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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사회에 사는 현대인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공리주의다. 공리주의는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든, 밀의 질적 공리주의든 고통을 최소화하고 쾌락을 극대화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라고 규정한다. 공리주의가 선한 지도 이념으로 사용되면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의술 연구와 생활을 최대한 편리하게 하기 위한 기술 연구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은 공리주의 원리를 지렛대로 삼아 아름다운 삶의 열매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통마저도 피하고자 하며, 부당한 쾌락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무고통과 무한 쾌락은 타락한 현대인의 최고선이자 우상이다. 무고통과 무한 쾌락이라는 유토피아에 지배받는 현대인의 왜곡된 행동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영역 가운데 하나가 마약 복용이다. 마약 복용은 필연적으로 중독으로 이어지며, 현대 사회의 마약 중독은 무고통과 무한 쾌락 두 방향에서 나타난다. 무고통 방향에서는 이권에 눈이 먼 제약회사가 말기질환자를 비롯한 중증 환자의 극심한 고통을 완화시켜 주려는 비상 치료제로 전문의사가 사용하는 마약을 일상 의약품으로 위장 선전해 대중화시킨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표 약제가 펜타닐인데 펜타닐은 천연산 마약이 아닌 쉽게 조제할 수 있는 인공합성 마약으로 아편 추출물인 모르핀보다 100배 강력한 진통 효과를 지녔다. 펜타닐은 일시적으로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으나 그 과정에서 고통에 대한 자연방어체계를 손상시켜 약효가 떨어지면 투약 이전보다 더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고 결국 또다시 복용함으로써 복용하는 사람을 중독에 빠뜨린다. 무한 쾌락의 방향에서는 대마 → LSD → 엑스터시 → 코카인 → 헤로인 → 펜타닐로 갈아타는 연쇄적인 마약 복용을 통해 지속적인 환각 체험을 추구하다가 중독에 빠져드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에서 멕시코와 남미로 이어지는 마피아 집단의 마약 카르텔과 북한의 국영제약회사에서 조제된 마약이 서구를 비롯한 전 세계로 불법 공급돼 폐인이 돼 가는 마약 중독자 수를 폭발적인 규모로 증가시키고 있다.
마약 중독에 대해 의료계와 종교계는 그 폐해와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와 종교계에서는 오히려 마약 중독을 통해 체험하는 환각을 참된 영적 체험으로 바라보며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불법적인 마약 판매와 마약 복용을 옹호하고 폐인이 돼 가는 마약 중독자를 죽음의 터널 속에 가둬 버리는 행위다. 본고에서는 먼저 마약 환각이 진정한 영적 체험이라 주장하는 연구를 소개하고 마약 환각을 장려하는 종파를 소개한 후, 비판적으로 검토,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마약 환각이 진정한 영적 체험임을 제시하는 연구
1956년 환각 요법의 창시자인 험프리 오스몬드는 올더스 헉슬리에게 서신을 보내 “지옥으로 깊이 들어가거나 천사의 상태로 솟아오르려면 소량의 환각제를 복용하라”고 권고했다. 1960년대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티모시 레리는 환각 마약을 종교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의 “환각 복음주의”는 수십만 명의 사람을 끌어들였고 수백만 명의 젊은이가 환각제 복용을 통해 종교적 체험을 하도록 미혹했다.
1. 월터 판케의 연구
휴스턴 스미스는 LSD나 사일로시빈을 투약할 때 찾아오는 환각의 경험은 신비적인 종교 경험이라고 주장한다. 스미스가 이 주장을 하게 된 근거는 1962년 판케가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마쉬 예배당 실험”이었다. 판케는 10명의 신학대학원생에게 사일로시빈을 투약한 실험을 통해 피실험자의 신비적 상태의 경험을 확인했다. 판케는 LSD 계열 마약을 100명에게 투약하고 마리화나와 하쉬스를 20명에게 투여한 후에 설문조사를 통해 LSD 계열의 마약 사용자 모두, 그리고 마리화나 사용자 70% 이상이 하나님 경험을 포함해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비 체험을 했음을 밝혔다.
