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없이 유복자인 8학년 아들과 단둘이서 사는 한 교인이
저녁때에 우리 집에 와서는 가지도 않고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야기 도중에 훌쩍거린다.
금방 갈 줄 알고 선풍기도 틀지도 않았는데 20분 넘게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한다.
남편도 없는 가난한 과부인데 가진 것도 내 놓을 것도... 말도 없고... 그간 베일에 쌓인 분이었다.
몇 번을 보아도 표정도, 말도, 불평도 없고 해서 남편 없고 가난해서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제(240818)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것도 아니다.
쉬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속이 꽉 찬 분이다.
그동안 말 못하고 막혔던 것이 마치 폭발하는 화산재처럼 뿜어 나온다.
속에 맺힌 이야기도 하는데 하는 말들이 모두 가관이다.
15년간 다닌 어느 ㄱ회에 대한 섭섭함이고 또 지금껏 자기가 접했던 목회자들에 대한 섭섭함이다.
큰 ㄱ회인데, 신랑이 죽었을 때 그 ㄱ회에서 오기는 했지만 전혀 도움도 안 되었고
자기 형편을 알면서도 갈 때마다, 얼굴을 볼 때마다 매번 돈 이야기만 한다고 한다.
헌금 이야기가 아니고 자발적인 기부가 아니라 매번 일괄적으로 얼마씩 내라고 한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게 싫어서 다른 ㄱ회로 갔는데 거기서도 또 비슷한 것을 요구하고...
그것 때문에 ㄱ회를 안 나가면 심방을 오기는 하는데 봉투를 줄 때까지 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긴 옷을 입고 다니며... 문안을 받고... 높은 자리에 앉고...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막12:38-40)... 의 현대판인가?
그래서 그게 너무 힘들고 싫어서 시골로 이사했다고 하고는 3개월 전에 아들이 다니는 우리 실로암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간 인사만 했지 대화가 없던 차라 내가 보자고 하니까 은근히 겁이 났던 모양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여기서도 또 돈 이야기 할까 봐 주변에 물어보고 온 모양이다.
실로암은 그런 곳이 아니다 라는 답을 듣고 왔다고 하는데 조금 안심은 하고 왔지만
아들 학비에 보태라며 봉투를 내미니 놀란다.
고맙다고 하면서 하는 소리가 ‘내가 이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ㅎ나님이 ㅁ사님을 통해서 응답하시네요’ 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눈물을 흘리며 그간 맺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는 아들과 마지막으로 먹고 죽으려고 남은 약간의 밀가루와 기름을 선지자에게 준 성경의 어떤 여자 이야기를 한다.
왕상 17장의 사르밧 과부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예전 어느 주일날 자기 수중에 전 재산이 20/ (약 330원)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ㅅ경 내용이 생각나서
한참 갈등하다가도 그 전 재산을 몽땅 헌금해버렸는데 그날 저녁에 어떤 모르는 분이 와서 1,000/ 주고 가더라고 한다.
말씀을 따라 살았더니 ㅎ나님은 그렇게 채워주시더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마지막 남은 밀가루 한 움큼, 약간의 기름, 내일의 소망이 없는 그 과부와 이 집의 삶이 어찌 비슷한지...
작년에 그 집에 가보니 집 안에 아무것도 없다.
단칸 셋방인데 집 안에는 식탁도 침대도 옷장도 의자 하나도 없다.
부엌을 둘러봐도 그릇 몇 개만 있고 전자, 전기 제품은 하나도 없다.
집 안에 있는 가구는 앉은뱅이 상 하나, 그 위에 작은 브라운관 TV 하나가 있는데 그게 아마 재산 목록 1호인 것 같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집안이라 먹는 것 외에 달리 쓸 여유가 없는지 가난이 철철 넘쳐흐른다.
30년 전에 가난한 우리 교인도 그렇게 가난하게 살지는 않았는데...
또 근처에 사는 그 집 주인은 자기 허락 외에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지 말라고 해서
그 사람이 없는 사이에 성탄 방문을 했던 집이다.
신랑이 없다고 해서 그런지 세든 사람 집에 손님 하나 못들이게 한다.
가난하고 의지할 때가 없는 과부는 이리저리 치이고 또 서럽고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삶이다.
여기서 7학년을 마치고 8학년이 되어 옮겨간 아들 학교는 시설은 열악한데도 실로암 7학년때 학비의 3배가 넘는다.
그 엄마는 어느 학교에서 사환으로 일한다는데 실로암에서 청소하는 분 보다 훨씬 적은 임금이다.
적은 수입으로 아무런 보호막이 없이 아들 데리고 살아가는 그녀의 현실은 너무 버겁다.
왜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녀에게 계속 돈을 요구할까?
혼자서 아들 하나 붙들고 악착같이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데도 그녀는 왜 그 생활을 벗어날 수 없을까?
그것 때문에 저녁에 몇 군데 가정부 일을 가야 하고 그래도 숨이 벅찬 삶이다.
그래도 내색도 않고 도와달라고 나한테 손 내밀지도 않은 사람이다.
작은 봉투 내밀며 내색을 하지 않고 금방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의자에 않지도 않고 그간 맺힌 이야기를 끝도 없이 늘어놓는다.
그녀가 우리 집에 와서 그렇게 훌쩍거리는 이유는 내가 그녀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 아들이 1학년부터 7학년까지 실로암에 다녀 몇년 간 학비 감면은 해 주었지만 다른 학교,
또 상급학교에서 가지는 학비 부담은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아들 학비라도 좀 도와주려고 불렀다.
감사하고 놀랍다며 만나자마자 울더니 서러운 이야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간증까지 하고 갔는데
갈 때까지 눈물로 이야기를 한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신앙이 있는 분이다.
그린고 그녀 이야기를 듣던 우리 둘이는 적은 돈으로... 그 어렵게 사는 여자를 울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