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활 5호 (2014년 7-8월호)
[이미지와 정치] 행방불명: 실종과 사망신고 사이의 시차에 관한 소고 / 임민욱
[머리글] 시나이는 ‘없다’ / 김진호
[상황의 시작]
The Humor of Exclusion ― 사랑은 나의 약점 ― 시와 대화 / 심보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 모든 것이 돌아온다 ― 이 선을 넘지 마시오 / 송경동
[특집 세월호에 던지는 질문, 세월호가 던지는 질문
애도와 인륜성 / 복도훈
국가란 무엇인가 / 정용택
유족들의 특별법을 읽는다는 것 / 윤인로
4·16 이후의 삶을 위한 네 개의 물음 / 소영현
[현장 보고서] 광장 없는 애도 / 박현아
[대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세월호 참사, 그리고 안전권력과 저항담론 / 사토 요시유키?김상운
[연속시론: 죽음과 정치, 자살의 문화정치 2] 광주, 박승희와 이남종의 죽음 / 천정환
[사유하는 사진] 히로시 스기모토, 프레임에 맞서는 1억 개의 디테일 / 이영준
[사진 속으로] 앓는 작가 노순택 / 김현호
[과학과 인간] 자유의지의 물리학 / 김상욱
[소리의 모험 1] ‘사운드스케이프 문화론’이란 무엇인가? / 임태훈
[사유의 행로]
상상력의 아질, 텐트극장 외 / 사쿠라이 다이조
몰락으로의 초대 / 윤여일
[소년, 1980년대를 가로지르다 2] 박정희 최후의 날 / 김형민
[남쪽으로 튀어 5] 내 인생 마지막 이사를 꿈꾸며 / 명인
[김신식의 치병일기] 미셀 푸코, 서사들의 쟁탈전 / 김신식
[텍스트 비평]
말의 불가능성과 새로운 자리를 탐구하는 광주라는 계기 / 안은별
기사로서의 만화, 만화로 쓴 기사 / 김봉석
벤처 코뮌을 구축하기 위한 ‘카피파레프트’ / 이성혁
[마르크스에게 묻다 5] 사회주의 이후의 코뮤니즘, 사회주의 이전의 코뮨주의 / 이진경
≪말과활≫ 5호(2014년 7-8월호)는 세월호 침몰 사건이 한국사회에 던진 충격을 직시하려 했던 4호(5-6월호)의 기조를 한층 정제하고 심화한 네 편의 글을 묶어 ‘세월호에 던지는 질문, 세월호가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나서는 특집으로 구성했다.
복도훈(문학평론가)은 <애도와 인륜성>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온갖 소식을 보고 들으면서 우리는 뭔가를 분명히 잃었고, 그것이 우리 자신의 일부인지 우리의 부모이거나 자식, 형제자매의 또다른, 가능한 두려운 미래인지 어떤지 알지 못한 채로 슬퍼하면서 좌절하고 한탄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그 슬픔과 한탄을 강제로 부과한 원인에 대한 궁극의 질문을 함께 던지고 그 해결책을 공유함으로써 수행적인 분노와 공동의 탄원의 원동력으로 변할 것”이라 전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망연자실한 목격자에서 정치적 애도의 주체로 거듭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용택(신학연구자)은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골적 재원과 국가의 공공적 기능을 시민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준자율적 비정부기구에 넘겨주는” ‘국가의 탈통치화, 통치의 탈국가화’ 경향을 분석하면서, “ ‘관피아’니 ‘해피아’니 하는 식의 표층적 수준의 접근을 넘어 이러한 경향이 과연 공공성의 탈국가적 확장인지 아니면 시장적 가치의 퇴행적 확장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질문해야” 할 필요를 제기한다. ‘이것이 국가인가’라는 질문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인로(문학평론가)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제안하는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에 담긴 “모든 단어, 문장, 단락, 어감, 뉘앙스, 쉼표, 마침표, 띄어쓰기, 문장기호 하나, 오타 하나까지의 그 모든 것들”의 시대사적 함미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이 법안이 “묵살되고 마는 시간” 속에서도 “끝내 되살아나는 힘”으로 관철되기를 소망한다. 소영현(문학평론가)은 <4?16 이후의 삶을 위한 네 개의 물음>에서 “1백 일이 지난 지금 이곳의 사정은 사회적 애도를 위한 첫발을 과연 내디딜 수 있는 상황인가” 달리 말해 “4?16 이후의 삶을 꿈꾸는 것은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를 질문하며, 이를 국가의 실종, 공공적 상상력, 국가와 자본의 교차로에 선 한국사회, 감정의 행방 등 네 층위에서 되살피고 나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지금 이곳에 서 있게 되었는가”이며 “우리들 각자에게 귀속된 책임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는 일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라고 제안한다.
한편 특집에 이어지는 <광장 없는 애도>(박현아)는 합동분향소가 섳리된 서울광장의 풍경을 소묘한 ‘현장 보고서’로, 공식적인 ‘의례화’에 의해 정작 애도의 광장이 사라진 역설적 상황을 지적하며 “같이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광장’이 있는 애도를 제안한다.
묵직한 주제의 특집에 압도되어 자칫 주목을 놓칠 수도 있지만, 이번 호는 유독 상이한 입장이 충돌하는 논쟁적인 글들이 다양하게 배치되어 ‘잡지 본연의 재미’에도 그 어느 호보다 충실하다. 우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세월호 참사, 그리고 안전권력과 저항담론>에서 사토 요시유키(≪신자유주의와 권력≫ 등 저자)와 김상운(전문번역가)는 시종 긴장감 넘치는 대화 속에 현대 정시사상의 흐름에 굵은 자취를 남긴 푸코, 알튀세르, 네그리와 하트 등의 입론을 바라보는 관점을 환기하면서 저항의 전략을 탐색한다. 또 <스기모토, 프리임에 맞서는 1억 개의 디테일>에서 이영준(사진평론가)은 ‘프레임’을 넘어서려는 욕망조차 ‘프레임’에 담길 수밖에 없는 사진의 숙명적 딜레마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깊이있게 탐구하고, ‘사진 속으로’를 연재하는 김현호(사진비평가)는 <앓는 작가 노순택>에서 ‘매체사진가’와 ‘사진을 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앓고’ 있는 노순택의 “우스꽝스럽지만 처연한 뒷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한편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모색하는 ‘과학과 인간’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상욱(부산대학교 교수)은 <자유의지의 물리학>에서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세계관이 ‘자유의지’라는 철학적 주제와 어떻게 조응하고 길항하며 어떤 역설과 딜레마를 통해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는지를 간명한 필치로 산뜻하게 서술해낸다. 또한 이성혁(문학평론가)은 ≪텔레코뮤니스트 선언≫에 대한 서평 <벤처 코뭰을 구축하기 위한 ‘카피파레프트’>에서 ‘카피라이트’를 둘러싼 ‘카피레프트’와 ‘카피파레프트’ 사이의 긴장을 저항 전략의 지평과 연결지으며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새 연재 ‘소리의 모험’의 첫 글 <‘사운드스케이프 문화론’이란 무엇인가>에서 임태훈(미디어연구자, 문학평론가)도 ‘소리’의 의미 확장을 시도하면서 시각중심주의에 함몰된 문화론에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여 이어질 내용에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