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피트니스] 주호민과 특수교사를 위한 변명 (하)
50년전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좋아했다
주호민 작가는 그동안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의 작품을 많이 만들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었다. /연합뉴스
# 50여년 전과 지금 학교 상황은 너무나 달라졌다. 옛날에는 ‘폭력교사’ 악덕교사’도 적지 않았고, 비리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긴 했지만 선생과 학생, 학교와 학부모간 기본적인 신뢰 관계는 존재했다.
그러나 이제는 대화조차 없이 살벌하게 녹취-고소-재판-처벌로 이어지는 사회가 됐다.
어떤 사건을 이분법으로 놓고 누가 옳고 그르다고 보거나, 한 사람을 한 사건・상황・몇 마디 말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기에 인간은 너무 복잡하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세상에 선인과 악인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선과 악이 뒤섞여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서도 악의 모습을, 반대로 내가 혐오하는 사람에게서도 선의 모습을 발견할 때도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의견들이 구구하지만 나는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나, 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모두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특수교사 입장에선 다른 학부모들과 주호민 부부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운 데다 장애 어린이를 지도하는 과정에서 왜 힘든 상황이 없었을까.
그런 데서 나온 감정적인 말들을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면 우리는 각자 자기 가족들에게 평소 어떤 식의 언행을 해왔는지를 곰곰 되새겨 보기 바란다.
장애자 자식을 둔 부모로서 주호민 부부의 안타깝고 절박한 마음을 이해해보고 싶다.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식을 감싸고 싶은 마음,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욱하고 이런 저런 행동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이번 일이 터졌다고 평소 사회적 약자를 생각하며 휴머니티 넘치는 작품을 만든 작가의 따뜻한 인성마저 ‘빌런’으로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돌이켜보면 과거 학창시절, 나도 정말 각양각색,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났었다.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우린 때로 실수도 하고, 일탈행위도 했다. 서로 미워도 하고, 좋아도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나는 어른이 돼 갔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