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으로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영암 월출산 모습
새벽 4시 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길을 나설 차비를 시작한다.
조금 더 늦장을 부려도 될 일이건만..
머리맡이 탁상시계와 휴대폰의 알림이 시끄럽게 울리기 전에 눈을 뜬 건
그 소리 때문에 나보다도 훨씬 늦은 시간에 출근을 해도 되는 집사람이 요란스런 소리에 놀라
아침 잠을 설칠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쓰인 탓이리라..
사실 기껏해야 한 달에 단, 한 번 직장에서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길이긴 하지만
(그 외에 나혼자만 보내는 개인적인 모임이나 행사는 형편이 어려워지고 난 뒤부터는 거의 없는 편이다)
집사람이 근무하는 날 혼자서만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는 게 내심 약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밤 늦은 시간까지 정성껏 먹거리 준비를 해주는 마음 씀씀이에 고맙기도 해서였다.
오심재 헬기장에서 잠시 한 숨 돌리는 일행들..
오소재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한 시각은 오전 10시 30분 경..
그다지 경사가 급하지 않은 산기슭을 4~50분쯤 올라 오심재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휴식을 취할 겸 단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음료수를 한 잔씩 마시기도 했다.
본디 목적지였던 두륜봉까지 1.8km 남았다는 지정표가 보인다.
그러나 오소재에 도착할 무렵부터 간간히 날리기 시작하던 눈발이 점점 거세지면서
급기야는 굵은 함박눈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했고 밧줄을 타고 올라야만 하는 난코스가
몇 차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약간은 힘들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더러는 힘들다고 끙끙 앓기도 하는 서로 놀리며 웃고 떠드는 사이 별 탈 없이 모두들 노승봉에 도착했다.
해발 682m 노승봉 뒤로 손만 뻗으면 닫을 듯 가련봉이 올려다 보인다.
노승봉에서 숨을 가누고 다시 가련봉을 향해 출발할 즈음..
갈수록 굵어지던 눈 발이 이제는 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제법 거센 바람에 실려
온 몸을 휘감아 돌았고 온 몸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춥진 않았지만 머리랑 배낭을 짊어진 어깨에
쌓여 녹아내리는 물기 때문에 바람박이를 꺼내 뒤집어 쓰듯 겹쳐 입어야만 했다.
703m 사실상 두륜산에서는 제일 높은 가련봉 정상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일행과
더 이상의 산행에는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운영진의 판단에 따라 일부 계획을 변경하여
두륜봉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곧바로 금강골을 타고 대흥사로 하산을 시작하는 뒷 모습..
하산길에 잠시 기웃거린 유선관 안마당에서 본 정경들..
400년 역사의 우리나라 최초 여관답게 고풍이 물씬 풍겨나는 아늑한 곳이었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버스가 기다리는 곳까지 내려오는 길에도
잠시도 쉬지않고 눈은 펑펑 쏟아졌지만..
어쩌면 올 겨울 마지막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겨울산행다운 느낌이 들어서
일행들 모두가 더없이 즐겁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고
마냥 행복해하는 표정들을 볼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상 중에서도 한 달에 한 번 맞는 산행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비교적 소탈하면서도 아주 예의 바르신 경북 상주 출신의 대구 사람인
점장님을 비롯하여 점포내에선 각자 맡아서 하는 일과 소속(회사)들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허물없이 어울리고 받아주는 정겨운 마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나 역시 일상을 잊고 밝게 웃고 떠들 수 있어서 행복한 날이었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일상..
" 해남 두륜산 산행기... / 민달팽이 "
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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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22 22:5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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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내리는 겨울산행 아름답지요 ,,,, 두륜산 정상기받아 늘 좋은날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