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율법을 잘 지키기 위해 그 율법의 내용을 해석하여 실제 생활에 적용되는 규례로 만든 여러 유대법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할라카”(הֲלָכָה, Halakha)라고 합니다. 할라카에는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규칙 39개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씨를 뿌리거나, 추수, 탈곡 등을 하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애굽기 34:21에서도 안식일에는 밭을 갈거나 거두는 일도 하지 말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밀밭 사이로 지나가면서 밀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비어 먹었습니다(1절). 율법에서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남의 밭에서 손으로 이삭을 잘라 먹더라도 죄로 여기지 않지만, 문제는 이 날이 안식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바리새인들이 이것을 보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다며 지적합니다(2절).
이에 대해 예수님은 다윗이 사울 왕에게 쫓겨 다닐 때 놉(Nob)에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Ahimelech)의 도움으로 하나님께 올렸던 진설병(陳設餠, Consecrated bread)을 받아 자기와 함께하는 자들과 먹었던 사무엘상 21:1~6의 내용을 언급하시면서(3절, 4절), 인자(人子)는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5절). 이 내용을 기록한 마태복음 12장에서는 5절과 6절에서 “5또 안식일에 제사장들이 성전 안에서 안식을 범하여도 죄가 없음을 너희가 율법에서 읽지 못하였느냐? 6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 있느니라”라는 말씀도 기록되어 있는데,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여러 행동들이 있지만, 안식일에 제사장에 그 직무를 행하려면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행하여야만 한다는 것을 지적하시면서(민 28:8, 9),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곧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메시아이시기에 안식일에 관한 규칙에 예외가 된다는 것을 시사(示唆)해 주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안식일이 되어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에 그 회당에 오른손 마른 사람이 있었는데,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이 안식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병자를 고치시는가 주목하여 보았습니다(7절). 같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마태복음 12장을 보면 이들이 예수님께 안식일에 병 고치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이 예수님이 안식일의 규례를 어겼다고 고발하기 위해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아셨지만, 손 마른 사람을 고치셨습니다(8절, 10절). 손 마른 사람을 고쳐주시기 전에 예수님은 그들에게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9절)라고 물으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에 명백한 답변을 하기 어려웠던 그들은 화가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지 서로 의논했다고 11절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내용은 소위 “안식일 논쟁”이라고도 불리는 내용입니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그 이전 사건인 세리 레위(마태)를 제자로 부르시고, 레위의 친구들인 세리들과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는 것을 지적하였을 때 예수님께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는 말씀과 이어지는 기록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율법 조항에 매여 있었습니다. 그러한 율법 조항을 하나님께서 왜 그렇게 만드셔서 지키게 하셨는지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율법의 조항들을 지키기 위해 더 세세하게 규례들을 만들어서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이 더 정결하게 살아가도록 하고, 이스라엘 공동체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세워져 가기 위해 만든 율법의 정신을 무시하고, 그저 그 율법을 어떻게 지키느냐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도 오히려 더 옭아매어 정죄하고, 비방하기에 급급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종교적이 되기 쉽고, 종교적이 되면 정작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경직되어 교조적(敎條的)이 되기 쉽습니다. 그러면 본질을 잃고 비본질적인 것들에 더 매이기 쉽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를 부지런히 살펴서 하나님의 뜻을 찾아 그 뜻에 합당하게 따라 살아가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