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노객들의 설악산 대청봉 등정
지지난주 백수산우회에 갔다가 조남진군으로부터 설악산 겨울산행을 제의 받았고 그후 윤영상군과 박찬운군이 합세하여 넷이서 대청봉 등정에 죽이맞았다. 필요한 장비와 음식 그리고 필요경비를 분담하고 2월 5일 10시 30분에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에 올랐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상쾌하다. 버스안은 우리 넷을 포함하여 6명. 에너지 과소비국의 전형을 보여준다. 2시간반을 무정차로 달려 용대리(백담사입구)에 내리니 1시다. 용대리 덕장의 그 유명한 황태구이를 점심으로 먹고 8km의 백담사 트래킹을 시작한다.
백담사 계곡은 못이 100여개가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은 눈과 얼음으로 덮인 하얀 계곡이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하얀바위에 흐르는 코발트색 못은 국내 제일의 아름다운 계곡이다. 굽이굽이 오르락내리락 친구들과 잡담하며 2시간여 눈길을 걸으니 벌써 백담사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으로도 유명하지만 전두환 전대통령의 유배지로도 더 유명하다. 지금도 유배중 살았던 방이 공개되어 있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무상함을 우리에게 알린다.
백담사는 특이하게도 평지에 지어진 절이다. 구곡담 계곡과 수렴동 계곡에서 흘러 내린 풍부한 물가에 자리잡아 전망이 좋고 마음이 시원한 절이다. 또한 전국에서 몇 안되는 스님들의 정진 도장이며 동안거(음10.15~1.15) 하안거(음5.15~8.15)를 행한다. 안거중에는 고승들은 하루 한끼만 공양하고 잠도 안자고 용맹정진 하는것이 특징이다.
백담사는 신도와 방문객에게 템플스테이 명목으로 1인 3식에 15,000원 받고 숙식을 제공하며 방은 따뜻하고 절 음식은 특이한 맛이 있다. 그보다 더 감동은 저녁 6시부터 이어지는 스님들의 법고 소리와 넓은 계곡에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는 세속에 찌든 중생들에게 무한한 안식을 주고 찌든 마음을 달래준다. 나도 이 소리를 들으려 일년에 몇번씩 여기에 온다. 그래서 백담사에 들어가는 다리 이름이 세심교 인가보다.
방배정을 받고 보니 전대통령이 유배시 사용한방의 바로 옆방이다. 5시에 저녁 공양하고 방에 들어가니 방바닥이 뜨겁다. 7시경 나하고 잘아는 선감스님(동안거 스님들의 대장스님)이 방에와서 불법 수행과 인간 삶에 대하여 1시간여 대담을 나누었다. 수행을 많이한 스님이라 아는것도 많고 많은것을 느끼게 한다.
아침6시 공양을 마치고 7시에 12km거리의 대청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등산로에는 눈이 많지만 아이젠을 찰 정도는 아니다. 대청봉 겨울 산행은 모두 초행이란다. 특히 윤영상군은 37산우회 회장을 맡아 회장의 기백을 살리고 회원들에게 귀감을 보이려고 왔다고 그 특유의 유모어를 섞어가며 웃기고 조남진군은 디스크 수술로 허리에 철박킹을 2개나 박고서도 참여하는 용기를 보이고 박찬운근은 수십년 경력의 등산 베테랑이고 백수산우회의 창립 총무로 장기집권중인 독재자?라 쉽게 산을 오른다. 영시암을 지나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 구곡담 계곡을 오르는 길은 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한가한 등산로다. 3년전 메미가 이 계곡을 휩쓸고 간후 철계단과 다리 그리고 비탈길를 인공길로 만들어 등산 하기는 쉬워 졌지만 진정한 등산의 맛은 예전만 못하다.
쌍폭을 지나 봉정암 깔딱고개에서 몇 번을 쉬고 봉정암에 도착한 것이 12시다. 5시간만에 눈길을 그것도 70객들이 오른것이 자랑 할 만하다.
봉정암은 해발 1400m 정도에 있는 절로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있는 5개 사찰중의 하나로 불자들 사이에서는 일생에 3번 이상 순례하고 보시하면 극락에 간다는 설이 있어 석가탄일 전후에는 하루에 천여명씩 찾는 유명한 절이다. 나는 수십번을 왔으니 극락은 문제 없으리라....
