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좋은 느낌을 드립니다]
★ "이쁜이"라는 이름의 개가 있었습니다.
★ 촌스러운 이름에, 까맣게 멍이 든 듯한 한쪽 눈,
벌겋게 핏줄이 서 있던 흰자위, 상처난 콧등, 절룩거리는 앞발,
잿빛으로 물든 지저분한 털에, 길게 늘어진 눈곱,
그리고, 치래치래 흘려대는 침방울까지...
★ 무엇 하나 귀엽지 않았던 그런 개로 기억합니다.
★ 며느리가 임신을 했다고...
★ 같은 집안에서 사람과 개가 같이 새끼를 낳으면 재수가 없다고,
그렇게 쫓기듯이 밀려나 찾아온 그 개가 우리집에서
귀여움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라고 특별히 미워할만한 점은 없었던 개로 기억을 합니다.
★ 어쩌다 기분 나쁜 날이면 눈만 마주쳐도 슬금슬금
꼬리를 내리며 비켜주던 그 하나하나의 영리한 몸놀림이
아직까지 기억되는 참으로 영특하던 개였지요.
★ 그런 그 개가 조용하던 우리집에 떠밀려난 지 사흘 째 되던 날,
★ 얼마동안의 힘겨운 몸부림 끝에 새끼를 낳게 되었답니다.
★ 하나,
★ 둘,
★ 셋,
★ 넷,
★ 다섯,
★ 여섯,
.
.
.
★ 어린 눈에 비추어졌던 생명의 탄생은 경이롭기까지 했지만,
★ "새끼를 낳았을 때, 사람이 보고 있으면 꼬물꼬물 거리는
새끼들을 모두 물어죽여 버린다"는 누군가의 말에
★ 계속해서 고통스럽게 짖어대는 그녀의 모습을 빼꼼히
문틈사이로 지켜보아야 했던 어린 가슴은 아프기도 했답니다.
'어서!! 빨리 새끼를 낳아. 제발...'
'아파하지 말고... 제발...'
★ 저 태어난 여섯 마리와는 달리 마지막 일곱번째 녀석은
계속되는 고통으로 어미를 날카롭게 만들었고,
애써 돌봐주려고 다가서는 손길조차도 물어뜯는 모습은
아무에게도 자신의 도움을 청하지 않으려는 듯
애처롭게까지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 일곱.
★ 얼마나 지났을까요.
★ 삼십분... 한시간... 그리고...
두시간이 더 지났을 즈음에야 마지막 녀석은
생명의 빛을 보게 되었답니다.
★ 일곱 마리의 새끼를 다 낳았을 때야,
"이쁜이"는 안도한 듯이 잠을 청할 수 있었지만,
★ 마지막으로 태어난 한 마리는,
★ 길게 늘어진 태반과 핏방울에 젖어 아물아물한
눈조차 뜨지 못하던 마지막 한마리는,
★ 힘겨운 몸짓에도 계속 밀려나기만 해서,
다른 여섯마리를 밀치고 넣어줘도 한 방울의
젖조차 먹지 못하던 마지막 한마리는
★ 떠지지 않던 작은 눈과 코를 디밀며 계속해서
어미의 젖을 더듬고만 있었지요.
★ "오빠야...!!"
★ "어떻게 해!! ...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 그래서 데려왔어!"
★ 당시에 ,
★ 얼마였을까요? 150원이었던가요?
★ 200ml 흰봉지 우유를 사와서,
길다란 빨대를 그의 입에 꼽고 한방울 한방울
불어 넣어주기 시작했습니다.
★ 하지만, 그것조차 힘겨운 지 계속해서 뱉어내더군요.
★ 애처로운 모습을 보며 한참동안을 울어대는 제 모습이 불쌍했던지,
★ 나는 다시 아기 분유를 사왔더랍니다.
★ 물 몇방울에 짙게 탄 분유 또한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갈 수는 없었지요.
★ "어떻게... 해!!"
★ "어떻게 하면 좋아...?"
★ 한참을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 그렇게 혹시나, 추워하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에
그날밤은 방안 한쪽에 도톰한 수건을 깔아두고,
그의 자리를 만들어 두었습니다만,
★ 생명의 빛을 본 지,
★ 채 네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 그는 죽어버렸습니다.
★ "이제 죽었으니까 더러워. 만지지마"
★ 계속해서 떠밀치며 밀려나는 어른들의 손길에
저항도 해 보고, 앙앙대며 울어도 보았지만,
★ 그는,
★ 찬장위 선반에서 꺼내어진 신문지 몇장과
조그만한 벽돌색 시멘트봉지에 쌓여 바깥 쓰레기통
한 쪽에 버려졌습니다.
★ 어린 시절 보았던,
★ 첫번째 죽음은 그렇게 저의 눈에 비추어졌지요.
