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견의 중요성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삼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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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는 걸 바라보며 식견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다. 우리가 현실에서 얼마나 제대로 처신하며 사느냐 하는 건 일단 안목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집단상담에 참석한 중년 남자는 집안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이야기하며 힘들어했다. 그와 아내 모두가 변호사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이 한집안에 살며 두 자녀를 보살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성격이 강한 분으로 퇴임한 이후에도 집안에서 종종 큰소리를 쳐 식구들을 긴장하게 하였고, 그의 어머니는 아주 헌신적인 분으로 특히 손주들을 열심히 키워주시는 고마운 분이었다. 이런 부모님이 결혼한 지 50년이 되어 축하 자리를 마련하고자, 아들 내외는 부모님을 모시고 근사한 식당에 가 저녁 만찬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웨이터가 제일 먼저 어머니에게 포도주를 따랐고, 그다음으로 아내에게 따라주더란다. 그러자 아버지가 노여워하며 웨이터에게 매너가 형편없다고 소리쳤고, 어머니는 이러한 날에도 남편이 그렇게 버럭버럭하는 모습에 몹시 언짢아하였다. 아무튼 그것이 충격으로 작용해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으며 단기기억 상실까지 보여 집안이 들썩거렸다고 한다.
아버지의 깐깐함으로 그렇게 허물어진 어머니를 지켜보며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완고함에 대한 속상함을 내비쳤다. 그러자 집단상담에 참석했던 대개의 사람은 그 아버지가 얼마나 괴팍했으면 그 어머니가 그렇게 허물어졌겠느냐며 그 아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겼다. 나 또한 그 어머니가 평소 남편에 대해 얼마나 쌓인 게 많았으면, 그런 소소한 걸 계기로 허물어졌겠나 하여 딱하다는 마음에 잠겨있었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아 있던 공동 지도자인 철쭉 님이 그 변호사에게 물었다.
“웨이터가 당신 아내에게 포도주를 따를 때, 당신은 뭐하고 있었소?”
이런 질문을 받은 그는 주춤거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어~ 하는 사이, 아버지가 그렇게 소리치셨던 것입니다.”
그러자 철쭉 님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버지가 웨이터에게 소리친 건 며느리와 아들이 못마땅했기 때문이 아니겠소. 웨이터가 순서를 엄격히 지키지 못하고 술을 잘못 따를 때, 며느리든 아들이든 아버님에게 먼저 따르라고 사양하는 몸짓을 보였더라면, 그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겠소.”
이런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얼어붙은 듯 멍했다. 그 순간 나도 “아!” 하며 외마디를 나지막하게 질렀다. 그 아버지는 위아래 경중도 모르고 가만히 술잔을 받는 뭘 모르는 며느리나 그런 상황을 바로 다잡지 못하고 그냥 지켜보기나 하는 어린애 같은 아들이 얼마나 갑갑해 보였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집단상담에서 이런 에피소드를 접하며 또 하나를 배웠다는 기쁨도 컸지만, 그 못지않게 엄습하는 감정은 갈등을 풀어가는 상담자인 내 수준이 아직 멀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는 데 작용한 여러 조건 중 가장 큰 원인은 그 변호사와 그의 아내인데, 정작 그런 것은 젖혀두고 그 아버지만 성미 고약한 사람으로 여겼으니….
물론 그 아버지가 소리치지 않고 “이런 고급스러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어찌 그렇게 위아래도 구별하지 못하나?”라고 점잖게 말했다면,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벌컥거리는 아버지의 허물보다 웨이터의 실수를 그냥 받아들이거나 지켜보기나 하는 그 며느리와 아들의 허물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까맣게 모르고 아버지의 별난 성격에 대해서나 넋두리하는 그 변호사, 그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이지만 세상살이의 식견에 대해서는 그리 밝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상담자라고 하는 나 역시 그 별난 아버지의 성정으로 인해 허물어진 그의 어머니에 대해 딱한 마음이나 품었지, 그 며느리의 둔감함이나 그 아들의 용기 없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러고서도 남들의 갈등을 풀어준다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자기 식대로 왜곡하거나 편향되지 않으려면, 정말이지 세상살이의 식견을 제대로 갖추어야 하지 싶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허물은 모르고 다른 사람들 탓하는 무지 가운데 자칫 죄로 짓거나 방조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이 들어갈수록 무거운 마음이다.
첫댓글 그 며느리의 둔감함이나 그 아들의 용기 없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정말이지 세상살이의 식견"
결혼 50주년 축하 자리가 ????
충격으로 작용해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으며 단기기억 상실까지~~~
서로 맞추고 산다는 게 가히 예술 같습니다.
조율하며 사는 게 정말 쉽지 않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