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912년 재선 유세 중 저격을 당했다. 권총 탄환이 가슴에 박혔는데 쓰러졌던 그는 곧 일어섰다.
땅에 떨어진 모자를 직접 주워 “괜찮다” 며 흔들어보였고 범인을 붙잡아 린치하는 지지자들을 말린 뒤 그를 불러다 “왜 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해부학자였던 루스벨트는 기침이 나지 않는 것을 보고 탄환이 폐를 건드리진 않았음을 알았다고 한다. 병원 대신 유세장으로 가서 연설을 강행했는데 이렇게 시작했다.
“여러분 최대한 조용히 해주세요. 제가 방금 총에 맞았거 든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워싱턴 거리에서 차에 오르다 총격을 당했다. 방탄차에 맞고 튄 탄환이 왼쪽 겨드 랑이를 파고들었다.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총에 맞은 줄 몰랐던 그는 응급실에 들어선 뒤에야 한쪽 무릎이 꺾이며 쓰러졌다. 생사의 고비가 닥쳐왔지만 후일담은 각종 농담 으로 채워졌다. 상처를 살피려 양복을 잘라내는 의사에게
“비싼 옷인데…” 하면서
투덜거리더니 부인 낸시 여사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여보(총알)피하는 걸 잊어 먹었어.”
총에 맞은 뒤 루스벨트는 연설을 남겼고 레이건은 농담을 남겼는데, 이번에는 총 맞은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은 사진을 남길 듯 하다. 총격 직후 그를 에워싼 경호원들이 서둘러 방탄차로 데려가려고 할 때 트럼프는
“wait, wait, wait (기다려)…” 하고는 곧 바로 강렬한 몸짓을 시작했다.
피묻은 얼굴로 마침 주먹을 높이 쳐들었을 때 “싸우자”고 외치는 입모양이 마침 뭔가 호소하는 표정을 그려냈을 때 그 얼굴위로 또 마침 성조기가 한껏 펄럭일 때 AP 사진 기자가 셔터를 눌렀다. 연출을 했어도 이보다 극적인 앵글 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외신은 그의 본능이 만들어낸 사진이라 했다.
이미지의 강렬함이 논리의 정연함을 압도하는 시대에 트럼프는 가장 강렬한 사진을 얻었다. 이 한 컷이 세계사 를 바꾸게 될지 모른다. 트럼프 같은 이에게 이런 사진을 허락한 것이 운명의 장난이라면 그 운명은 참 못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