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야영을 가기로 하였다.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서
하루 종일 걸어야 닿는 목표지점에 야영장이 있다.
제일 잘 걷는 아이를
선두에 세웠다.
그 아이에게는 제일 느린 아이의 평균보폭으로 걸어가
달라고 주문하고는
맨 뒤에 가장 느린 아이를 배정하였다.
일종의 제어능력이 있는 아이를 선두에 세운 셈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선두는 보이질 않았다.
선두를 맡은 아이가 주문대로 가고 있는데도
후미와의 간격은 점점 벌어졌다.
왜일까?
분석을 해보면 이렇다.
선두는 천천히, 그렇지만 쉬지 않고 간다.
그렇게 선두그룹은 갈 길을 가고 있다.
다섯 번째 아이가 신발끈이
풀려 다시 매려고 멈춘다.
거기서 30초가 지연된다.
그러나 이내 선두와 합류한다.
그들의 보폭으로는 30초의 거리는 추격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열 번째 아이가
가방에 든 물병을 꺼내려고 멈춘다.
또 30초가 지연된다.
이렇게 각자가 조금씩 늦어지면서 후미그룹의 어느
아이부터는
벌어진 선두와의 간격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다.
후미그룹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낭비된 시간만큼을
따라잡을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선두는 천천히
가면서도 후미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지체시켜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대열을
거꾸로 만들었다.
가장 느린 아이에게 선두를 맡기고 나서
자기 보폭으로만 무리하지 말고 가라고 당부했다.
결국 잘 걷는 후미그룹의 아이들은
여러 이유로 중간에서 낭비된 시간에도 아랑곳없이
간격을 맞추어 가기 시작했다.
엘리 골드렛과 제프 콕스가
함께 펴낸 "The Goal"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흔히들 여러 이유로 곤란한 경우를 당해 보지만
곤란의 원인만 집중적으로 해결하려고 파고든다면
항상 긍정적인 결과로 해결의 실마리가 도출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호리병 안에 아무리 많은
물을 담고 있어도
그 물을 밖으로 다 쏟아낼 수 있는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호리병의 목 크기에 의존한다.
병목현상은 생산활동을
하는 공장에서 흔히 지적되는 문제이다.
공장에서는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설비를
확충한다.
하지만 과잉투자가 되면 비용과다로 이윤이 낮아지거나
생산원가가 높아져 경쟁력을 잃게 된다.
작업자가 많아도 인건비가 과다하게 되므로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장에서의
생산활동이란
가능하면 약간 모자라는 생산능력으로 투자를 해야 하고
이 때문에 병목현상이 필수적으로 나타난다.
과잉투자로 생산을 마구
해대면 생산량은 해결되겠지만
생산비용의 절감을 위해
조금은 바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최저투자를 지향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병목현상은 나타나게 되어있다.
유리공장의 예를 들면,
유리컵을 생산하는 공정이 시간당 1000개인데
컵의 품질을 검사하는 기계가 시간당 500개밖에 되지
않는다면
이 기계 앞에는 한 시간에 500개씩의 검사대기 제품이 쌓여만
갈 것이다.
앞뒤의 수많은 공정의 생산능력과는 관계없이
그 검사기계 한 대의 능력이 공장전체의 능력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뜻이다.
검사기계가 호리병의 목인 셈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대기상태의 제품은 곧 비용낭비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공장에서는 이런 부류의 재고물량이 상당한
낭비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검사기계를 한 대 더 사서 가동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만만찮은 비용이고 또 기계에 익숙한
숙련공을 필요로 한다면
원가부담과 작업 신뢰도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검사가 가능한 업체에 용역을 부탁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전문성을 가진 단체에 아웃소싱함으로써
병목자원을 비병목자원화하는 방법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공장의 재고품목을 모두 비용으로 환산해
보니
2개월간의 회사전체 매출액을 상회하고 있었다.
정작 공장안과 마당에 엄청난 현금자산을 깔아놓고
있으면서도
경영측면에서는 현금부족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의 생산활동이
그러하다면
인생에 있어서도 누구에게나 병목현상은 존재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장에서는 생산공정의 흐름을 막는 병목현상을 찾아내어
해결하듯이
우리의 삶에 장애요소가 되는 병목을 극복하는 일에
집중해야할 것이다.
콤플렉스는 누구에게나
있다.
외모나 신체가 장애요소가 되는 경우도 있고
나이가
제약사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인맥이 약한 부분이나 특정분야에 대한 취약한 지식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자금이 문제이거나 성격이 문제될 때도 많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과
함께
자신없는 부분은 협조자나 전문가에게 아웃소싱을 구하면
개개인의 병목현상도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독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오히려 나의 큰 장점으로 작용하던 때가 많았다.
확실한 것은,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나의 단점이 되레
남으로부터 스스로 도움을 유발시키도록 광고를 해주었다는
것이다.
병목이라는 가시로 인해 나의 자원을 재평가하게 되었고
내게 큰 이용가치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가시는 고귀하게 지켜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불혹을 훌쩍 넘어 생의 한
가운데 다다른 지금,
나의 병목은 무엇이고 그 병목을 해소해야할 방법은 어떤
것들인지
경영컨설턴트인 리처드 코치의 글을 다시 읽어본다.
1. 아주 좁은 분야로
전문화해서 핵심능력을 개발하라.
2. 스스로 좋아하면서 탁월한 능력을 개발하여 일인자가 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라.
3. 지식이 곧 힘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4. 시장과 핵심고객이 누구인지를 알아내어 공략하라.
5.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를 알아내라.
6. 그 분야의 일인자에게 배워라.
7. 전문분야에서 자기사업을 하라.
8.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직원을 가능한한 많이 고용하라.
9. 핵심역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하라.
10. 자본의 지렛대 효과를 활용하라.
2002. 5. 17 송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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