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ziastock, Sziastock!(Hello, Hello!)
헝가리 LG전자
글로벌무역전문가 3기 박단비
내 평생 헝가리에서 살게 될 거라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헝가리에서 생활한지 이제 두달 째. 매일 매일이 말그대로 서바이벌이자 정글과 같은 이 곳. 두달 정도면 생활 반경내에서 많은 것들이 익숙해졌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직도 나는 이 곳에서의 생활이 모험과도 같다. 나는 그 이유를 이 곳을 떠나기 전까지 얼마나 늘지 모르겠는 헝가리어에서 찾았다. 대부분의 3기 연수생들이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나 영어가 쉽게 통용되는 곳에 가서 어려움 없이 살고있긴 하지만, 이 곳 헝가리는 국어로 헝가리어를 사용해 외국인으로 이 곳에서 살기엔 적잖은 불편함이 있다.
헝가리 또는 헝가리어는 자국어로 Magyar로 불리는데, 이는 헝가리의 기원이 마자르족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마자르족은 우랄산맥 부근에서 지금의 헝가리가 위치한 발칸반도 부근까지 이주해왔는데, 이러한 이유로 지금의 헝가리어는 우랄어계로 분류된다. 우랄어계하니 왠지 모르게 친숙한데 왜그런가 싶었더니 내 모국어, 한국어가 우랄어계더라. 우랄어계에 속하는 언어들은 어순이 같거나 비슷한 편인데, 그런면에서 한국어와 헝가리어는 닮은점이 아주 많다.더불어 주변에 위치한 슬로바키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등 발칸반도 국가들의 언어가 슬라브어계로 분류되는 반면에 유럽국가로선 쌩뚱맞게 아시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우랄어계 언어라, 다른 발칸반도 국가들과 의사소통이 쉽지는 않은 편이다. 일례로 마트에가서 시리얼 박스의 뒷표지만 보더라도, 제일 위에 헝가리어로 설명이 있고 그 아래로는 체코어, 슬로바키아어, 폴란드어 등으로 설명이 되어있는데 헝가리어를 제외한 나머지 언어들의 단어 생김새나 어순등이 아주 유사한 반면 헝가리어는 대체 어디서 나타난 언어인지 다른 언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헝가리어는 헝가리와 유럽 연합의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과거 헝가리 제국에 포함되었던 헝가리 밖의 자치단체를 포함한 1천3백 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지만 이 중 1천만영이 헝가리에 거주하고 있다. 과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에는 독일어와 함께 헝가리어도 공용어로 사용되었다.
헝가리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물론 이 언어가 우랄계언어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나 알았고) 러시아어나 아랍어와 같이 따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 전혀 읽거나 쓸 수 없는 글자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재밌게도 헝가리는 영어를 공부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라틴문자를 사용하는데 물론 유럽국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Ő, Ü, Ú 등의 알파벳이 존재하긴 한다. 특히 O와 같은 경우에는 사선으로 점 하나가 찍힌 것, 두개가 찍힌 것, 두개가 동그랗게 찍힌 것까지 총 네개가 있는데 타자로 치면 다른 점이 분명히 보이지만 사람의 필체로 볼 때에는 네개 중 어느 것인지 모를 때가 많아 업무상 필체를 구별해야할 때 종종 곤란했던 적이 있다.
한가지 재밌는 점은 우리나라와 어순이 같기 때문에 알게 된 일인데, 보통 영어식 이름과는 다르게 이 곳 헝가리에서도 이름을 말할 때 성을 먼저 말하고 그 다음에 이름을 말한다. 처음에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과 성이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헝가리에는 성이 몇개 없나보다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성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이름을 쓰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또 가끔 혼란이 있긴 한데,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주변 국가들은 모두 영어식으로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나중에 써서 가끔 여러 나라 사람들의 이름이 한데 섞여있으면 고개를 한번 갸우뚱 하게 된다.