봉정암은 12시까지 순례객이나 등산객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래서 점심공양 시간에 맞추어 열심히 올라왔다. 점심은 미역국에 밥을 말고 그위에 김치 몇조각이 전부 이지만 그 맛만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정말 꿀맛이다. 하기야 5시간을 올라왔으니 무엇인들 맛이 없으랴....
봉정암 진신사리탑에서는 설악산 서남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좌측으로 용아장성, 우측으로 공룡능선, 뒤로는 중청봉 귀때기 청봉등 백담사에서 등반 시작할 때 저멀리 보이던 봉우리와 능선들이 눈위나 발아래 그림처럼 펼쳐진다. 높은산은 이런 맛으로 다닌다.
점심먹고 아이젠차고 소청봉으로 오른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바람도 쎄지며 깔딱고개에는 눈도 많이 쌓여있다. 힘이드는지 윤영상군의 유모어도 사라지고 박찬운군만 힘이 남아 앞에 오른다. 한참만에 소청산장에 도착하여 따뜻한 커피 한잔씩하니 살것 같다. 이 한잔의 봉지커피 맛이 감동 그 자체다.
오후 3시 중청대피소(대청봉산장)에 도착했다. 겨울에 눈쌓인 길을 아이젠을 차고 그것도 70노객들이 8시간만에 백담사에서 대청산장에 오른것은 자랑이 아닐수 없다. 대단한 노익장들이다.
오후 4시에 방배정을 받고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는 옛날 군부대 내무반이 2층으로 되어 있다고 보면된다. 침상은 세로180cm. 가로 70cm. 바로 누우면 옆사람의 어깨가 서로 닿는다. 윤영상군이 관리실에가서 사정하여 한자리(70cm) 를 확보하니 한결 넓다. 대피소는 예약제로하며 예약은 인터넷 으로만 되고 예약시 선불이 원칙이다. 대피소에는 생수와 라면 과자 등 몇가지를 팔며 가격은 시내의 3배정도 된다. 하기야 헬리콥터로 가져오니 그거라도 파는것이 다행이다. 겨울철은 난방을 해주며 담요 한 장을 1,000원에 대여 해준다. 또 식사는 취사장에서만 가능하며 각자 해결한다. 취사장은 30~40명 정도 수용 가능 하므로 정원 230명의 대피소 인원이 먹으려면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오후 5시에 저녁을 시작하여 돼지고기 김치찌개에 스팸과 신라면 그리고 각종 양념을 넣고 끓인 찌개의 맛은 환상이다. 이찌개는 내가 수십년 낚시와 여행을 다니며 배운 노하우다.
실내는 9시에 소등 하므로 잠없는 사람은 소등시간 기다리는것이 힘들다. 오늘은 힘들게 올라와서인지 쉬 잠이 들었다.
오늘 대피소는 만원이다. 거의가 30,40,50대의 중장년층으로 한참 일할 나이에 평일에 산장이 찬다는 것은 요즘의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반영 하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언제 이들이 직업 현장으로 돌아갈지 누워서 기원해 본다.
새벽 4시반 기상하고 아침해 먹고 설거지(종이로)하고 청소하고 담요 반납하고 건양치질(물없이하는)하고 배낭 분담하여 대피소를 나오니 7시다. 날씨는 영하 10여도 바람은 날아 갈듯이 분다. 대청봉 까지는 30분을 오르고 해맞이는 7시30분이지만 구름이 끼어 해맞이는 틀렸다. 가까스로 대청봉 정상에 오르니 발디딜틈없이 사람이 많다. 이들은 야간산행으로 한계령이나 오색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거의 등산 매니아들이다.
대청봉(1708m)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배터리가 엥코다. 사진도 못찍고 하도 춥고 바람이 불어 8시부터 하산이다. 오색까지는 거의 45도의 경사로 반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고 반은 눈없는 울퉁불퉁한 돌길이다. 윤영상군은 이이젠이 부실하여 넘어지는 횟수가 잦고 조남진군은 스틱이 없어 무릎이 고통스러운 모양이다. 이길은 돌을 거꾸로 박아놓아 악마의 길로 통한다. 그래도 박찬운군은 맨앞에서 선도한다.
