠들 중간에 선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얼굴을 들어 오빠들의 이 얼굴 저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다.
남자애들은 갑자기 숙녀 꼬맹이가 자기들 중간에 나타나자 이야기를 멈추고 그 꼬맹이에게 집중한다.
그중에 한 아이가 무릎을 굷혀 그 아이에게 뭘 원하는지 묻는다.
그랬더니 그 여자애가 대답은 안 하고 그 오빠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그리고는 그 오빠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간다.
이쪽저쪽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딱히 목적지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큰 애는 그 꼬맹이가 이끄는 대로 웃으며 이리저리 다닌다.
둘 다 아무 말도 없다.
말 한마디 안 해도 벌써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어디 카페라도 있으면 들어갈 기세인데 마냥 걷기만 한다.
혹시 이게 실로암식 교내 데이튼가?
그러다가 혹시 그네를 타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지
남자애가 그네에서 큰 애를 내리게 하고 빈자리를 만들어주어도 걔는 그네로 가지도 않고 그냥 손을 붙들고 있다.
그네 보다는 지금 그 남자가 좋은 모양이다.
아니, 이왕 잡은 손 끝까지 갈 모양이다.
남자애는 그 애 때문에 친구들과 떨어졌지만 손을 뿌리치지도 않고 그냥 붙잡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7학년 밖에 안 되는 그 남자애는 어디서 배웠는지 그 꼬맹이에게 숙녀 대접을 제대로 하고 있다.
부미카는 좋은 부모를 둔 것 같다.
계속 부모 손을 잡고 같이 다닌 것 같고 그게 좋았던 모양이다.
실로암 오빠들에게서 따뜻한 아빠의 이미지가 보였을까?
학교에 와서도 아빠 손을 잡고 여기까지 왔던 10분 전의 그 향수(?)를 재현하고픈 모양이다.
그리고 중 1 남자애가 아침 그 황금 시간에 친구들을 떠나
모르는 3살짜리 유아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다니는 것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오늘(270801) 보니 또 그 꼬맹이가 등교하자마자 그 오빠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것 같은데
그 오빠가 얼른 다가와서 손을 잡자 또 이리저리 다닌다.
실로암 데이트는 아침에 몇 단 분간만이지만 나이도 상관없고 또 공개적으로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