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밖에서 우리집 문을 두드리길래 나가보니 실로암 유치부 여자 아이, 1학년에 다니는 오빠 남매가 서있다.
그중에 유치부 여자 꼬맹이가 아직 익지도 않은 과일 두 개를 내민다.
하나는 나를 위해, 또 하나는 마담을 주라며, 맘을 주라며...
마담이란 단어가 한국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들리는데 영어권에서 그 의미는 부인, 여사, 사모님... 같은 존칭어이다.
맘(Ma’am, Mam)도 단순히 엄마라는 의미만 아니라 여성에서 붙이는 존칭이다.
내미는 과일을 보니 Guava라는 과일이다.
과바의 겉은 녹색 또는 노랑이고 속은 흰색, 노랑, 분홍색도 있는데 공히 잘 십혀지지 않는 작은 씨앗이 있다.
큰 것은 테니스공 만한 것도 있는데 그건 아직 제대로 자라지도, 익지도 않은 탁구공보다 약간 큰데
비닐봉지에 잔뜩 넣고 와서는 먹고 있다가 내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여기 배고픈 아이들은 자기가 먹는 간식이나 먹거리를 남에게 잘 주지 않는데 무슨 맘에 내 생각이 났을까?
또 그 집 엄마는 아이들 의복도, 학용품만 아니라 간식도 챙겨주지 않는 뺑덕 엄마 수준인데...
이 설익은 과일을 파는 데는 주변에 없는데...
그게 분명 어느 집에서 주인 몰래 따온 것 같은데...
안에서 마담을 주라 하는 그 아이 소리를 듣은 아내는 감동했는지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 아이들을 준다고 뭘 가져온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자기 생일날 우리에게 준 사탕과 초코렛을 모아두었는데
그중에 명함만한 크기의 초코렛 두 개를 들고 와서는 그 녀석들에게 준다.
출처불명의 훔쳐 온(?) 것 같은 물건으로 선심을 쓰다가 예상치도 않은 초코렛을 받고는 기분 좋은지
아이들은 ’Thank you, sir‘, ’Thank you, mam‘ 하고는 기분 좋게 간다.
받기는 했지만 먹을 수도 없는 그걸 어찌할까 하고 있는데 또 누가 문을 두드린다.
나가보니 유치부 그 꼬맹이가 또 같은 과일 두 개를 내민다.
가고 나서 2-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인데 다시 찾아온 것이다.
고맙다고, 필요 없다고 하며 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그 꼬맹이가 한마디 한다.
’Take this... give me chocolate...‘
이 과일 줄 테니 또 초코렛을 달라는 소리다.
허걱!
맹랑하다.
유치 2학년(Upper Kindergarten)에 다니는 가비타,
실로암에서 유아부(Nursery)와 유치 1학년(Lower Kindergarten)를 마쳤으니 벌써 실로암에서 3년차다.
3년 전에 북인도에서 왔을 때는 영어 한마디 모르던 아이였다.
1학년과 2학년인 오빠 둘, 그리고 3학년인 언니가 있는데 그 두 오빠도 보통이 아닌데 이 녀석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큰오빠는 3학년인 자기 누나도 마구 때리는 녀석인데 그 간 크고 용감한 큰 오빠나 언니도 요 꼬맹이한테는 절절 맨다.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도 지지 않는 녀석이다.
어찌 맹랑한지 나도 섣불리 말 한마디도 못 붙인다.
말 한마디 실수하거나 선물이건 먹을 것이든 뭔가 줄 것 같은 분위기로 보이면
이렇게 저렇게 물으며 한참을 물고 늘어지기 때문이다.
여시 같은 느낌이고 몇 년만 있으면 구미호가 될 것 같은 생각이다.
말도 잘하지 못하지만 말이 막히면 베시시 웃으며 눈웃음으로 애나 어른이나 사람들을 요리하는데 눈치도 빠르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조금 전에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고 준 초코렛이 그 과일과 거래로 생각한 걸까?
여기는 한 번 주면 다음번에 또 기대를 하고, 다시 주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는 사회다.
귀엽다고, 예쁘다고 선물 주는 것도 몇 번 심사숙고해서 주어야 하는 곳이다.
아이들과 장물거래(?) 한 번 잘못 했다가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