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문태준
그대는 엎질러진 물처럼 누워 살았지
나는 보슬비가 다녀갔다고 말했지
나는 제비가 돌아왔다고 말했지
초롱꽃 핀 바깥을 말하려다 나는 그만두었지
그대는 병석에 누워 살았지
그것은 수국水國에 사는 일
그대는 잠시 웃었지
나는 자세히 보았지
먹다 흘린 밥알 몇 개를
개미 몇이 와 마저 먹는 것을
나는 어렵게 웃으며 보았지
그대가 나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으므로
그대의 입가에 아주 가까이 온
작은 개미들을 계속 보았지
* 문태준 1970~
시집으로 『가재미』 『먼 곳』 『그늘의 발달』 『수런거리는 뒤란』 등이 있으며, 산문집 『느림보 마음』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 읽기> 문병/문태준
애린愛隣의 시, 우리는 대개 아픈 사람을 문병 가서 병원에 누워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신처럼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고 돌아온다. 환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말이 그에게 얼마나 상처가 될지 우리는 생각하지 못한다. 병석에 오래 누워 있는 사람은 삶의 윤곽이 잠차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오랜 병을 앓는 환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형체가 불분명한 물을 대하는 것 같다. 시인은 그것을 “수국水國에 사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처음엔 보슬비가 다녀갔다거나 제비가 돌아왔다는 말로 에둘러 희망을 얘기하지만 끝내 초롱꽃 핀 바깥에 대해서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래 병석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대로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지만, 그대의 입술에서 먹다 흘린 밥알 몇 개를 마저 먹고 있는 작은 개미 몇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 말이나 눈물보다 뜨겁다.
―박형준 엮음, 『당신에게 그 어떤 위로보다』, 사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