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정조사 도마에 오른 '이명박' 이주영 해수부장관 "미흡한 점 다 시인"…유족들, 일부 의원 태도 비판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일 해양수산부와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기관보고를 받았다. 국정조사 이틀째인 이날, 야당 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규제 완화가 선박 안전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고 여당 일부 의원도 이에 동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지난 2008년 5월 당시 국토해양부가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 의뢰한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제도 개선 연구보고서'에 "선박상태의 양호, 불량은 선령에 의하여 반드시 지배되지는 않는다", "연안여객선 해양사고에서 선령, 선체재질과 해양사고 발생과의 상관관계는 없다", "여객선 선령제한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전면적 폐지보다는 선령을 좀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등의 내용이 실렸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9년 25년에서 30년으로 선령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의 배경이 됐다. (☞관련기사 보기)
우 의원은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선박 검사기관의 전문가는 해양안전의 약화를 우려하는 조언을 많이 했다"는 반론도 담겼다. 우 의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선박검사 전문가는 "이 제도(선령제한제도)는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증진하는 제도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선령제한제도를 완화하게 되면 여객선 선령이 높아져서 연안여객선이 대부분 노후선이 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여객선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인명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선박의 사고율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고, 단 1척의 사고를 막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거나 "만약 선령 25년을 넘은 선박에서 여객사고를 동반하는 해양사고가 발생한다면, 동 제도를 완화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연간 약 250억 원)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동 제도를 완화했다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 내용은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다.
우 의원은 "이런 엄청난 경고를 듣고도 규제완화를 추진한 것이 이명박 정부"라며 "박근혜 정부 또한 그 규제완화를 손보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이 보고서 자체가 이미 정해진 결론에 꿰맞추는 식으로 작성됐다며, 애초에 보고서 작성 용역을 맡길 때 '과업 지시서'를 보면 '과업 배경'으로는 "선사의 경영 여건에 악영향을 미치고 중고선 매수시 가격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선사들의 불만이 많다"고 하고 있고, '과업의 목적'은 "현행 선령제한제도가 지나치게 일률적이고 엄격하여 부당한 결과를 야기하는지 검토하고, 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 '개선 방향'은 "선령 연장 및 폐지, 선종별 선령제한 차등화"로 돼 있다.
최 의원은 지난 2009년 이후 해양 및 선박 안전 분야에서는 무려 22건의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져 왔고, 이 가운데는 박근혜 정부 들어 이뤄진 것도 6건이나 있다는 점을 재강조하며(☞관련기사 보기) "정부는 규제 완화 명분으로 안전 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업계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왔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국조특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선령 규제 완화를 비판했다. 조 의원은 "1996년에 20년을 25년으로, 2009년에 25년을 30년으로 완화했다"며 "(이는) 정책적 실수"라고 했다. 조 의원은 이같은 규제 완화의 배경에 대해 "해운조합 등 업계가 계속 로비하면서 요청했다"며 "그래서 정치인들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 해운업계도 도마에…
우원식 의원은 또 "청해진해운에서 세월호를 도입한 후 객실 증축과 선수부 카램프 철거 등 증·개축, 선박 좌우에 30톤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그런데도) 한국선급에서는 세월호처럼 좌우 불균형에 따른 횡경사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 의원은 선박 전문가인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항해학과)의 말을 인용해 "횡경사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없는 이유는, 선박 좌우 균형은 설계의 매우 기본적인 사항으로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횡경사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은 세월호보다 더 심각한 상태의 선박에 대해서도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이는 선박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으로서의 책임보다 선주들 입장만을 대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헀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 12페이지 '화물적재량'에 차량 적재 기준은 승용차 88대, 화물차/대형트럭 60대, 컨테이너(10피트) 247개로 작성되었지만, 출항 전 세월호 3등 항해사가 선장 대신 작성해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에 제출한 안전점검보고서에는 자동차 150대로 운항관리규정보다 이미 2대가 초과한 상태였고 컨테이너 개수는 아예 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신고를 받게 돼 있는 한국해운조합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김 의원은 또 "더 큰 문제는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의 재화중량톤수가 아예 허위 기재된 사실"이라며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는 '여객선 안전 관리지침' 제8조에 따라 해양경찰서장과 해경,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장, 한국선급 검사원 등이 참여하지만 아무도 이런 청해진해운 측의 허위 기재를 잡아내지 못했고, 심지어 한국선급마저 자신들의 복원성 자료와 판이한 청해진해운의 운항관리규정을 그대로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세월호 구명뗏목 점검 업체인 '한국해양안전설비'이 지난해 11월 해수부의 우수사업장 일제점검에서 버젓이 우수 업체로 등록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업체는 세월호 참사를 수사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로부터 조직·인원·정비설비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해수부 산하 부산·목포해양항만청은 합동수사본부의 수사결과를 통보받고도 우수사업장 지정을 즉각 취소하지 않고 무려 한 달이나 시간을 끌었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이에 대해 "즉각 감사를 시행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홍교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은 세월호가 출항 당시 화물과 인원을 얼마나 실었는지에 대해 구속된 선원이 거짓으로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보고했다가 혼찌검이 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운항관리자가 허위보고한 걸 국회에 와서 그대로 보고하느냐"며 "직무대행도 같이 (감옥에) 들어갈래요?"라고 힐난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도 "운항관리자가 세월호 현장 점검을 했다고 돼 있는데, 무슨 점검을 했나"라며 "점검을 했으면 참사가 일어났겠나? 국회를 어떻게 보고 이따위 보고서를…"이라며 격분한 모습을 보였다.
