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가 되었는데 아이들이 몰려온다.
유아부부터 7학년까지 모두가...
7시 반에 시작하는 실로암 학교 8.15 기념 행사를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 모두가 흰색 옷에 흰 운동화, 그리고 손에 조그만 인도 국기 하나씩 들고 양 손목에는 인도 국기의 상징인
3색 밴드를 두르고 등교했다.
선생님들도 예쁜 옷이지만 3가지 색이 들어간 옷을 걸치고 나와 경축 행사에 힘을 실어준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넨다, ‘Happy Independence Day! 라고...
마치 새해나 성탄절에 나누는 인사처럼 악수까지 하며 자축 인사를 하는데 밝고 기분 좋은 인사다.
아이들 말투에 기쁨이 있고 자부심이 있다.
정확히 7시 반에 행사를 시작했는데 북소리에 맟춰 아이들이 행진을 하고 운동장에 입장한다.
다 함께 정렬해서는 국기를 향해 단체 경례를 하며 국가를 부른다.
매일 아침 조회때 인도 국가를 부르지만 오늘은 아이들 목소리에 유난히 힘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니 자기 나라에 대해 무한한 애국심이 있어 보인다.
아니, 이런 행사를 통해 없는 애국심도 마구 생길 것 같다.
앞에는 유아부 아이들 9명이 인도 독립 영웅으로 분장하고 앉아 있다.
간디, 네루, 파탈, 싱... 여성 투사 두 명도 있다.
간디 역의 아이는 아예 머리를 빡빡 밀고 왔다.
그리고 맨발에 지팡이에 커다란 원형 안경까지 쓰고서...
경축 행사라 모두가 밝고 얼굴에 즐거움이 있다.
춤도 있고 노래도 있다.
당장 밖에서는 학부모들이 그 모든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분장한 선조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 공부가 되고 저렇게 멋진 인물들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는 생각에 보는 이들의 애국심도 마구 자극할 것 같다.
이날이 경축일이라 매년 관공서마다 학교마다 기념행사를 한다.
오랜 기간 영국의 통치하에 있다가 해방된 날이 너무 기뻐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Freedom Fighter 라고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많은 이들에 대한 감사와 경외심 때문에
이날의 감격을 그냥 넘어가기에는 양심이 허락지 않은 모양이다.
경축일을 단지 휴일로 치부하며 놀러가기 바쁜 국민은 이들이 가진 애국심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제는 도로에 나가보니 차가 지나가는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오늘 사용할 국기를 파느라 다양한 크기의 국기가 널려있다.
매년 그렇게 국기를 팔지만 그만큼 수요가 많은 모양이다.
집집마다 국기를 달고 지나가는 차량마다 오토바이들도 국기를 달고 달린다.
여기 사람들은 광복절의 기쁨은 해가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쪽은 높은 양반들은 정부의 광복절 행사를 나눠서 하느니 한다는데
나눠지고 쪼개진 마음에 이런 광복의 기쁨이 있기는 한 걸까?
누구를 위한 행사고 무엇을 위한 기념인지 아리송하다.
또 광복절인데도 동네에 태극기 단 집이 안 보이고 또 집에 태극기 다는 것이 눈치 보이는 나라가
이 나라 국민만큼이나 광복이 기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2년 차이는 나지만 8.15일 같은 날이 광복절인 두 나라의 광복절 행사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가난하고 못 산다고, 더럽고 냄새난다고... 또 온갖 악행이 일어난다고 무시하고 욕하는 나라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그런 애국심이 있다.
이들은 이념과 정파와 지역과 종교를 떠나 삼색기 국기 아래 하나로 뭉친다.
오래전이지만 그때 나눠지고 쪼개진 마음과 나눠진 국력 때문에 나라를 잃어버린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때마다 행사 때마다 국기 아래서 하나로 뭉친다.
왜 우리는 같은 날 치루는 광복절 경축 행사를 서로 욕하며 비난하며 치룰까?
왜 나라의 경축 행사를 통해 니편 내편을 다시 확인해야 할까?
선진국이라 자랑하고 이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우리는 왜 우리가 우습게 여기는 이 사람들의 애국심이 없을까?
부끄럽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