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철도공사의 예약 수수료가 타 교통수단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지적한 신문기사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객관적인 수치를 비교해보면, 현 철도의 위약수수료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서 "수수료의 특급"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는 여전히 예약부도율이 높아 경영악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생각인 듯 합니다.
그러나, 다른 대중교통수단인 고속버스와 항공기에서는 철도공사 대비 절반의 수수료만 받고도 현재 별다른 "항의" 없이 운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터미널에 나가서 한번만 버스를 타 보고, 비행기를 타 보면 금방 알게 되더군요.
◆ 버스의 사례
버스의 경우는 터미널에서 버스가 발차하기 직전에, 직원이 승차권을 검표하는 과정에서 최종 공석현황을 체크합니다. 버스이용 경험에 의하면 (예약부도율을 제하고도) 보통 매번 1 ~ 2 석의 최종 공석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27석 우등고속버스에선 1석이라 해도 4%에 달하는 큰 손실입니다.)
이렇게 공석이 발생한 경우, 터미널에 나와있는 당일 후속버스의 승객들 중 "먼저 가려는 손님"을 선착순으로 태워 최대한으로 공석을 메운 뒤 버스를 운행시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기있는 노선의 승차장에서는 예약한 버스보다 먼저 출발하는 버스의 공석을 차지하기 위해서 승객들이 한참 동안 줄서서 기다리는 장면이 종종 목격됩니다.
◆ 항공기의 사례
항공사나 호텔 등에서는 "오버부킹(대기자 초과 예약)"이라 하여, 예약부도율을 감안해 일정부분 예약을 초과해서 받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석률이 15%라면, 10% ~ 20% 정도의 오버부킹을 받는 것이지요.
이 시스템의 문제는, "공석" 보다도 "초과석" 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오버부킹 비율은 상당히 정밀하게 결정되어야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초과"문제로 예약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에는, 일정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후속편의 공석에 최우선으로 배정한다거나, 다른 등급의 객실 (일반적으로 보상을 겸하여 상위클래스) 의 공석에 배정한다거나 하는 "보상"을 합니다.
◆ 위 시스템을 철도에 응용한 공석처리 모델 구상
물론 이러한 타 대중교통수단의 공석처리 시스템을 무조건적으로 베껴온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버스의 경우 단위편당 승객수가 적기 때문에 공석배정을 원하는 후속편 예약 승객들이 승차장에서 줄서서 기다린다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1개편당 최대 1천여명 가까이 이용하는 철도에서 이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개집표구 앞이 전에 없이 혼잡해지겠지요.
오버부킹의 경우 도입을 검토해볼 수는 있으나, 항공사가 이 제도로 인해 어느정도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좌석을 지정하여 예약하는 철도의 특성상 실질적으로 적용이 가능한지는 의문시됩니다.
대신, 이들 시스템을 응용한 철도만의 공석처리 모델을 개발해볼 수는 있다고 봅니다.
◆ "입석/자유석" 과 "SMS자동통보"를 응용한 한국철도만의 공석처리 모델.
1. 현재 국내 휴대폰 보급대수는 약 3천만대로 추산되고 있으며, 현 한국 국민수가 4천만명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명실공히 1인 1휴대전화 시대라고 할 만합니다. 따라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각 개인에 대한 실시간 정보전달이 가능합니다.
2. 버스/항공기와 달리 객실환경이 상당히 안정화되어 있는 철도에서는 좌석을 지정받지 않은 채 승차하는 입석과 자유석 승객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즉 예약이 초과되더라도 승객에게 철도서비스를 정시에 제공하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위와 같은 현실을 감안하여, "입석/자유석" 과 "SMS자동통보"를 응용한 한국철도만의 공석처리 모델을 제안합니다.
◆ 한국철도 공석처리 모델
<상황>
1. 무궁화열차 1개 편당 좌석정원은 500여명.
2. 무궁화열차 1개 편당 입석정원은 500여명. (좌석의 100%)
3. 한국철도의 예약부도율은 약 10%로 가정.
