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탐사선 로제타호 스토리는 아직도 벅찬 감흥을 삭히지 못하게 한다.
두 번 튕기고 세 번째 내려앉은 탐사 로봇 필라이가 절벽 아래 경사면
음지에 자리 잡는 바람에 동면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압권이다.
하루 6~7시간 햇빛을 받아야 태양전지를 충전할 수 있다니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내년 8월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혜성의 폭이 4km에 불과하고 시속 6만6000km로 움직이고 있었다.
1인치만 오차가 생겨도 착륙 지점이 250m나 벗어난다.
우주과학기술이 이렇게 정교한 수준까지 와 있다는 게 경이롭다.
유럽우주국(ESA)은 이 프로젝트를 1990년대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2014년 3월 로제타호를 쏘아 올렸다.
10년8개월 동안 65억km를 날도록 해 혜성의 궤도에 접근시켰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1977년과 1978년 각각 발사한
보이저 1.2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아직도 우주 공간을 비행하며 탐사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탄생한 후 최고의 상상가를 들라면 단연 쥘 베른이다.
그는 1867년 '지구에서 달까지'라는 책을 썼다.
그로부터 102년 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딱 한 세기 먼저 발휘한 상상력이 현실로 나타났다.
24년 후인 1894년 미국의 사이먼 레이크는 잠수함을 실제로 발명해낸다.
베른의 소설에서 잠수함과 우주여행 외에도 입체영상, 해상도시, 투명인간 같은 개념이 등장한다.
당시에는 공상이었을지 모르지만, 기존의 개념을 혁신시켰고 현실에서 이뤄내도록 만든 기폭제가 됐다.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터무니없어 조이는 상상이 실현되는 걸 보면 토플러의 말은 일리 있다.
2054년을 배경으로 잡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면은 사물인터넷으로 실제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토퍼 눌런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윔휼을 통한 시간 여행도 가능해질 것 같다.
윔휼이란 우주에서 블랙홀끼리 연결되는 순간이동 통로나 다른 시공간을 잇는 지름길로 이해하면 된다.
영화에서는 중력 차이로 행성의 1시간이 지구나 우주선에서는 7년이었다.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다는 상상이 조만간 실현될지도 모르겠다. 윤경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