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일이 무엇일까요? 아니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선순위로 해야 할 일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부터 할까? 사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대부분 죽음을 준비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내내 살아갈듯이 살고 있습니다. 혹 몹쓸 병이라도 걸려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러 죽음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요? 웬만해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기분부터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하고 살고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설마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비명횡사할까보냐? 그런 일은 없으리라 확신(?)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기야 남길 것도 별로 없는데 무슨 준비가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혹 많은 재산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뭔가 구상을 해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행여 나중에 재산분할 때문에 가족들 사이에도 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종종 현실 속에서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 해도 돈이 개입되면 마음과 생각이 달라집니다. 극단적으로 나가면 가족의 의도 저버리게 됩니다. 너 없어도 돈만 있으면 괜찮아 하는 심보지요.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돈이 사람보다 훨씬 삶을 편하게 해줍니다. 사람이 없어도 그냥저냥 살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정말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돈이 하나님 구실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들 아홉에 딸 하나, 그런데 아들들 다 제치고 자기 전 재산을 딸에게 상속시키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더구나 딸은 세상과 등돌리고 수녀가 되려고 수련 중에 있습니다. 그런 딸을 불러들여 자기 재산을 다 물려주겠다고 합니다. 사실 일단 수녀로 평생 서원을 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물론 ‘파계’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평생 마음의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서원하고 깨는 경우니까요. 아담의 죄를 그대로 짊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침 아직 수련 중일 뿐 서원까지 한 단계는 아닙니다. 조금 갈등을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세상으로 도로 나오기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수녀원장에게 청원서를 보냅니다.
어떻게 부를 축적하였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그리 의로운 길을 걸으며 모은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래서 적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늘 암살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행운을 떠안고 사는 사람도 가끔은 있습니다. 몇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정말 죽었다 살아나는 경험을 합니다. 그런 속에서 정말 죽음의 위협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재산을 넘겨줄 상속자를 택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많은 아들들을 제쳐두고 세속을 떠나 살려는 딸을 불러다 상속 계약을 하려는 것일까요? 이야기 속에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 아들들을 믿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녀석들이 과연 내 자식이 맞는가? 거참!
아비 ‘자자’는 그래도 딸 ‘리슬’은 믿는가 봅니다. 그럼에도 리슬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비는 극구 부인합니다. 그러면 사랑했나요? 사랑은 모르겠는데 좋아는 했지. 다른 자식들은 어떻게 낳았을까요? 아들 아홉 중에 같은 어머니는 몇이나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리슬은 그 어머니들도 아버지가 살해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기야 그 말을 들으니 직접 살해하지 않더라도 남을 시킬 수 있는 자리에 있기도 합니다. 뭐 이런 사람이 있는가 싶지만 이 두 부녀가 사업과 상속 문제를 의논하며 함께 위험한 순간들을 지나며 사이가 좋아집니다. 어태 믿어왔던 일들의 사실을 알게 되니 신뢰가 회복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돈은 악마이기도 하고 묘약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돈에 생명을 겁니다. 그래서 죽고 죽이고 합니다. 많은 이야기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돈 때문에 살인이 발생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전쟁도 불사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세전쟁도 결국 돈 때문입니다. 비단 개인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람도 돈이 필요하고 나라도 돈이 있어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기야 수녀원장도 돈이 필요해서 쉽게 리스를 놓아줍니다. 돈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돈으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야말로 악마이기도 하고 천사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세상 모든 일에 돈이 들어갑니다.
또 한편 우리들 속에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목숨을 거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욱 하는 감정의 폭발로 뜻하지 않은 폭력이 발생하고 살인까지 일어납니다. 누가 이기는지 지는지 궁금해서 결투를 벌입니까? 아무튼 그런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세상이고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니 정말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결국은 돈을 사이에 둔 자자와 ‘누바’ 두 형제의 싸움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상속계약은 아마도 오래 유예될 듯합니다. 때로는 아주 쉽게 세상을 떠나기도 하지만 죽음이 그렇게 쉽게 자기 마음대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한바탕의 희극을 만들고는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영화 ‘페니키안 스킴’(The Phoenician Scheme)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보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