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즘 온통 뜨거움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최악의 폭염을 능가하는 그야말로 역대급 폭염속에 놓여 있습니다. 폭염은 서민들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나름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중인 대중교통으로 인파가 몰려 거리의 차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냉방이 가동중인 동네 주민센터나 지하 공간에 사실상 피서인파가 몰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래도 낮에는 갈 곳도 있고 살벌한 더위를 피할 곳도 있지만 밤에는 그렇지 못합니다.서울지역만해도 벌써 40일 가까이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은 그렇지 않겠지만 서민들의 경우 밤에도 에어컨 작동이 상당히 부담이 됩니다. 비싼 전기값에 다른 물가도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22일은 처서였습니다. 처서는 폭염이 멈춘다는 절기입니다. 모기의 입이 삐뚤어지고 들판의 풀도 힘을 잃고 누런 색을 띠기 시작한다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현 상황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특보에 지쳐 이제 짜증낼 힘도 없는 상황입니다. 여름철 한반도 날씨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해양성 아열대 기단으로 고온다습하며 한반도에는 주로 여름철에 대단한 영향을 미칩니다. 대체로 장마가 끝난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반도주변에 큰 영향을 발휘합니다. 한여름에 열대야를 야기하는 것도 북태평양 고기압때문입니다.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기 때문에 밤에도 공기중에 많은 열을 저장해서 열대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올해는 이 북태평양 고기압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폭염이 지속되고 한국에 피곤한 열대야를 지속시키는 것입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태풍에도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합니다. 필리핀과 대만 주변의 거대한 바다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 바로 태풍입니다. 바닷물의 따뜻한 해류로 부터 증발한 수증기가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며 이때 상승기류의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서 발생하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현상을 태풍이라고 합니다. 태풍은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면서 주변 해역을 휘젓고 다닙니다. 하지만 태풍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이 바로 북태평양 고기압입니다. 그런데 북태평양 고기압이 일본 남쪽 해상에서 꿈쩍도 않고 자리를 잡고 있으니 태풍이 통과하지 못하고 피해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경우 태풍은 한반도쪽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일본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요즘 발생하는 태풍이 거의 대부분 일본으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1910년 8월 한일강제병합 국치일과 1945년 광복절 사이에 한반도 주변에서 자행됐던 일제 만행의 희생자 원혼들이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되어 한반도로 태풍이 올라오지 못하게하고 대신 일본으로 향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태풍이 주로 일본으로 향하는데는 북태평양 고기압도 주된 요인이지만 일본 주변 해역의 온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현재 28도정도입니다. 태풍은 따뜻한 해수에서 발생하고 발달합니다. 일본 주변이 태풍에게는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아주 좋은 먹이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또한 지구 자전의 코리올리효과도 태풍이 일본으로 향하게 하고 있습니다. 코리올리 효과는 지구 자전에 의해 북반구에서 태풍의 경로를 오른쪽으로 휘게 만듭니다. 일본은 북서태평양의 끝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태풍이 자연스럽게 일본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상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금 발생한 10호 태풍 산산도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해양대기청이나 유럽중기 예보센터 등 세계적인 기상 예측기관들이 거의 모두 산산이 일본 규슈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쿄나 오사카를 직격하고 일본 중심을 관통한다고 예보하고 있습니다. 이번 산산은 일본 전역을 강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8월 말 태풍이 일본 전역을 강타하는 것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을 듯 합니다
이번에도 태풍이 한국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번 강력한 세력이 한반도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타해줘야 지긋지긋한 폭염이 사라질 것같은데 말이죠. 지난 2018년 역대급 폭염때도 처서때 태풍 솔릭이 한반도로 상륙해 열돔을 강타해 분쇄시키면서 폭염이 사라진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하지만 당분간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듯 합니다. 정말 역대급 폭염속에 하다하다 태풍을 기다리는 상황까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태풍에 많은 인명피해와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북태평양 고기압에 감사를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인들은 왜 올해는 태풍이 한국으로 가지 않고 일본으로만 오느냐고 한탄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올해 여름은 태풍으로 일희일비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8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