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5일이 무척 깁니다. 한국에서 15일 오후 4시반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이 걸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는데 시간은 거꾸로 가서 7월 15일 오전 11시. 생애 이렇게 긴 날은 처음입니다.
저녁은 연어스시로 했습니다. 맥주가 참 맛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용한 주택가. 오늘은 이렇게 40시간 가까운 하루가 지나갑니다. 아마 돌아가는 날은 이 시간이 송두리채 날아가겠지요. 밥 먹자마자 균도는 또 잡니다. 오늘이 7월 15일이라고 해도 균도는 7월 16일이라 우깁니다. 설명이 안 됩니다.
오클랜드 버클리 대학교 뒤 고급주택가에 여정을 풀었습니다. 이번 주 일정이 촘촘하게 꾸려져 있습니다. 여기는 재미일본인 치즈 여사의 집입니다. 뒤에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만이 보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베이대교를 지나오니 오클랜드입니다. 베이대교 오른쪽에 알카트래즈 섬도 보입니다. 오클랜드 바로 옆이 버클리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9일 정도 머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이 주변 도시에서 강연회를 합니다. 내일은 라디오 방송 인터뷰도 예정되어있습니다.
10시간 비행, 남들은 균도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균도가 비행기에서 과잉행동을 할까봐 걱정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균도는 매번 너무 의젓합니다. 좌석 주변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사람들이 힘들어 하지 균도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균도와 세상을 걸으면서, 저 역시 균도에 대해 오해했던 것을 느끼고 미안함을 갖게 됩니다. 하지 않고 가보지 않고 결정했던 그 오만함을 반성합니다.
발달장애인은 다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소리 지르고 남에게 폭력을 행한다는 균도가 이렇게 적응을 잘하면 그게 누구의 잘못인지 다시 되묻게 됩니다. 물론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비장애인들도 그렇지 아니한가요?
사회라는 울타리가 균도 중심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균도의 사회생활도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모든 것이 예산으로만 돈으로만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가 중요하고 교육이 중요합니다.
균도가 겪어온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시설, 학교 이런 곳도 장애인의 개별서비스에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균도도 자라고 사회도 많이 자라고 있는데 의식적인 부분은 힘든 것이 너무 많습니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 세상 속으로 들어갈 때 너무 힘이 들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또 한시름을 놓습니다. 일단 균도는 적응을 잘 합니다. 넓은 밖의 사회보다 비행기라는 막힌 공간에 있는 균도가 더 염려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밟을 때는 소동이 좀 있었습니다. 미국 공항에 도착해 경황이 없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데 경찰이 균도를 보곤 따라오라고 합니다. 무사 패쓰인 줄 알고 좋아라 하는데 동행한 사람은 두고 우리 둘만 따라오라고 합니다. 미국 들어오는데 무지 엄격합니다. 균도는 즐거워하지만 저는 분위기가 싸한 것을 느꼈습니다.
일단은 무조건 패쓰하더니 마지막에 가방을 샅샅이 뒤집디다. 아무것도 없는 배낭을 뒤지더니 『우리 균도』 책을 발견하고 자기네끼리 두리번거립니다.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표지랑 너무 닮았다, 책 쓰신 사람이 맞느냐?'기에 '그렇다. 난 이 책 때문에 미국에 초대되었다'고 이야기하니 '미안하다' 하면서 꼬리를 내리고 나가는 문까지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처음엔 돈은 얼마 가지고 왔냐? 이런 식으로 물으며 불법체류자 취급을 당했는데, 균도 덕분에 입국 심사도 쉬워지고 세밀 조사 때는 『우리 균도』 책 덕분에 풀려났네요. 미국이라는 사회는 한 번 통과된다고 다 통과된 게 아니더군요.
참 힘든 하루가 지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