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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 평화 법률상담소' 현판 앞에 선 변호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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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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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방울과 잔솔가지를 이용해 현판 글씨를 만들고 있는 민변 변호사와 간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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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난 분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 소원함이 크겠지요.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극도의 외로움도 그렇고요. 자신들을 위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본성적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인 권정호 변호사의 말이다. 같은 위원회에 속한 변호사 다섯 명, 민변 간사 두 명도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2월 첫 주말인 4일 오후, 서울에 사무실을 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 무료 법률상담소를 열었다. 대추리 마을 들머리에 위치한 '우리동네 지킴이 안내소'에 딸린 방 한칸, 거실 한칸 짜리 아담한 공간이다.
오전에 도착한 변호사들과 간사들이 1시 현판식에 시간을 맞추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공구와 송판, 솔방울과 솔가지를 이용해 현판을 만들었다. 벽지에 얇게 바른 풀이 얼어붙어 촛불행사장에서 난로를 가져와 불을 피우고 도배를 했다.
시루떡 한 판, 미군기지 확장반대 팽성대책위에서 내놓은 막걸리 한 통, 다 쓴 기름통에 구멍을 뚫어 만든 쇠불통의 장작불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즉석에서 선보인 풍물놀이로 추위를 이겨냈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최근 더 낮고 크게 나는 군용비행기들의 소음도 한순간 물리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택 땅 지키기, 동북아 평화운동의 주요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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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과 법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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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만식 |
| 민변 변호사들이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인 평택 팽성읍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한미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에 합의하면서부터다. 권 변호사는 평택 땅을 지키는 운동이 '동북아 평화운동의 중요한 고리'라고 보았다.
"평택으로 미군이 집결한다는 것은 미군이 더 이상 대북억지력을 위한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는 의미죠. 동북아 신속기동군, 발진기지가 된다는 거니까요. 이건 한반도 피침시 개입한다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입니다. 또 헌법상 평화주의도 어기는 거죠. 결국 용산기지이전협정 자체가 근본적으로 평화적 생존권을 위협하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민변은 미군기지 이전을 계속 반대해왔죠."
민변 변호사들이 빈집 입주를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은 지난해 말 송년회 때. "민변도 '평화의 집'에 입주하자"는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주를 거부하며 저항하고 있는 팽성 주민들에게 변호사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법률상담이었다. 물론 무료로. 마을 주민들 의사를 타진해보니 역시 대환영이었다.
"여기 들어온다는 건 아늑한 장소에서 업무를 보는 게 아니죠. 남아서 끝까지 싸우는 주민들에게는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난 빈집이 크게 보이거든요. 힘이 드는 상황이죠. 각계각층에서 함께 힘을 보탠다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권 변호사의 말이다. 국방부가 285만평에 이르는 수용대상 농토에 출입금지를 계고하게 되면 다음 절차는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받아 대집행에 착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따라서 연행이나 구속 때 변호 등 변호사들의 법률적 지원은 주민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 "평택 시민이 아닌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날 오전 대추리는 주민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마을총회를 열었다. 민변 법률상담소 개소식이 칠판에 분필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안건은 주민등록증 반납 문제였다. 평택시가 미군기지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전혀 주민들을 시민대접 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주민 방승률(71)씨는 "시에서 시민 권리 보장을 못하면 시민 가치가 없는 거니까 당연히 반납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을 총회에 참석한 주민들 대다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등록증을 반납하거나 각자 불태우는 방식으로 항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김지태(49) 이장은 주민등록증 반납이 "평택시민으로서 사는 것을 거부하고 앞으로 독자적으로 살 거니까 시는 간섭 말고 정신 차리라는 경고"라며 "'나는 죽은 목숨으로 싸운다', '내 갈 길을 간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결의"라고 말했다.
그는 "시에서 우리를 시민이 아닌 것으로 취급하고 있어요. 2006년 사업이 전혀 없습니다. 가로등 전구 교체한 것 하나 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평택시는 반면 시청 게시판 등을 통해 국방부의 토지수용 업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정부 추진 일정에 협력해왔다.
대추리 주민들이 오는 7일 오전 평택시장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여서 팽성 주민들이 당일 주민등록증을 집단 반납하거나 불태우는 등 항의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상에 걸린 마을 대추리 도두2리, 이 '비상한 시기'에 주민들은 위안이 되어줄 새 이웃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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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증 반납, 지지방문자 숙박 문제 등 총회 안건을 적은 칠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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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 참석 주민 대다수가 주민증 반납에 찬성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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