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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관망하면서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이회창 두 아들 병역비리 관련한 의혹, 소위 병풍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인식이었습니다.
마치 이회창씨가 두 아들의 병역면탈 의혹에 대하여 완전히 깨끗한 사람이고,
박원순은 이회창씨 아들에겐 천만원 현상금걸고, 자기 아들한테는 가혹하다며 언플하는
파렴치한으로 모는 사람이 많아 제가 아는 선에서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사건의 본질
이회창씨의 두 아들 모두 체중미달로 병역면제였습니다.
큰 아들은 정연씨는 병적 기록 상으로 179cm/45kg였고, 둘째 수연씨는 165cm/41kg이었죠.
해당 키의 면제기준은 당시 병역법 상 각각 49kg과 42kg이었습니다.
팩트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게, 두 아들이 모두 최초 신검에서는 현역 판정, 2차 신검에서는 면제판정을
받았으며 특정 질환에 대한 투병생활 없이 1차 신검에 비해 10kg 이상 줄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정연씨가 근무하던 연구원의 정기신검 결과 상으로 줄곧 50kg 중후반대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고요.
당시 대다수 의사들 179cm/50kg중반대에서 10kg 이상이 단기간에 줄어드려면,
안그래도 엄청나게 마른 편인데 특정 질환을 앓는 환자가 아니고서야 물리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그 때는 강용석처럼 허위 몸무게 정보에 속은 것도 아니고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키, 몸무게 정보를 가지고 논의되었던 이슈라 특이체질 드립에 따른
논란도 없었어요.
# 현상금 루머의 실체
전국이 들끓었죠. 일부 단체가 현상금을 내걸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도 이번에 뜨거운 감자가 됐던
이슈가 등장하는데요. 박원순 시장이 직접 현상금 1,000만원을 내걸었다는 드립이죠.
그러면서, 뉴데일리를 비롯한 보수진영들이 '지가 했던 일은 생각안하고 가혹하다고 하니
가증스럽다'는 논평을 쏟아내었는데....이게 참 재밌습니다...
이회창 병풍 관련 현상금 사태는 두 번 일어납니다.
97 대선 때, 바른정치실현시민연대라는 단체가 '179cm에 45kg이하이면서 건강한 남자'를 찾는다는
신문광고를 내걸죠. 현상금은 100만원이었고 당시 언론들은 그 단체를 줄여서 '시민연대'라 부릅니다.
그리고 두번째 현상금 사태는 02 대선 당시 '병역비리근절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 라는
시민단체가 주도한 1천만원 사태입니다. 97년 대선의 재탕이었죠. 똑같은 조건으로 현상금을 내겁니다.
당시 현상금을 내건 국민운동본부는 민주당 인사(한화갑)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였고,
현상금 천만원은 이 국민운동본부와 '통일연대'라는 단체에서 후원하였습니다.
국민운동본부에 전현직 참여연대 출신들이 몇 있었을 뿐이었고,
참여연대는 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와 커넥션 자체가 없었죠.
아 하나 있습니다. 당시 이회창 병풍에 대한 논란이 과열될 때, 15개 시민단체들이 연합하여
'진실은 규명되어야 한다' 정도의 아주 포멀한 논평을 낸 적이 있는데, 그 15개 단체 중에
국민운동본부와 참여연대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적 있죠.
보수 진영에서 주장하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었으니, 박원순이 현상금을
내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인데 관련 증거없이 그런 주장을 하려면 당시 참여연대가 현상금 사태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이 증명되어야 하거든요. 있지도 않은 사실이 증명이 되나요.
(좀 아까 보도 봤는데 참여연대는 법적 대응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 소설이 어디서 나왔냐를 추론해보면 참 재밌는게,
두 번의 사건 모두 시민연대와 통일연대라는, 참여연대와 아주 이름이 비슷한 조직이 주도했었고요.
02년 대선 때 곁다리로 다뤄졌던 이슈가.. 나영이 수술했던 교수님이 글써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참여연대 사이버 게시판에 한 내과의사가 쓴 글이 화제가 됐었거든요.
소설이 집필되는 과정이 눈에 선하죠...
