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네팔 산간지역의 어느 겨울날, 선다 싱이라는 사람이 험한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그는 같은 길을 가는 여행자 한 사람을 만나 동행하게 됐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와 거친 눈보라를 맞으며 인가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지만 아무리 가도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눈길을 헤치고 걷던 중 그들은 노인 한 사람이 눈 위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선다 싱은 동행자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이 사람을 같이 데리고 갑시다. 그냥 두면 얼어 죽고 말겁니다.” 그러자 동행자는 버럭 화를 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판국에 저런 노인네까지 끌고 가다가는 우리 모두 다 죽게 될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노인을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었던 선다 싱은 노인을 들쳐 업고 험한 눈보라를 헤치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저만치 앞서 가 버린 동행자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인을 등에 업은 선다 싱은 갈수록 힘이 빠졌지만 끝까지 참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선다 싱의 몸은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고 몸에서는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선다 싱의 몸에서 더운 기운이 발산돼서인지 등에 업힌 노인도 차차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으로 조금도 춥지 않게 됐습니다. 마침내 먼 발치에 있는 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길 한가운데에 한 사내가 꽁꽁 언 채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까이 다가가 시체를 살펴본 선다 싱은 깜짝 놀라며 깊은 탄식을 했습니다. 처참한 몰골로 동사한 사람은 바로 혼자 살겠다고 앞서 가던 그 동행자였기 때문입니다.
위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혼자의 힘으로 단기간에 앞서 갈 수는 있으나 오랫동안 멀리 갈 수는 없습니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서로가 힘을 합치면 생각지도 않던 상승효과가 일어나 몇 배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는 길이가 3㎞에 육박하는 육중한 현수교입니다. 이 다리가 오랜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비결 역시 ‘함께함’에 있습니다. 227m의 주탑에 매여 있는 1m 굵기의 철선은 우리 머리카락보다 약간 굵은 철사 2만7000개의 가닥이 함께 꼬여 있습니다. 한 가닥 한 가닥은 맨손으로 끊을 수 있을 만큼 약하지만, 2만7000개가 함께 붙어 있을 때는 그 엄청난 하중의 다리를 붙들 힘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