우원식 "변침 때문에 사고난 게 아니라, 사고 이후 변침" 의혹제기
한편 우 의원은 이날 "최종 복원된 항적도에 따르면, 사고 직전 세월호는 29초간 10도를 변침한 것으로 나온다"며 "'급속한 변침'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급속한 변침은 사고 이후에서나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급속한 변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어떤 사고가 난 것인지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해수부의 항적도 자료를 근거로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최종 복원한 항적도에 따르면 급변침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라면서 "따라서 화물 과적과 평형수 부족, 불량한 고박과 급속한 변침에 의한 화물 쏠림 현상이라는 기존의 세월호 침몰 원인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영 "'전원 구조' 보도 보자마자 '오보구나' 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이날 국정조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심재철 위원장이 "'내 탓이다'라는 태도는 좋은 것이지만, 오늘 이 자리는 책임을 밝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 지적을 할 때는 정확히 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정도였다. 야당 의원들이 '침몰 상황을 보고받고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것이 적절했는지', '현장 상황 보고가 장관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너무 더딘 게 아닌지', '사고 수습에서 오락가락한 게 아닌지', '에어포켓 이야기로 유가족을 희망고문한 게 아닌지' 등 지적을 쏟아내자, 이 장관은 "지적하신 미흡한 부분들은 제가 다 시인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 장관은 이날 국정조사 자리에서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해 왜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새정치연합 박민수,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질문에 대해 "11시 좀 넘어 인천해경 본청 상황실에서 해경 차장 등과 함께 그 보도를 봤다"며 "보도를 보면서 '아 저건 오보다'라고 해경 차장과 관계관들이 일치해서 얘기해 '방송국에 전화해 보도를 시정시키라'고 해경 차장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으로부터 조사 태도에 대한 지적을 받기도 한 국정조사 위원들은 이날도 여야 간 고성을 주고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여당 측의 '막말'이 원인이 됐다. 이날 오전 기관장들의 보고가 길어지자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진상규명 쪽에 집중해서 보고를 받고 재발방지책은 서면으로 받자'는 건의를 했는데,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말을 똑바로 해야지", "뭐 잘났다고 그런 말을…"이라고 큰 소리로 비난한 것.
이에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이 발끈하며 "의원님이 말을 함부로 하시는 것"이라 맞받았으나 조 의원은 지지 않고 "야당 의원이 그리 잘났나?"라고 빈정거렸다. 다른 의원들도 가세하면서 국회에 출석한 정부 책임자들과 참관하는 유족들 앞에서 한동안 사나운 말싸움이 이어졌다.
국정조사를 참관한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전날인 30일 조사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일부 의원들의 경우 부여된 질의시간의 상당 부분 추상적·일반적 이야기를 하거나, 개인 감상 수준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소모했다"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경우 본인의 질의시간이 아닌 경우에는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였고, 심한 경우에는 여당 측 의원의 절반 정도가 자리를 비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가족대책위는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특히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보고 기관의 책임 소재과 무관한 이야기로 질의시간을 소모했다"거나 "이완영 의원의 경우 다른 의원의 질의 시간에 장시간 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지지부진한 국정조사 진행에 분통을 터뜨리는 유가족을 보며 '내가 당신에게 말했냐'며 언성을 높이고 시끄럽다는 의미로 '경비는 뭐 하냐'고 말하는 등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전날 "세월호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데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