.
.
.
★ 몇일이 지나,
★ 눈을 뜨고 꼬물꼬물 젖을 빨고 있는
여섯마리에게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 "오빠야, 무슨 이름이 좋을까?"
☆ "음... 좋은 이름 많잖아. 외국이름으로 해피, 매리, 구피... 이런 거!
아니면 쫑, 바둑이, 삼식이 어때? 그도 아니면
한돌이, 두돌이, 세돌이... 이런 것은? "
★ "암컷은?"
☆ "한순이, 두순이, 세순이로 하면 돼지"
★ --+
★ 태어난 순서가 아니라, 자기의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 나는 강아지들의 이름을,
★ 한돌이, 두순이, 세돌이, 네돌이, 오순이, 육순이로 지어버렸습니다.
★ 그 하나하나의 이름이,
★ 어린 그때에도 참으로 촌스럽다고 느껴졌습니다. --+
★ 잿빛의 뽀오얀 털이 마냥 귀엽기만 하던 순팅이 강아지 네돌이,
★ 어미를 닮아 마냥 똘똘하기만 했던 점박이 강아지 오순이,
★ 어느날인가는 너무 많이 먹어 퉁퉁해진 배가 땅에 붙어
차마 걷지를 못하던,
정.말.아.직.까.지.도.그.런.미.련.한.강.아.지.를.본.적.이.
없.을.정.도.였.던.육.순.이.
(아... 두순이, 오순이,육순이는 왜 빠졌냐고요?
그건 얄.밉.던.동생의 개들이었거든요. *^^*)
★ 항상 까불까불대던 동생의 세마리 개들을 용감히도
물리치던 한돌이,세돌이,네돌이
★ 밖에 나갔다 돌아올 때 쯤이면 꼬물꼬물 달려나와,
어떻게 그 작은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지
마냥 신기하게 만들던 여섯마리의 작은 외침들.
★ 크고작은 일곱마리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던
그 아기자기하던 개판(?).
★ 4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어렸을 적 그 생생한 기억들은 아직도 잊지를 못합니다.
★ 마냥 던져주던 "건빵"을 요리조리
토옥토옥치며 가지고 놀던, "이쁜이"의 모습까지도...
★ 그러던, 어느날,
★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헝크러져서 터벅터벅 돌아왔던 어느날...
★ 여느때처럼 앙앙거리며 뛰어나오던 여섯마리가...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 아니... 어딘가에 갖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온 집안,
그리고 바깥까지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 단... 한마리도...
★ ... 단...... 한마리도.......
★ 보이지를 않았지요.
★ 그날밤,
★ 어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찾아보라고만 했지요. 어디 멀리에 갔을 것이라고,
★ 한밤 자고, 두밤 자고... 세밤 자고... 나면 돌아올 것이라고.
★ 몇밤 자고 나면 돌아올 것이라고...
★ 그렇게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 그날밤,
★ 동생과 저는 어른들의 말에 "거짓말"이라며 펑펑 울었지요.
어른들이 멀리멀리 팔아버린 것이라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며...
★ 하지만,
★ 울다가 지칠즈음에 저는 한번,
★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 한밤 자고, 두밤 자고... 세밤 자고... 나면 돌아올 것이라고.
★ 몇밤 자고 나면 돌아올 것이라고...
★ 그렇게,
★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
.
.
☆ "여우가 말했습니다.
이를 테면,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네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꺼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아무때나 오면 몇시에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 오늘도 컴퓨터를 켜고,
그리고, 또각또각 하나하나의 글씨를 써넣으면서,
새록새록 스며드는 기분좋은 설레임에 몸을 맡기는 순간,
님의 모습 하나하나가 머리속으로 그려집니다.
★ 아... 님은 지금 웃고 계시는군요.
매일 아침이면 님의 공간에 스며드는 저의 편지를 기다리고 계셨군요.
그렇지요?
★ 아마 '길들여진다'는 것은 이런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부터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혹시 님은 이런 사람이 아닐까 하고 빙그레 미소짓게 만드시는 님이라는 사람.
★ 어느새부터인가 저를 길들여 놓고 계시는군요.
★ 아...
★ 이제,
★ 우리 약속 하나만 하기로 해요.
★ 매일 아침 웃는 얼굴로 만나기로 하지요.
★ 제가 빙그레 웃는 님의 미소를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해 주실 수 있겠지요?
★ 만약 그렇게 해주신다면,
★ 언젠가는 돌아오리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설레임을 선사하도록 하지요.
★ 오늘도,
★ 님의 하루에 기분좋은 일이 가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입니다.
★ 행복하세요.
흐르는 곡은 차이코프스키/<호두깍기 인형>중 행진곡 입니다
꿈꾸는 중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