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후성 심근증' 환자, 심장 수축 정상이어도 예후 나쁠 수 있어"
좌심실 박출률 50~60%면 60% 이상보다 심혈관 합병증 위험 2배
비후성심근증 모식도(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심장근육이 두꺼워지는 질환인 '비후성 심근증'의 예후를 평가하는 새 관점이 제시됐다. 심장 수축 기능이 정상이어도 좌심실 박출률이 60% 미만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60% 이상인 환자보다 심부전 입원 위험이 2.4배, 심혈관계 합병증 위험이 2.6배 증가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J HEART'(영국의학저널 심장학)에 최근 게재했다고 25일 밝혔다.
급성 심장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근육이 유전적으로 두꺼워지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진단과 치료의 발전으로 급사를 예방할 수 있게 됐으나 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계 합병증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어 환자마다 다른 예후를 예측할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교수팀은 2008~2019년 서울대병원 및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비후성 심근증으로 진단받은 1858명의 '좌심실 박출률'(LVEF)을 주목했다. 박률은 심장의 펌프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심장의 좌심실 수축력을 나타내는 좌심실 박출률은 심장 초음파검사로 알 수 있는데 좌심실에 들어온 혈류량보다 대동맥으로 빠져나간 혈류량 비율이다.
50% 미만인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급성 심장사 위험이 높다고 미국심장학회는 2020년 권고한 바 있다. 연구팀은 1858명의 비후성 심근증 환자를 좌심실 박출률로 나타낸 좌심실 수축 기능에 따라 △보존형(≥60%, 1399명) △저-정상형(50~60%, 415명) △감소형(<50%, 44명)으로 구분했다.
약 4.1년간 예후를 추적 관찰했는데 1차 평가 변수는 급성 심장사 및 유사 사건(심실빈맥·세동, 삽입형 제세동기 작동 등)이며, 2차 평가 변수는 심부전 관련 입원, 심혈관 사망,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1차 평가 결과 감소형 환자군의 급성 심장사 위험은 보존형 환자군보다 5.2배 높았다. 저-정상형 환자군의 급성 심장사 위험은 보존형보다 유의미하게 높지 않았다. 감소한 좌심실 수축 기능이 환자의 급성 심장사 위험을 독립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게 교수팀 설명이다.
실제로 기존 유럽심장학회 급성 심장사 예측 모델(2014)에 '좌심실 박출률 50% 미만' 변수를 추가하자 예측 정확도가 개선됐다. 이는 또한 기존 미국 심장학회의 비후성 심근증 예후 가이드라인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라고 김 교수팀은 설명했다.
2차 평가 결과, 저-정상형 환자군은 보존형에 비해 심부전 관련 입원 위험이 2.4배,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2.6배 증가했다. 좌심실 박출률이 정상 수준이지만 낮은 편에 속하는 '50% 이상 60% 미만' 비후성 심근증 환자들도 심혈관 합병증 발생에 주의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심장 수축력에 따른 예후 비교
교수는 "감소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환자뿐만 아니라 저-정상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들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황 교수는 "저-성장형 좌심실 수축력 환자들에게 최초로 초점을 맞춰 새로운 예후적 관점을 제시했다"고 각각 말했다.
교수는 "저-성장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는 정상 심근 기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 그동안 임상 현장에서 간과됐으나, 연구를 통해 이러한 환자들도 심부전 및 심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노출되었음을 확인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저-성장형 좌심실 수축력을 가진 비후성 심근증 환자 중에서도 예후가 더 좋지 않을 수 있는 환자군을 발굴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로써 보다 정확한 위험군 발굴 지표를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