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벨 Call bell을 받지 않던 당직 의사들.
요즘 의과대학생 정원을 늘리는 일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는 국민의 의료혜택을 위하여 늘이겠다 하고 의료계는 안 된다며 환자를 버려두고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오래전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아버지께서 평생 몸담아 근무하신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저녁 무렵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 왔고 당직 간호사는 급히 콜벨로(그땐 콜벨로 호출을 했다) 의사를 불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당직 의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온갖 환자들로 북적이던 응급실엔 초조함과 긴장감이 차고 넘쳤고 다급한 간호사들이 급기야 의사 당직실로 내달렸다.
그 절박한 시간에 당직 의사들은 당직실에서 이상한 영화를 틀어놓고 있었고 그래서 난잡한 화면에 몰두하고 있느라 콜벨이 울리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영화를 보느라 응급환자가 죽어가는 것도 몰랐던 것이다.
지금 길거리로 뛰쳐나온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혹 영화를 못 볼까 봐 초조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슬프고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상부귀영화를 좇는 목사들도 사탄의 노예가 되어 죽어가는 영혼들에게 달려가는 대신 당직실에 앉아 자신의 명예와 탐욕을 채우는 데 마음이 바쁜 것은 아닌지 심히 염려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