2. 롤란드 그리피스의 연구
존스홉킨스대학교 롤란드 그리피스는 38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사일로시빈 투약 후 판케의 설문 항목을 43개로 확대 조사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이 영적인 경험을 했다는 응답을 받았다. 판케와 그리피스 연구가 발표된 후 환각 체험의 영적 의미를 추구하는 다양한 시도와 해석이 뒤따랐다. 환각 경험은 개인의 정서, 행동을 변화시키는 종교적 경험이라는 것, 단기간적으로 농도 짙은 주관적 경험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피투약자의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것, 환각제를 투여할 때 공포, 불안 같은 ‘나쁜 여행’이 있으나 단기간에 끝나고, 장기적으로는 기분 증진, 지속적인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낳는다는 것이다. 환각 경험은 중생의 경험과도 같으며, 영적인 성장으로 가는 안전하고 강력한 지름길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마약 환각을 신비한 영적 체험으로 권장하는 종파
고대로부터 환각제 사용은 중요한 종교적 관습 가운데 하나였다. 힌두교 경전인 리그 베다에 등장하는 소마(soma)는 환각을 일으키는 버섯이었을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페요테 버섯을 이용해 만든 복합 흥분제를 주전 4000년경부터 흡입했다. 북서 멕시코와 남미 지역에서는 사일로시빈(psylosybin)이 함유된 버섯이 종교적으로 사용됐다.
19세기에 설립된 “미국 원주민 교회”는 페요테를 예배 의식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이 교회에서 페요테는 약초인 동시에 전지한 영적 존재로서 인간과 신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는 성례로 인식됐다.
브라질의 아야후아스카(덩굴식물에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 고아 만든 물약)교는 1930년대와 1960년대에 브라질 아마존에서 일어난 혼합주의 종교운동으로 환각성분을 포함한 아야후아스카를 종교의식 중 흡입한다. 아야후아스카교의 한 분파인 “우니아오 애 베제탈”교에서는 환각을 일으키는 차(茶)를 영적인 이해와 인식을 높여 주고 흡입하는 자들을 신께 더 가까이 가게 만드는 성례(hoasca)로 간주한다.
200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사일로시빈 버섯 교회”는 환각 경험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이 교회는 마약을 통해 “신을 체험하는” 강연을 하고 있으며, 환각 경험을 신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해석한다. 이 교회의 환각 경험은 “감각 만들기”라고 명명됐다. 감각 만들기는 개인이 환각 약물에 의한 환각적 경험을 해석해 의미를 부여하는 역동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환각 경험에서 사람은 신성한 신비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거룩한 총회”는 2020년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말일성도의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몰몬교)의 전 교인이었던 스티브 우르쿠하르트가 몇 차례의 환각 체험을 하고 난 후 설립한 교단이다. 우르쿠하르트는 35년 동안 아주 적극적으로 조직화된 종교에 참여해 온 모든 경험은 사일로시빈 버섯을 통한 환각 경험으로 한순간 빛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단의 핵심 신조는 “우리는 각자 사일로시빈 성례를 통해 신과 직접 교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 성례를 신실하고 안전하게 즐긴다”라고 돼 있다.
우르쿠하르트에 따르면 환각 경험 동안 어떤 공간 안에 들어가는데, 이 공간 안에서 우주와 하나가 된다고 한다. 우르크하르트는 참된 종교는 환각을 통해 경험하는 내재적 신성이라고 생각했고, 환각으로 마련된 공간 안에서 아내와 아이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감동하여 이들을 더 잘 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신을 체험하는 식물들의 자이드도어교회”는 2019년 데이브 핫지가 창립했다. 캘리포니아 오크랜드에 본부가 있는 이 교회는 마리화나와 자연산 환각제 특히 사일로시빈을 함유한 버섯을 종교적으로 사용한다. 핫지는 초고용량의 사일로시빈을 흡입한 후 나타나는 환각을 신의 계시와 영지로 받아들인다. 핫지는 몸을 떠나 다른 영역을 방문하고, 하나님의 환상을 보고, 신적인 존재와 외계인을 만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핫지는 초고용량의 환각제 투여를 통해서 종교의 기원을 탐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모든 종교는 사일로시빈 버섯 사용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비판적 결론
1. 환각 체험으로 인한 영적인 체험은 성령의 체험이 아니라 악령의 체험
마약은 인체에 들어와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분비하게 만들고, 이로써 비정상적인 강도의 쾌감과 행복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이때 겪는 환각 상태는 실체 없는 가상현실처럼 잠시 떠오르는 착란 현상에 불과하며, 현실적 실재가 아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성경이 말하는 영적인 체험은 이성을 포함한 신체와 정신 기능이 모두 명료하게 작동하는 건강한 상태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객관적인 상이다.
