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사역이 재생산되려면. 위임하라 1 -메콩강소년(정도연)-
1. 위임은 나의 부족함을 위임해주고 그 부족함을 보충해 주기 위해 위임받아야 한다. 공동체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공동체의 영광이어서 위임은 거룩한 영적 공동체의 축제다. 위임은 부족함을 물려주는 것이지만, 그것이 부끄럽지 않은 것은 하나님은 나의 연약함을 보충해 줄 동역자를 준비하시기 때문이다.
위임은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연약한 생명을 강하게 성숙시키며, 내가 세우고 지켜온 빈약한 이념과 목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내가 살았던 공간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며, 창의적으로 자기 은사를 개발해 가겠다는 자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을 넘겨주는 것이다. 위임받은 자는 하나의 지체로 시작해야 한다. 하나님의 역사는 완전하게 갖추어진 곳에서 우두머리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세상의 직장이나 사업은 개인의 영리 목적을 우선순위에 두고 한다. 목회와 선교는 낯선 누군가에게 물려주기 위해 참고 인내하며 정직하게 공의를 지키며 해야 한다. 직장은 나를 위해 누군가에게 속해야 하고, 규정된 질서 안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내가 받는 만큼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
사업도 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나를 위해 누군가를 채용해 함께 일하며 나의 유익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목회와 선교는 합당한 대우가 없을지라도 참고 인내하며 공의를 지켜야 하고 하나님 나라에 합당한 열매(생명)를 남겨야 하는 일이다(마25:14~30).
내가 맡은 모든 일에는 그 일을 위해 주어진 기간도 있다. 직장이나 사업은 내가 한 수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물러나고 위임하고 되돌려주지만, 목회와 선교는 비록 내 수고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없어도 때가 되면 겸손한 태도로 물러나고 위임해야 한다(눅17:7~10).
위임에는 3가지 요소가 있고, 위임의 방식에도 3가지가 있다. 위임의 3가지 요소는 사람, 이념, 공간이다. 사람은 내가 전도하고 세례 주고 가르치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사역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는 자가 우선이다. 또 내가 사랑으로 섬기는 연약한 사람도 있다. 이념은 참고 인내하며 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르치고 섬길 수 있었던 목적이고 가치관이다. 공간은 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가르치고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한 물리적 장소다.
위임의 방식 3가지는 물러나고, 넘겨주고, 되돌려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람, 이념, 공간을 물려받아 이어온 사역에서는 때가 되면 물러나는 것이 위임이다. 내가 창의적으로 시작해서 얻은 사람, 이념, 공간은 나의 부족함을 보충해 줄 자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넘겨주는 위임이다. 내가 주체가 된 사역도, 내가 속한 공동체의 사역도 아닌데, 어떤 이유로 주인이 내게 잠시 맡기신 일은 최선을 다한 후에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위임이다.
목회와 선교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재생산의 궤도에 오르려면 물러나야 할 때와 넘겨주어야 할 시기, 되돌려주어야 할 순간을 잘 깨달아야 한다. 물려받은 사역과 잠시 운영관리를 맡은 일은 최소한 본전을 손해 보지 않고, 큰 위기에 빠져 있지 않은 상태일 때 물려주고 되돌려주는 게 건강한 위임이다.
창의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면 위임받은 자가 내가 해왔던 일 때문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나의 부족함을 보충해 줄 수 있을 때 위임해야 한다.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마음대로 되지 않고, 감당할 수도 없어서 슬쩍 빠져나가 도망치려는 속셈으로 위임해주는 것은 사기다.
한 달란트 묻어둔 자처럼 일하기 싫어서 도망치면서도 돈을 받고 공간을 파는 자들이 있다. 이런 식의 위임이라는 사기가 선교 현장에 되풀이되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적어도 내가 벌여놓은 일 때문에 후임자가 재정적으로 힘들지 않아야 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그 자신에게도 유익이 되어야 한다.
거룩한 사명자는 누군가 지쳐 포기하기 전에 명예로운 퇴진을 도와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게 내 능력 발휘보다 낫다. 분열의 부스러기로 시작하려는 것은 불의하다. 자기 의무를 챙기는 길이라 할지라도 소명을 가진 신실한 자라면 어려움에 처한 동역자를 두고는 떠나지 않아야 한다. 공동체에 균열이 보이고 세는 물줄기를 보거든 다른 사람 눈치 보거나 손익 계산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위임은 나의 달려갈 길을 마무리하고, 나의 남은 욕심을 차지하고 있는 힘을 나의 변화와 성숙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또 하나의 출발이다. 그동안 사역을 핑계 삼아 하지 못했던 기도를 하고, 보지 못한 성경을 보며, 나의 어리석음을 거룩하게 채우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영성 관리를 위해 말씀을 준비하고 가르치던 곳에서 누군가의 말씀을 들으며 나의 영성을 관리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