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완벽한 자녀를 뜻하는 속어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 유행이다. 엄마들이 ‘내 친구 아들(혹은 딸은)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한다’며 자기 자식을 기죽이는 데서 유래됐다. 태권도계에 바로 그런 ‘엄친딸’이 나타났다. 지난 6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대표선발전 여자 밴텀급에서 우승한 최윤아(인천정보산업고 2년)가 태권도계에서는 딱 ‘엄친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시작했다고?” “선수한 지 2년도 안 됐다고?” 최윤아를 두고 경기장에서 수군거리는 말들이다.
겉모습은 운동선수라고 짐작하기 힘들다. 가냘픈 체구에 하얗고 작은 얼굴, 청순한 눈빛이 발차기는커녕 주먹도 제대로 쥐지 못할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외모뿐이 아니다. 최윤아는 현재 재학 중인 인천정보산업고에서 학급석차 1등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교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교우관계도 원만하다. 거기다가 노래도 잘한단다. ‘엄친딸’ 중에도 대표감이다. 초등학교 시절 태권도장에서 생활체육으로 태권도를 배웠던 최윤아는 중학 재학시절 공부에 전념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느닷없이 진로를 바꿔 태권도 겨루기 선수가 됐다. 뭔가 대단한 계기가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태권도 선수였던 한 살 아래 남동생 최윤근(구월중 3년)이 경기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단다. 인천정보산업고에서 최윤아를 지도하고 있는 김성일 코치는 “부모님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리자 샘이 나서 태권도 선수가 된 것 같다”는 우스개를 하기도 했다. 이유들이 하나같이 장난스럽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 부모도 말리지 않았지만 중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이들의 시각으로는 무모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태권도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고교 1년생 소녀는 채 2년도 되지 않은 지금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물론 고교 1학년 시절 최윤아의 성적은 볼 것도 없었다. 나가는 경기마다 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RSC패 당하기가 일쑤였다. 영리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빠르게 채워나갔고, 그 성장을 지켜본 사람들은 언젠가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윤아의 꿈은 대학교수다. 태권도도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학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는 야무진 목표를 가지고 있다. 공부에만 전념하다 고교시절 태권도 선수의 길을 선택해 포기하지 않고 큰 성과를 이뤄낸 지금까지 최윤아가 그려온 궤적으로 보아 그의 목표는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신병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