사울은 엔도르의 무당에게 찾아가 죽은 사무엘 상을 보았다. 그러나 이때 사울이 본 것은 사무엘의 허상이 아니며, 사후의 세계에서 귀환한 사무엘이 아닌 접신술 과정에 나타난, 사무엘의 모습으로 위장한 귀신이었다. 마약 흡입자가 환각 상태에서 보는 상은 무의식 속에 저장돼 있던 이미지가 자연발생적 무작위로 떠오른 상일 가능성이 있으나 이 상태에서 나타나는 신비적인 종교적 체험은 귀신이 개입해 보여 주는 위장된 하나님이나 위장된 영적인 실재다. 환각 체험은 진정한 영적인 체험은 아니지만, 귀신이 개입해 마약 흡입자를 미혹하는 체험이라는 의미에서 영적인 체험이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2. 환각의 체험은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왜곡된 체험
마약류 약재는 그 자체는 선한 것이지만 그 안의 독성 때문에 특정 질환의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진통제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신경안정제 등의 용도로만 일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펜타닐 경우처럼 통증 완화의 목적으로 상시적으로 사용되는 경우 일시적으로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능은 있으나 통증을 조절하는 자연적인 기전을 점차 손상시켜 약효가 떨어질 때 통증이 더 심화되는 상태가 반복되고 급기야는 중독과 파멸에 이른다. 쾌감을 경험하게 해 주는 약재를 상시 사용하면 강렬한 쾌감을 제한 없이 맛보려는 욕구 때문에 중독과 파멸에 이른다.
이처럼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손상시키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에 중대한 손상을 가하는 행위다. 특히 인간이 자유로운 선택 능력을 통해 신진대사나 혈액순환 같은 자율기관을 제외한 몸의 기능을 제어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이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약 계열 약재의 무절제한 복용은 복용하는 자의 신체 제어 기능을 망가뜨린다. 이처럼 하나님의 형상을 망가뜨리는 환각 체험은 진정한 영적 체험일 수 없다. 따라서 미국 감리교가 환각 마약은 영구적인 정신병적인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나 미국 장로교가 이 약물은 쾌락의 보상을 약속하지만 이는 자기기만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은 정당한 비판이다.
3. 진정한 영적 체험은 역사적이고 객관적인 실재에 근거한 체험
환각을 통한 영적 체험은 일시적 마음의 상이다. 이 상 안에 주어지는 영적 세계는 귀신이 조작해 낸 거짓된 장면이다. 환각을 통한 영적 체험은 마약의 약효가 떨어지면 허망하게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반면에 진정한 영적 체험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현실이다.
하나님은 객관적으로 실재하시는 살아계신 인격자시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역사 안에서 실재하셨던 인물로서 실질적으로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으며, 실질적으로 신체가 부활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할 때 실재하시는 성령이 속사람 속에 들어오셔서 실질적으로 속사람을 거듭나게 하시고, 속사람 안에 내주하시며, 내주하시는 성령께 간구하면 실질적인 충만한 능력으로 역사하셔서 실질적인 영적인 체험을 하게 하신다.
마약중독자에 대한 회복 치료는 반드시 해독을 위한 약물치료와 정신의학적 진단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약물을 통한 신경계통의 안정화나 심리 조작은 응급조치로서 회복 치료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것일 뿐이다. 이 조치 다음에 혹은 이 조치에 병행해 마약중독자를 장악하는 세계관인 쾌락적 공리주의로부터 환자를 해방시키는 고된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은 마음속에 일시적으로 떠오르는 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작업은 객관적 실질적인 능력과 영원한 삶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 복음, 이 복음에 근거한 영적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