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3 09:59 마니아포럼에 기재
이제 어느덧 2004프로야구도 전체 일정의 약 47.7%를 소화해내며 시즌 중반에 다다르고 있다. 기록의 스포츠라 일컬어지는 야구의 특성상 그라운드에서의 모든 행위는 수치화가 가능한데, 이번에는 그 가운데서도 전반기동안 야구팬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안겼던 '대단한' 기록들만을 추려서 소개하도록 한다.
SK 박경완, 4월 월간 최다홈런
6월 들어 타율 0.229 2홈런 4타점에 그치며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박경완이지만, 4월 한달간은 지난 해 이승엽(지바 롯데M)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그는 펄펄 날았었다. 개막과 함께 쏘아올린 4경기 연속 홈런을 시작으로, 4월 한달 동안 무려 13개의 홈런포를 작렬, 종전 4월 최다홈런 기록인 현대 송지만(당시 한화)의 10개(2002년)를 훌쩍 뛰어 넘어버렸다. 개막 이후 최소경기 10홈런 기록(12경기)도 그의 몫.
* 6월 성적은 22일 현재
한편 이승엽의 월간 최다홈런 기록(15개)마저 넘보던 박경완은 뒷심부족과 기록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4월 하순 6경기에서 1개의 홈런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신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박경완은 이미 지난 2000년 현대시절 프로 첫 4연타석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삼성 박종호, 39경기 연속 안타 행진
프리에이전트(FA)로 사자굴에 입성한 스위치히터 삼성 박종호는 지난 해부터 이어 온 연속안타 행진으로 4월 한달 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부문 종전 최고기록인 롯데 박정태의 31경기(99년) 기록을 4년여만에 갈아치웠고,
그것도 모자라 기록을 '39'로 연장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박종호 역시 기록 중단에 따른 여파인지 4월 한달동안 0.327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피크에 달했던 타격이 5월들어 0.270으로 주춤하더니 6월들어서는 아예 2할대 초반의 타율(0.212)을 기록, 노골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박종호는 지난 2000년 현대시절 당시 59경기 연속출루를 달성, 종전 최고기록인 해태 이종범(현 기아)의 58경기 기록을 어렵게 무너뜨린 바 있다. 물론 아쉽게 이듬해 외국인타자 펠릭스 호세(당시 롯데)에 의해 62경기로 경신되었지만 말이다.
한화 최진행, 3경기 연속 3점홈런
6월 들어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며 타율 0.149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는 최진행이지만, 그가 지난 달에 보여준 대활약은 그를 올 시즌 신인왕 후보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그는 사실 팀내 다른 신인들 김창훈이나 송창식에 비하면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니었다. 개막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고, 5월들어서 그것도 아주 우연히 주전 자리를 꿰찼을 뿐이었다.
하지만 타고난 파워 덕에 그는 5월 한달간 타율 0.298에 8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제2의 김태균' 칭호를 얻는 등 단숨에 한화의 주포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월 6일 광주 기아전부터 시작된 '3경기 연속 3점 홈런'이라는 이색기록은 그의 이름을 야구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기아, 20경기 연속 홈런 행진
지난 2001년 재창단한 기아가 매년 '연속 △△' 행진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2년 특정 구장 최다연승 신기록(잠실 15연승)을 시작으로, 지난해 롯데를 상대로 한 특정 팀 상대 최다연승(1무포함 18연승) 그리고 올해 작성한 최다 연속경기 팀 홈런 기록까지, 한번 불이 붙으면 거의 승승장구다.
기아는 사실 4월 한달간 고작 25개(24경기)의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힘없는 소총부대였다. 하지만 방망이를 곧추 세우고 원기를 회복한 타선이 무차별 폭격을 퍼부으면서 기아는 5월에만 무려 39개(25경기)의 홈런포를 터뜨렸다. 그 중 36개는 20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린 5월 5일 광주 한화전부터 29일 잠실 두산전 사이에 나왔으니, 그 기간 기아의 타력을 알 만도 하다. 종전 기록은 삼성이 지난 98년 기록했던
16경기.
한편 기아는 거포가 즐비했던 99년 해태시절 15경기 연속홈런을 기록한 바 있는데,
그 해 5월 13일 광주 LG전부터 30일 광주 삼성전까지 15경기에서 무려 33방의 어마어마한 홈런포를 터뜨린 바 있다.
기아 훌리오 마뇽, 5년 만에 1피안타 완봉승
올 시즌 기아가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엑스포스로부터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외국인투수 훌리오 마뇽이 지난 5월에는 당초 보직(마무리)과는 다른 자리(선발)에서 숨은 기량을 맘껏 뽐냈다. 한국무대 첫 등판이었던 4월 4일 잠실 두산전에서 0.1이닝 동안 5실점하며 코칭스태프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지난 달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마뇽은 140km 후반대의 직구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프로 통산 34번째 1피안타 완봉승을 작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것도 고작 84개의 공만 던지며 이룩한 값진 성과였다. 8회 김주찬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면 노히트노런도 가능했을 정도다. 한편 1안타 완봉은 지난 99년 쌍방울 유현승 이후 4년 9개월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며, 1안타 완투 역시 프로 통산 42번째에 해당하는 진기록이다.
두산 박명환, 탈삼진 제왕으로 우뚝!
올 시즌 프로야구 판도에서 당초 꼴찌후보로 거론되던 두산이 약진하고 있는 풍경은 단연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이러한 두산의 '예상치 못한' 돌풍은 레스와 키퍼
그리고 재기에 성공한 '토종에이스' 박명환의 선발 삼각편대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철벽 마운드에서 기인한다.
이들 3인방 가운데서도 특히 탈삼진(96개·9이닝당 10.49개)과 피안타율(0.211) 부문에서 1위를 달리며 올 시즌 투수계를 호령하고 있는 박명환의 성적은 단연 돋보인다. 150km대의 빠른 직구와 고품격 슬라이더 그리고 자로 잰 듯이 정확한 컨트롤까지 갖추었으니 이쯤되면 박명환을 당대 최고투수라 부를 만도 하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타이틀 홀더의 영예를 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 98년과 2002년 두차례에 걸쳐 각각 이대진(당시 해태)과 김진우(기아)에게 밀려 탈삼진왕을 아쉽게 놓쳤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라이벌 이승호(LG)가
아직은 건재하나, 9이닝당 탈삼진율이나 제구력 측면에서 박명환이 한수 앞선다는
평가다.
특히 박명환은 올 시즌들어 벌써 한 경기 두자릿수 탈삼진을 6차례나 기록하며, 세부기록이 산정된 97년 이래 탈삼진 부문 타이틀홀더 가운데 이대진(98년)과 이 부문 타이를 이뤘다.
한용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