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에 증시 요동… 배당주-리츠 눈여겨보라”
주요 자산운용사 CIO의 투자 조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치솟는 물가, 미국발 금리 인상 등 3대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올 들어서만 시가총액 121조 원이 증발하고 원-달러 환율이 25원 넘게 급등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주요 자산운용사의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이 급변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적고 안정적인 배당금을 노릴 수 있는 배당주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 “증시 끌어내릴 악재 많아”
6일 동아일보가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의 CIO를 설문한 결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원자재 가격 등 국내외 물가를 자극해 증시 하락세를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15.68달러에 마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 주간 26% 이상, 올 들어 52%가량 폭등했다.
심효섭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플레이션”이라며 “국제유가가 120달러를 넘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전쟁발 인플레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투자 심리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CIO는 “증시를 끌어내릴 변수가 너무 많다”며 “올해 코스피는 2,600∼3,000에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구용덕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부문 대표는 “확전까지 가지 않고 지금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상존하는 변수가 되면서 증시도 적응할 것”이라고 했다.
○ “리츠, 배당펀드 등 배당 상품으로 대응해야”
CIO들은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타격을 받을 업종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이사 겸 삼성자산운용 CIO는 “석유화학, 모빌리티 업종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라며 “실적이 양호한 반도체나 여행, 항공 등 리오프닝(경제 재개) 관련 종목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했다. 다만 구 대표는 “반도체 핵심공정에 사용되는 네온, 크립톤 등은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관련 업종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CIO들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배당형 상장지수펀드(ETF)나 고배당주 펀드가 유망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기능이 있고 배당금도 받는 리츠도 많이 추천했다. 심 상무는 “리츠나 배당형 ETF처럼 변동성 장세에도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유용하다”고 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관련 펀드나 채권형 펀드의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개별 상품으로는 선진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글로벌리츠’, 배당주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인 ‘삼성배당주 장기펀드’와 ‘KB STAR 대형고배당10TR’, 미국 가치주에 투자하는 ‘KINDEX 미국 WideMoat 가치주 ETF’ 등이 추천됐다.
이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