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개발을 중단하고 용산공원 종합계획부터 수립하라!
용산 미군기지 용도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건교부가 ‘용산 민족․ 역사 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 예고하면서 용산 미군기지터에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등 주거시설과 상업․업무․문화시설 등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자 서울시는 돌려받는 용산 미군기지 전체를 공원으로 보전하는 대체입법을 한나라당과 추진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환 용산 미군기지 활용을 둘러싼 이 갈등은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받는 논의가 마무리된 2004년 초부터 본격화되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터를 매각하거나 개발하여 주한미군 이전 비용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고 서울시는 이전 비용에 대한 언급은 없이 전면 공원화만 요구하였다.
지난 2005년 10월 참여정부가 용산 미군기지에 ‘용산 민족․ 역사 공원’을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시민들 대부분이 반기고 환영했다. 이미 1차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이 진행되던 1980년대 말부터 용산기지를 민족공원, 생태공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동의가 형성되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용산 미군기지를 세계적인 역사생태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용산 일대는 구한말에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이래 지금까지 외국군대가 점유해 온 오욕의 땅이자 북악산과 관악산을 잇는 지축과 한강의 수축이 교차하는 중심점이다. 이러한 역사적, 지리적 특성을 고려할 때 용산미군기지터를 서울의 남북 생태축을 복원하는 생태공원이자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역사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기지 이전 비용 마련을 명목으로 용산 미군기지를 복합개발하려는 특별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용산 역사․생태 공원은 첫삽도 뜨기 전에 빛바래질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용산 일대는 수십 층의 주상복합건물이 우후죽순격으로 솟아나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건교부 장관이 용도 변경 권한과 주변지역 도시관리 계획권을 쥐고 복합개발을 추진한다면 용산공원 조성은 본말이 뒤바뀐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변질될 것이다. 국가 주도의 민족 공원을 조성하면서 국가 공원 관리 체계와 맞지 않게 건교부 장관이 주도하는 모양새나 공원 조성 특별법안에 ‘복합개발지구의 개발 및 주변지역의 관리’에 대한 상세한 조항을 두는 것 등은 이미 특별법안의 본질이 국가 주도의 부동산 개발임을 말해 준다. 만약 이대로 특별법안이 제정되고 용산 공원이 조성된다면 이것은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층에게 세계 최고의 앞마당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다. 기지 이전 비용 마련 운운하며 용산 공원 조성을 후퇴시키고 용산 부동산 개발을 추구하는 ‘용산 민족․역사 공원 조성 특별법’안은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용산 미군기지 터가 시민의 사랑을 받는 세계적인 역사․생태 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첫째, 모든 시민의 바람처럼 용산 미군기지 터 전체를 역사 생태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 정부는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특별법 제정을 철회하고 먼저 용산 미군기지 터를 세계적인 역사․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부터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용산 공원 조성의 주체를 환경부장관으로 변경해야 한다.
둘째, 용산 미군기지 터를 매각하거나 개발하지 않으면서 주한미군 이전 비용을 조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한미군 이전 비용 조달을 위해선 세금 투입, 국․공채 발행, 국민신탁 제도 도입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용산공원 조성의 가장 큰 수혜자인 서울 시민이 추가적인 부담을 하거나 서울시장이 언급한 개발권 양도제 시행 등도 고려될 수 있다.
셋째, 용산 공원 마스터 플랜의 수립과 주한미군 이전 비용 조달안을 확정할 때 반드시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거 청와대도 용산 미군기지 터 활용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될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사․생태 공원을 이용하고 세계적 명소로 가꾸어갈 주체가 바로 시민이다.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최종 주체도 바로 국민이다.
넷째, 용산 민족․역사공원 건립추진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현재의 위원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용산 매각․개발 계획의 들러리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현재 이 위원회엔 역사․생태 공원 조성과 별로 관련이 없는 위원들이 다수 있다. 반면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과 공원화를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시민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은 이 위원회에서 배제되었다. 시민의 사랑을 받는 역사․생태공원으로 거듭나려면 위원회가 시민들의 바램을 제대로 반영하도록 구성을 바뀌어야 한다.
2006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