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하면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래된 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재열이 동네도,윤갑이 동네도,용산 동사 있던 곳도,수남동 초입에도 큰 나무들이 있었지요.
아마 지금도 있겠지만.
율대리는 이게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가신 내 백부님이 내게 동네 어귀에 큰 나무를 한그루 심어라 이런 당부를 하셨댔는데.
촌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질 않고,땅도 확보하기 힘들어서 관뒀었습니다.
얼마전 숙모 돌아가셨을 때 동네 한바퀴 돌면서 그 생각을 했댔는데,그때 심었으면 지금 당동가는 큰길 내느라 뽑혀나갔을 것 같기도 하고,동네사람들이 정이 들었다고 이식을 했을 수도 있겠고.
그 나무밑에 정자라도 있으면 요즘 동네마다 다 있는 노인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요.
겨울에는 힘들지만 날씨 좋으면(더워도) 그 밑에 모여 장기도 두고,막걸리도 한잔하고.
누구집 아들이 출세했다더라 이런 얘기도 하고,근거없는 누구 바람 났다더라 그런 얘기까지.
철수가 휘파람 불어서 순이 꼬셔내서 간지러운 말 하는 곳이 되기도 했을 것이고.
이 정자는 비어있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야 좋구요.
일 바쁜데 누가 정자밑에서 잡담이나 하고 지냅니까.
손이 열개라도 모자라는데 할배,할매 손도 다 거들어야지요.
우리 카페가 그 정자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손님이 없는 날이 많지만 간혹 손님이 오면 고담준론이 오가기도 하고,
내 얼굴 거울로 보는 것 같은 친구들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나는 못가는 고산준령에 데려다주기도 하고,
수준급의 수필들을 올려주기도 하고.
요즘은 뭐든 짧게만 하는것이 대세라 한줄로 써야 팔립니다.
틱톡이네,쇼츠네,숏폼이네 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인데 참 정내미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어거지 비유를 하면
3개국어가 섞인 말이 '엔진 조오시 좋다' 하는 말이 있지요.
그걸 요즘 숏폼으로 하면 '엔조좋" 뭐 그렇게 될 것 같은.
글로 쓰는 것도 더 줄여줄라고 홀라당 벗은 여자들 사진을 내세우는 상술도 엄청 많습니다.
무슨 게임은 여자애들이 알몸에 갑옷 걸치고 하는 싸움만 나오고.
전쟁은 다 미소녀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자도 잘생겨야 처주는 세상이고.
요즘 나지않길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오늘의 횡설수설 끝.
첫댓글 거의 매일이다 싶이 정자나무 아래서 빈둥거려 죄만스럽습니다.
영양가 없는 새실이나 한줄 걸적거리다,
어떤 때는 뭐 없나 싶어 휘익 눈으로 한번 훌터 보고 가고...
우옛든 심심한 백수, 놀이터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요.
정자나무 얘기가 나오니, 오늘 산행하고 신월리 장어집에서 점심 먹고 친구 형률이 집 가는 길로
올라오니 동네 어귀에 너무 멋있는 정자나무 한 그루가 있어, 그 밑에서 좀 쉬고 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자나무 있는 동네는 멋진 풍경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옛 선조들이 낭만이 넘쳤던 모양입니다.
동네 입구마다 정자나무 없는 동네가 없으니^^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