또 한가지 재밌는 점은 헝가리어에도 우리말과 같이 존칭, 존대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와 좀 다른점이라면 상대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존칭어라는 점인데, 총 4가지의 방법으로 상대를 지칭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상대를’Ön’이라 지칭하는 것인데, 이는 보통 공식적인 문서나 비지니스를 할 때 상대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는데 쓰인다. 두 번째 방법은’Maga’인데, 이는 화자와 상대 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을 때 종종 사용되는 말이다. 대부분 직장 상사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세 번째는 상대를 ‘Néni/bácsi’로 부르는 것이다. 이와 같은 존칭은 사용되는 경우가 아주 한정되어 있는데, 보통 어린 아이가 가깝지 않은 어른을 부를 때 사용한다. 헝가리 사람들은 이 지칭어와 관련해서 살면서 한번은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된다고 한다. 어린 아이가 성장하여 20대, 30대가 되어서는 어려서부터 봐왔던 부모님 나이 또래의 가까운 어른을 커서는 어떻게 지칭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헝가리 사람들은 보통 이런 경우에 상대에 대한 지칭어는 낮추고 뒤에 따라 나오는 말을 올림으로서 존대를 한다고 한다. 마지막 방법은 위의 세가지 방법이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경우인데 ‘T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왕을 지칭할 때 사용되던 어휘였으나 현재는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존대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어휘가 되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2,30대의 젊은이들이 ‘tegeződés’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존대의 4가지 방법의 사용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헝가리어에 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2주전에 세르비아에서 출장 온 직원이 있었는데 자기는 세르비아어를 포함해서 러시아어, 슬로베니아어, 크로아티아어, 마케도니아어 등 총 7개의 언어를 할 줄 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미국에 있었을 때, 마케도니아에서 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8개의 외국어를 할 줄 안다고해서 너무 놀랬던 기억이났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슬라브언어를 사용하는 발칸반도의 국가들의 언어는 단어의 생김새나 억양이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은 언어라고해도 무방하다. 같은 맥락으로 이탈리아인과 스페인사람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과 같이 여기 발칸 반도 국가들끼리도 언어의 큰 장벽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 의하면 헝가리어는 대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겠는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유럽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헝가리 사람들은 어짜피 단어, 어순, 알파벳이 다른 주변국가의 언어를 배우는 것보다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게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해 대 다수의 학교에서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가르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변 국가들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같은 어순을 쓰는 언어를 사용해 그 언어를 배우게 되는데, 헝가리는 주변에 그러한 나라가 없다보니 아예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힘쓰는 듯 했다. 회사 동료들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보통 학창 시절에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배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말과 어순이 같으면 어휘나 문법을 조금만 공부하면 생활 회화는 어느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도 이 사실을 알고선 회사 동료들에게 헝가리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Yes도 No도 아닌 ’그러지 않는게 좋을텐데.’가르쳐 줄 순 있지만 배우지 않는게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이건 대체 무슨 반응이지? 싶었는데 헝가리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외국인’은 지구상에 흔치 않다는것이 그 이유. 헝가리어가 그렇게 배우기 힘든 언어란말인가? 아예 배울 생각을 하지 말라니. 학업 의욕이 0을 지나 마이너스를 다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헝가리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외국어로서의 매력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배울 생각을 하지 말라니. 실제로 지금 근무하는 회사에는 헝가리에서 대학을 나오고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한국인 직원이 있는데, 헝가리 사람들은 아직도 그 사람의 말을 완벽하지 않다고 한다. 이 곳에서 대학을 졸업할 정도라면 헝가리어를 왠만한 수준 이상으로 구사할 텐데 이건 또 무슨 말? 헝가리어를 배우는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단 말인가! 솔직히 말해 영어나 독일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대학까지 나와 회사 생활도 하고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면 그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언어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싶기도 했다. 이쯤 되면 헝가리어에 대한 자국민들의 지나친 자존심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헝가리어를 배우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S와Z를 합쳐 사용하는 등의 더블 알파벳이나, 단어를 읽는 방법 그리고 문장 내 주어의 생략 등으로 인해 헝가리어가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된 것같다고 했다. 실제로 회사 동료가 점심시간마다 5분씩 헝가리어를 가르쳐줬었는데 얼마 가지 못했던 이유는 내 근성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발음 자체가 쉽게 익힐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쓰이는 표현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단기간에 익히기란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자국민들 스스로가 ’헝가리어는 어렵다’고 못박고 있기에 생기는 안타까운 일도 많은데 그 중 하나가 헝가리 국민들이 자랑하는 그들의 문학작품이다. 헝가리 문학 작품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 되는데, 아쉽게도 그들의 언어를 다른 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 매번 고배를 마셔야했다. 그리고 출퇴근 지하철안은 물론, 버스, 공원, 심지어 걸어다니면서까지 책을 읽는 多讀의 본좌, 헝가리인들은 자신들의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세상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많은 문학 작품들 또한 우리의 입장에선 아름다움의 극치인데,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 또한 이 것을 다른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어 세상과 함께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항상 아쉬워했다. 우리말에는 같은 노란색도 노르스름, 샛노랑, 누렇다 등 여러 표현이 있는 반면에 이 말들이 가지고 있는 미묘한 다름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대체어가 없기 때문에 느끼는 아쉬움을 헝가리 사람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헝가리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딱 한 곳이 있고, 헝가리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이 두 군데가 있다고 들었다. 각 언어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헝가리와 대한민국이 지구 어디 붙어있는지도 잘 모를텐데 그 언어를 가르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소수 언어를 배운 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굉장한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구사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강점이지만 ’나만의 강점’으로 소수 언어를 구사 한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 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언어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은편인데, 헝가리어가 영어와 조금이라도 비슷했더라면 이 곳에서의 6개월이 더 유익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직 남은 4개월동안 내 노력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좀 더 다양한 헝가리어 표현을 구사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출처:http://cafe.naver.com/lamec/1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