대청봉 떠난지 3시간만에 오색약수에 있는 그린야드 호텔에 도착했다. 참으로 놀랄만한 산행이다. 70노객들이 어디서 그런 힘이 솟을까 신기하다. 호텔에는 한국에서 시설이 제일 좋은 사우나가 있다. 사우나 끝나고 산채나물정식에 맥주와 소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며 건배하니 이제야 피로가 스며든다. 1시 30분에 오색을 떠난 버스에서 3시간을 푹 자고나니 동서울터미날이다. 그래도 그냥 헤어질수 있나? 호프집에 들러 생맥주로 건배하며 해단식을 마치니 지난 2박3일이 꿈처럼 아름답다. 다음 지리산 종주산행(3박4일)을 기약하며 또 같이한 친구들의 건강과 남은 여생이 즐거울수 있기를 기원하며 다시한번 건배.....
추서 : 대청봉산행 할 친구들을 위하여 좀 자세히 썼으며 지리산 종주산행에 관심있는 분 연락바람.
첫댓글 참으로 부러운 70노객들의 산행기로군, 봉정암 미역국과 김치, 돼지고기김치찌게신라면탕, 얼마나 맛있었을까 ? 달랑 6명으로 버스를 통째로 독점하면서 에너지과소비의 양심의 가책, 한참 일할 나이의 등산객들로 산장이 꽉 차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경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우국지정, 모두가 공감이 가는 나라사랑의 마음이 느껴지네, 네사람의 노익장이 부럽고 네 사람의 우정이 아름답군 승표, 산행기 정말 재미 있었어 봉정암 등정은 아니더락도 승표는 죽어서 극락은 떼 놓은 당상일꺼야 평생에 많이 쌓은 무슨 보시의 공덕만으로도 .....
우선 네 노객의 용기 있는 산행 실행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부실한 허리,아픈 무릎,초행 길 ,한 겨울, 눈길 등등의 모든 악조건을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의지 하나만으로 극복하고 뜻깊은 추억의 황혼 등산을 이룩한 네 사람의 성취감이 얼마나 컸을까 생각하며 그 일행에 합류못한 우리 네들이 초라하게 보이는구려! 오색 그린야드 호텔 사우나하고 마신 맥주와 소주맛을 상상해보네. 이 산행을 계획하고 인도하느라 수고한 이승표친구,또 용기있게 끝까지 잘 따라준 윤영상,조남진,박찬운 친구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승표야, 대청봉 산행기를 읽으니 무언가 확터진 시원한 기분이 드는구나. 산행기는 바로 우리 승표 그 자체! 함께 한 세 노건각들 우리의 자랑이기도 하지! 승표야, 종종 시원한 산행기를 볼 수 있게 해 다오. 벌써부터 네 지리산 종주 산행기가 기다려지는구나. 히말라야 사나이, 우리 이 승표 화이팅!
무쇠의 건각들이 다 뫃였군. 내게는 제작된 영화속의 스토리 같군. 모두 장하구나.
참 장하다. 그리고 참 부럽다. 자세하게 쓴 산행기를 마치 내가 등산하는 마음으로 숨 죽이고 읽었다네. 설원에서의 사진들도 내 마음을 설래게 하였오. 눈덥인 대청봉에 오른 네 친구들 금년에 만사형통 할겄이요.
이승표, 조남진, 윤영상, 박찬운군! 그대들은 금세기 최고의 멋쟁이들이야!!! 백담사 -->구곡담계곡-->봉정암-->소.중.대청봉-->오색에 이르는 대청봉 종주 겨울 산행을 70대에 멋지게 해냈으니 부럽기 한이없네!!!
산행기 자세하게 올려주어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하여 감사. 그 때 돌아와서 안내에 수고한 친구에 감사함을 전하지 못하고 이제 새삼 감사함을 전하네. 참으로 빈틈 없는 계획에 잘 진행된 산행이 아니었나 하네.!
승표야, 건성으로 산행을 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자세히도 살폈구나. 초보자를 무사히 등반하게 하느라 수고도 많았고 배려도 많았다. 그래서 고마운 거지. 지리산 종주 때에는 덜 부담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일 집에 오면서 지인을 만나도 그냥 산에 다녀오느냐만 물어 보아 섭섭했다. 어느 산에 다녀오느냐고 물어야 대청봉을 올랐었다고 뽑낼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