<운영시나리오>
1. 무궁화열차 좌석 500석 매진
2. 좌석이 매진되면 "50석"까지의 오버부킹을 받음.
- "오버부킹"은 기본적으로 "입석"으로 예약됨.
- 따라서, 입석승차권의 발매매수는 450매로 줄어듦.
3. 오버부킹시에는, 예약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받음.
4. 열차 발차 당일, 입석승차권 450매를 역 창구에서 판매 (현재와 동일).
5. 좌석 예약자 중 1명이 예약을 취소. (열차발차전)
6. 취소한 예약자의 예약내용을 "오버부킹" 신청자에게 선착순으로 배정.
7. '입석운임 - 배정된구간 좌석운임' 간의 차액을 입력받은 신용카드 번호에서 결제 시도
8. 결제가 승인되는 즉시로 좌석배정사실을 SMS로 실시간 통보.
9. SMS로 좌석을 배정받은 오버부킹 대기자는 열차이용시 해당 좌석에 앉아갈 수 있음.
10. 열차 발차 (좌석예약자+오버부킹예약자+입석승객 전원 승차)
11. 좌석 예약자 중 1명이 예약을 취소.
12. 취소한 예약자의 예약내용을 입석여행중인 "오버부킹" 신청자에게 선착순으로 배정.
13. '입석운임 - 배정된구간 좌석운임' 간의 차액을 입력받은 신용카드 번호에서 결제 시도
14. 결제가 승인되는 즉시로 좌석배정사실을 입석여행중인 오버부킹 신청자에게 SMS로 실시간 통보.
15. 입석여행중 SMS로 좌석을 배정받은 오버부킹 대기자는 SMS 수신 즉시로 해당 좌석에 앉아갈 수 있음.
<시나리오 성공의 전제조건>
1. "오버부킹" 을 하는 승객은 기본적으로, "끝까지 빈자리가 안 날 경우 전구간을 입석으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음"에 동의.
2. 공석의 배정 우선순위는 철도사업자가 따로이 정할 수 있음.
3. 공석의 활용비율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 공석은 구간별로 따로 배정될 수 있음.
- 예를 들어 서울-대전은 34번 좌석, 대전-대구는 72번 좌석을 배정받아, 여행도중 자리를 옮겨야 할 수 있음.
4. 전등급의 열차에 입석 또는 자유석지정객실 운영.
◆ 설명
항공기의 오버부킹 개념과, 버스의 대기승객 개념을 혼합하여, 각각의 한계를 철도만의 특성과 신기술로 극복한 방안입니다.
현재 KTX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 "예약대기자" 제도를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활용하자는 것으로, 단순히 발차 전 예약취소건에 대한 승계차원을 넘어 열차운행중 발생하는 공석을 "실시간"으로 적극 처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지금처럼 수수료를 "과도하게" 받지 않고도, 공석율을 획기적으로 줄여 열차를 "급히 이용하여야 할 승객" 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부연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버스터미널"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현재 버스터미널에서 공석을 차지하려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승차장에 나와서서 기다려야 하지요. 한두 번 해봤지만 주말 같이 승차율도 높고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많은 날에는 이것도 고역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버스는 일단 출발해버리면 끝이기 때문에, 굳이 SMS 실시간 처리까지 할 필요는 없어보이고요, 그저 승차장에 번호표 뽑는 장치를 갖다놓고서, 공석이 나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대합실에서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하기만 해 주어도 훨씬 버스이용이 편리해지지 않을까 싶군요.
항상 센트럴시티에 가면 듣게되는 "전주. 전주 빨리가실 분~!" 하는 고성방가(^^)를 들을 필요도 없어질테고 말입니다. ^^
첫댓글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위의 시나리오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서 보완하며 시범 운영을 해본다면 좋을것 같네요
단 한가지 우려되는 문제라면.. 이러한 광범위한 자동형 SMS 서비스를 원활히 그리고 신속히 제공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통신사의 잦은 장애(문자 한통 가는데 20분이 넘게 걸려버리는 등..) 등으로 SMS 자체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점이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