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전문과목은 이비인후과로써 의원을 내원하는 환자들 중 비염과 이명(귀에서 본인만이 느끼는 소리가 나는 현상)을 주소로 내원하는 분들이 상당수이다.
비염과 이명은 별개의 질환이나 그 둘 사이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난치(難治)성 질환이라는 점이다.
둘 다 생명에 큰 위해를 가하지는 않으나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쳐 사람들에게 불편감을 주고 완치가 어려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이명이나 비염환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 중 하나가 '한 번에 낫게 하는 방법은 없나요?' 이다.
어찌 보면 성격 급한 한국인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질문이 아닐까 한다.
안타깝게도 몇 몇 예를 제외하고는 아직 이명이나 비염을 한 번에 낫게 하는 치료법은 없고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처럼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
비염이나 이명의 치료 목적은 완치가 아니라 불편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임을 환자에게 주지시키면 종종 실망하며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가 있곤 하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이명 같은 난치성 질환의 유병율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들어 부쩍 지하철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이명이나 비염치료에 관한 광고가 늘어난 듯 하다.
이명처럼 쉬이 낫지 않는 난치성 질환에 괴로워하는 환자들은 종종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광고를 보고 방문하여 많은 비용을 지불하곤 한다.
광고에 나오는 치료 효과가 실제로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단얼할 수 있는 건 대부분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부 환자들의 호전된 체험기가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질환이나 상태에 적응을 하는 신체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호전된 것인지 실제 치료 후 호전된 것인지 구별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의학은 과학이란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과학은 '보편적인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이라 한다.
즉 의학 또는 '보편적인 치료법의 발견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지식' 이라 할 수 있다.
의학은 근거를 중심으로 하여 특정 질한에 대해 합의된 표준화된 치료가 있고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던지 간에 그 예후에 큰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염이나 이명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요가능한 곳이 있다면 자기만의 비법인 마냥 포장해서 숨길 것이 아니라 과학에 준하여 검증받고 보편적인 치료법을 만들기 위해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 다른 의사들과 치료법을 동유해야 할 것이다.
의료소비자는 현대 의학은 과학에 그거함을 주지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치료를 하는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또한 한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사는 검증되지 않은 의술을 빙자한 상술로 환자를 혹해서는 아니 될 것이며 객관적이고 검증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것이다.
이준엽 / 이비인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