더군다나 두 번의 현상금 사태 모두 강용석처럼 박원순 시장의 아들과 그 여자친구를 비롯한 주변인을
신상공개하며 턴 것이 아니고요. 동일한 조건의 정상남자를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의 전국구 난리부루스에도 불구하고 결국 못찾죠.
# 박원순 시장이 공개신검을 요구?
이회창씨 아들들의 병역면탈 관련 의혹은 91년 실시된 큰 아들의 신검을 위주로 제기되었습니다.
핵심은 체중감량과 관련된 의혹이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성인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이
당연히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도덕적인 비난만 제기됐지 법적인 책임은 물을 수가 없던 상황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국민신당이었던 이인제가 둘째의 키를 허위로 (169인데 165로 냈다) 올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키를 가지고 시비를 겁니다. 키는 성인이 되서 크게 변하는 경우가 없으니 공개신검하면
된다는 것이 국민신당의 입장이었고요. 그래서 둘째 아들 수연씨의 공개신검이 이루어진 겁니다.
첫째 아들 정연씨는 공개신검을 할 껀수도, 해봤자 의미도 없었죠.
결과적으로 공개신검을 요구한 것은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측이었지, 박원순 시장이나 참여연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습니다. 해당 공개신검도 키만 측정했던 것이었고요.
# 이회창씨는 정말 병풍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당시 이회창씨 병역비리 의혹은 강용석처럼 허위 정보에 혹해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벌어진 원맨쇼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공개된 수도 없이 수정된 누더기 병적기록표 관련된 의혹만
열가지가 넘었어요.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조금만 검색해보시면 나올겁니다.
여기서 김대업이 등장하는데, 김대업으로 간단하게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한마디로
이회창이 병역비리 전문 브로커를 써서 면탈했다고 주장했다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해
징역을 산 사람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만 일단 사기꾼이라
가정을 하더라도 이회창씨가 병풍으로부터 자유로울수는 없죠.
이회창씨는 병풍 관련 의혹에서 비리냐 아니냐, 혹은 불법이냐 아니냐,
브로커를 썼냐 안썼냐에 대해서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당시 국민들이 등을 돌렸던 가장 큰 원인을 잘못짚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쪽같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는데, 대통령을 하겠다는 그런 사람의 아들이 1차 신검에서
현역 판정을 받고 2차 신검에서 10kg 이상 감량하면서까지 군대를 안갔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분노케 한 것이지요.
대한민국 국민들 그렇게 호구 아닙니다. 이회창씨가 그렇게 깨끗하고, 억울한 피해자라면
큰 아들인 이정연씨가 왜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갔겠습니까.
합법일지는 몰라도 국민정서상 위와 같은 이유로 용인이 잘 안되니까 반성의 뜻에서 간거지요.
그 사람 대선 패배 직후 미국으로 돌아간 사람입니다.
#마치며
진영논리에 매몰되면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데, 이 이야기는 물론 보수진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질 저널리즘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자신이 부지런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게시판이 박원순 시장을 비난했던 유저들에게 신경질적으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데 몹시 불편했습니다. 거의 도배 수준이잖아요. 자제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 일전에 김정일 사망 때, 욕으로 도배되서 불편하다는 글을 썼다가 요행히 추게간 사람인데,
거의 양상이 비슷하네요. 물론 아무 내용없이 욕으로 점철된 그 때보다 수위는 낮지만
불편한건 매한가집니다.
진보성향의 유저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는데,
정치문제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으니, 이럴 때는 그냥 담담하게 쓰시는게 더 간지납니다.
* 수정 - 제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이 있어 수정합니다. 큰 아들 정연씨의 면제 판정은 81년이 아닌
91년이었습니다. 하지만 94년부터 97년까지 4년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재직 당시
정기신검결과표가 공개되었을 때, 62kg, 60kg, 57kg, 58kg 였기 때문에 맥락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사실관계 오류 - 전문브로커를 통한 고의 병역면탈을 주장했던 김대업씨는 자기 주장을 입증하지
못해 징역을 살았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김대업씨는 사기죄로 징역을 산 것이고요. 병풍 관련해서는
징역을 산 일이 없습니다. 결국 이회창 병풍사태는 증거불충분으로 유야무야된 사건입니다.
해당 사실 역시 글의 맥락에는 영향이 없어 보입니다.
첫댓글 아... 그렇군요. 친절히 쉽게 정리해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