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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출판기념회 2014/01/21 11:45 | 추천 0 스크랩 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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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20) 세종 문화회관에서 정치인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나는 사흘돌이로 하는 시인 소설가들의 출판기념회에는 참석하고 있지만,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는 단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그 정치인과는 일면식도 없는데 기이하게도 초청장이 왔다. 물론 나는 묵살하였지만, 이런 모임도 인간의 삶의 한 모양인데, 소설 쓰는 녀석이 사람을 가려서야 되겠는가 하여 참석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어제 세종문화회관에 닿아보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아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출판하신 당사자를 만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책도 기증하는 것이 아니라, 15000원을 주고 사게 되어 있었다. 선거법이 그렇다고 하니 하는수 없이 돈을 지불하고 한권을 샀다. 인파들 중에서 이름을 알만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얼굴이 눈에 띄였다.제일 먼저 눈에 띈 사람은 김덕룡 전의원이었다. 사전행사가 시작되었는데, 송해 백남봉 등 코메디언들과 설운도 현미 등 가수들과 박상원 등 탈렌트들이 인사하고 장기를 하나씩 선물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소프라노가 오 솔레미오를 열창하기도 했다. 분위기를 뜨겁게 띄우는 것이 목적인 듯했다. 나는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고독감을 느꼈으나, 엉뚱하게도 생각지도 않았던 지인들을 만나 그런데로 고독감을 씻을 수 있었다. 엄금자씨라고 충청도 도의원을 하신 분인데 단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신 분이다. 사회활동이 대단한 분이다. 못만나지 십년도 더 되었는데 반가웠다. 조원영 목사를 만났다. 안광윤이가 주도하는 마로니에 청계산 산우회에 단골로 나오는 분이시다. 김태기 교수는 새누리당 성동갑구 당협위원장인데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단국대학교 헌직교수이다."서울 문화 투데이"라는 신문을 발행하는 이은영씨가 전화를 해와서 한참동안 대화하였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서 있다가 누가 자리를 비우길레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알고 보았더니 이 모임의 핵심은 축사였다. 누가 어떤 순서로 축사하며 그가 무슨 말을 하는가가 이 모임의 볼거리였다. 정치인은 또 다른 의미에서 연기를 팔아먹고 사는 배우와 같은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즉 그들은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끌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지지라고도 말하는 것같다.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치인의 생명은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배우과 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은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그들은 어차피 집단을 이루어 사는 것이 일반적인 법칙이다. 복수의 인간집단 속에서 인간은 살아가기 마련이고 그럴 경우 그 사람 사람 하나 하나는 다들 조금씩 차이를 두고 그 집단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다. 한 사람 예술가의 예술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의 고뇌에 찬 작업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작품이 제대로 평가되는 것은 인간들의 복수적인 지지와 인정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자 이루어지는 인간의 작업이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축사가 시작되었는데, 그 축사에 참여한 인사들과 그 축사의 순서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제일먼저 새누리당 위원장 황우여 대표가 했고, 다음은 친박 수장 7선 위원 서청원의원이 했고,다음은 전 당대표 정몽준 의원, 차기 당권도전을 제일 먼저 천명한 김무성의원, 다음은 이인제 의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다음은 당사무총장 홍문종의원, 다음은 전국회의장 김형오 의원, 서울상대 재학시절 은사였다는 정운찬 전총리, 역시 참석은 못했지만 영상으로 축하의 말을 보낸 한 모 전 국무총리 등등...끝없이 이어졌다. 이것은 배우나 텔런트가 벌이는 무대 쇼가 아니라,정치인들이 벌리는 무대쇼였다.쇼의 콘텐츠는 한결같이 자기와 이혜훈씨와의 개인적인 돈독한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었고, 그녀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데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정치인은 직접적으로 말로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말이란 말솜씨만 좋은면 좋은 말을 하는 것같지만,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논리성과 표현력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입밖으로 내뿜은 열정과 리듬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총체적으로 곰삭은 인격의 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이런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것이 잘 정제되고 무르익어야 울고 웃기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이인제의원이 가장 감동적인 말을 하는 것같았다.일정한 리듬을 타고 낭랑한 목소리로 터져나오는 그의 말은 짧았지만 듣는이로 하여금 어느정도의 감동을 자아냈다. 그의 이런 말솜씨가 그의 기구한 정치역정 속에서도 죽지 않고 6선이라는 경력을 쌓으면서 집권당의 중진으로 자리메김하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어느 기인가 대선에서 5백만표 이상을 득표하여 만만치 않은 그의 국민 지지를 보여준 적이 었었다. 이 정치쇼는 축사하는 사람들의 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오늘의 주인공인 이혜훈 씨의 쇼인 것이다. 집권당 내에서 이런 지지를 받고 있다, 19대에서 연 3회 이상 한 지역구 연속공천불가의 당결정에 의해 출마가 저지되어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2선의원으로서, 당 최고위원으로서 이만한 당의 위치에 있다는 쇼가 그 본질이었다. 이혜훈 씨는 뭐니뭐니 해도, 그녀의 학력이 생명이다. 서울상대를 나와서, UCLA에서 경제학박사를 했다.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흔해빠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국유학경험이 있거나, 자식을 소위말하는 선진국에 유학시켜 학위공부를 시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절대로 간과하지 못한다. 한번이니까 하는 것이지, 두번 하라면 때려죽여도 할수없는 것이 선진국에서 학위공부하는 것이다.보통 10년 정도 걸리는데, 적어도 천권 이상의 책을 읽어야 하고, 삼년 정도 집필하여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내야 한다. 경제학 분야는 특히 그러하다. 여성의 몸으로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했었다는 이혜훈씨가 이런 힘든 과정을 극복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춣판기념회 측에서 무슨 기준을 가지고 나를 초청대상자의 명단에 포함시켜 초청장을 보낸 지는 모르겠다. 나는 전혀 정치색이 없는 가장 평번한 일개 서울시민일 뿐이다. 정치쇼를 보고, 광화문 거리로 나서니 골치가 아팠다. 이게 무슨놈의 출판기념회인가. 정치쇼이지.다시는 이런 모임에는 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해보았다. 그러나 근자에 평화공세를 펴는 북한의 태도가 걱정되었다. 저자들이 저러다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니 이 보기싫은 정치쇼의 소맨들을 쇼꾼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을 감시하고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다니지 말아야 할 곳이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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