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반발 의협 등 파업 예고
"공익 해하는 행위 법인 설립허가 취소 가능해"
▲ 서울의 ‘빅5’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속속 집단행동을 결의하는 등 의사단체 총파업이 목전으로 다가온 가운데 8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 의료인들이 복도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단체들이 설 연휴 직후 집단으로 진료 거부에 나서 의료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가 개원의 중심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사단체 해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미 법적 검토를 끝냈으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환자들이 속출한다면 ‘마지막 카드’로 초강수를 던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의협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고 대전협은 12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파업 여부를 논의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이들의 집단행동 디데이는 13일 또는 16일이 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을 막을 법적 수단이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가 활용한 적이 없다”며 “이번만큼은 의사 파업에 밀려 의대 증원을 백지화한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법 제38조(법인 설립허가 취소)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의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 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법 진료 거부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 자체가 공익을 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의협과 대전협의 파업 돌입 시기는 13일 또는 16일이 유력하다. 소위 ‘빅5’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은 이미 파업 참여를 결정했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도 파업 참여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앞서 대전협이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8.2%가 ‘파업 등 집단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오후 9시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가 이번 사태의 파괴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에 가입된 전국 1만 5000여명의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하면 대형 병원 중환자실·응급실 업무와 수술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15일까지 전공의들이 치르는 전문의 실기 시험이 이어지기 때문에 파업 일정은 그 이후로 잡힐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시험을 포기하고 1년 ‘유급’을 해서라도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얘기도 들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사단체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자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의료계의 집단행동 예고 상황을 보고받고 의대 정원 확대의 필요성과 취지를 국민께 소상히 설명드릴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날 전국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사전에 무력화하고자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다. 시도 경찰청은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단체·인사를 수사하고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기로 했다.
세종 이현정·서울 안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