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한국바둑리그]
▲ Kixx 송태곤 선수(오른쪽)가 승리를 결정지었다. |
<5라운드 3경기> 광주 Kixx vs 경북 월드 메르디앙 <제3국> 이성재 8단(흑) vs 배준희 2단 -
310수 끝, 백반집승 <제4국> 박정상 9단(백) vs 원성진 9단 -
246수 끝, 흑2집반승 <제5국> 송태곤 8단(흑) vs 박정환 2단 -
271수 끝, 흑반집승 한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4전5기 만에 얻어낸 감격의 첫승! 광주 Kixx가 5라운드에서 월드 메르디앙을 누르고 마침내 승리의 첫삽을 떴다.
어제 조-이 사제가 두판을 쓸어담은 상황인데도 Kixx 팀은 끝까지 가슴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아야 했다. 13일 저녁7시에 열린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5라운드 3경기 3국에서 Kixx 이성재 선수가 월드 메르디앙 배준희 선수에게 반집으로 덜미를 잡혀 이번 라운드에서도 Kixx의 첫승이 무산되는가 싶었다. 무엇보다 함께 열린 장고바둑도 월드 메르디앙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Kixx 진영에는 어느새 먹구름으로 가득 찼다.
사실상 결승판인 5국도 초반부터 송태곤의 대마가 몰살당할 지경까지 이르러 사태는 더욱 나빠졌다. 월드 메르디앙으로서는 또 한번 '2패 후 3연승'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Kixx로서는 다행히 몰렸던 송태곤의 대마가 구사일생으로 살면서 활기를 조금씩 찾아갔다. 허나 끝내기 단계에서 송태곤이 방심을 하는 틈을 타 박정환이 미세한 반집 승부까지 추격, 양팀 모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3국서 반집으로 분루를 삼킨 Kixx는 그러나 5국에서는 거꾸로 반집승을 거두며 '눈물겨운 첫승'을 달성했다.
맨 마지막에 끝난 장고바둑에서는 월드 메르디앙 원성진 선수가 Kixx 박정상 선수를 흑2집반 차이로 따돌리고 팀 1지명의 자존심을 지켰다. 원성진 선수는 '복기할 때 송태곤 선수의 자책하는 목소리에 우리팀 박정환 선수가 이긴 줄 알았다'고 한다.
▲ 3국에서 승리한 송태곤 선수가 장고바둑을 지켜보고 있다.
속으로 '정상이 형 내가 이겼으니 너무 힘들어 하지마!'라고 소리쳤을 지도.
사실 송태곤 선수는 엄살을 부리는 기사로 유명하다. 엄살의 원조는 물론 바둑황제 조훈현 선수다. 허나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미 송태곤 선수가 조훈현 선수의 엄살을 능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허나 오늘만큼은 상당히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3국을 마치고 나온 송태곤 선수는 "옆에서 함께 두고 있는 정상이 형을 생각해서 엄청 조심했어요. 제가 원래 엄살부리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궁시렁거리면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서요."고 털어놓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바둑을 저녁에 둔다고 상상도 못했던 프로 무대. 오늘 팀 동료를 위해 몸에 벤 버릇까지 절제하는 송태곤의 배려에서 바둑리그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단체전의 진면목이 아닐까?
승리의 주역 송태곤 선수가 검토실에 오자, Kixx 백성호 감독은 송태곤 선수에게 손을 잡아주며 딱 한마디 건넸다. '수고했어!' 첫승을 이룬 소감에 대해서는 '다음에 하자'며 조용히 선수들과 퇴장.
Kixx는 오늘 이기고도 여전히 8위에 머물러 있어 아직 갈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물론 지난해 전반기에서 죽쑤다가 후반에서 연승행진을 하며 포스트시즌에 3위로 진출한 울산 디아채를 떠올려 보면 결코 늦지 않은 출발이다.
월드 메르디앙은 이날 패배로 2위에서 4위까지 두 단계 떨어졌다. 3위였던 신성건설이 2위로 올라섰고, 한게임도 4위에서 3위로 한단계 상승했다.
그런데 주말에 벌어지는 5라운드 마지막 경기의 결과에 따라 다시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신성건설 vs 울산 디아채의 대결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 지난해부터 바둑리그 리포터로 맹활약 중인 정지애 씨.
알찬 질문을 만들기 위해 한창 자료 수집 중일 때 한컷!
▲ 배준희 선수가 팀을 위기에서 건져 올리고 복기하는 모습.
▲ 3국(왼쪽)과 4국(장고바둑)이 동시에 시작하는 모습.
▲ 검토실 모습. 평소에 비해 한산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