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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쓰는 방법 (용필·用筆)
일찍이 남제(南齊)의 사혁(謝赫)은 고화품록(古畵品錄)에서 그림에는 육법(六法)이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중에 골법용필(骨法用筆·운필할 때 골법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논하고 있다. 붓이 있고 먹이 있으며 필력과 먹색이 겸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림치고 붓과 먹이 없는 것이란 없다. 그러나 윤곽만 있고 준법이 없을 때 이것을 「붓이 없다」고 말한다. 준법이 있으면서도 경중(輕重)·운영(雲影)·명회(明晦)가 없을 경우에는 이것을 「먹이 없다」고 이른다. (운영:구름이 피어오르듯 먹의 번짐을 뜻함. 명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뒤섞임을 뜻함)
붓 쓰는 법(筆法)이란 물상의 형체를 표현하는 결구(結構)이며 먹 쓰는법(墨法)이란 물상의 허실(虛實)을 짙음과 엷음(濃淡)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붓과 먹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붓의 종류는 많다. 큰 붓, 작은 붓, 사군자의 난초와 대를 그리기 편리한 붓, 채색붓 등이 있는데 각기 자기의 취향이나 습관에 따라 사용하게 되므로 어느 붓이 일률적으로 좋다고 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역대의 서화가(書畵家)들은 붓질(運筆)함에 있어 붓쓰는 방법(用筆의 方法)과 팔을 들어 팔 전체로 그리는 것을 중요시 하였다..
팔과 붓은 몸의 일부로 일체되어야 하는데 마음을 획으로 노정(露精)하려면 붓쓰는 법(붓놀림:용필·用筆)을 자유자재로 해야 할 것이니 붓쓰는 법(붓질:운필·運筆)과 먹쓰는 법(용묵·用墨)에 있어서 붓놀림(용필·用筆)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1) 중붓(중봉·中鋒) : 이법은 서화가(書畵家)들이 가장 즐겨쓰는 필법(筆法)으로 붓은 다섯 손가락을 다 사용하여 단정하게 잡고 붓대를 화면과 수직으로 바로세운 붓(직필·直筆)이다. 줄그림이나 테그림(선묘·線描, 구륵법·鉤勒法)으로 화조(花鳥)나 인물(人物)을 그릴 때, 산수화(山水畵)에서는 삼잎준(피마준)을 그릴 때 쓰는 붓법(필법)이다.
(2) 옆붓(측봉·側鋒) : 붓 끝이 한 쪽으로 치우침으로 한쪽붓(편봉·偏鋒)이라고도 한다. 붓대는 80도 각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붓질(運筆)한다. 옆붓(측봉·側鋒)을 잘 사용함으로써 면(面)과 준을 표현(表現)함에. 예리하고 경쾌한 맛과 비백(飛白)을 나타내는 효과는 화재의 질감이나 긴장감까지 자아내게 한다. 대나무의 줄기를 그리거나 큰도끼준(대부벽준)을 그리는데 적합한 붓법(필법)이다.
(3) 거꿀붓(역봉·逆鋒) : 붓촉(필봉·筆鋒)으로 붓질(운필·運筆)하는데는 누구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아래고 긋거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것은 처음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습관인 것이다. 거꿀붓(역봉·逆鋒)이라 함은 이 습관된 운필방향을 상반되게 진행하는 붓질법(운필법·運筆法)으로 이 법을 익힘으로써 상하·좌우 어느 획이든 자유자재로 붓질(운필·運筆)할 수 있게 된다.
대나무의 줄기를 그릴 때에 아래서 위로 그리는 법(法)이 거꿀붓(역봉·逆鋒)이며 난(蘭)을 그릴 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뻗은 잎을 그리는 것도 거꿀붓법(역봉법·逆鋒法)이다.
(4) 구른붓(전봉·轉鋒) : 이 법은 붓질(운필·運筆)함에 있어 팔과 손목과 손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손가락으로 쥔 붓대까지 굴리거나 뒤틀면서 중붓, 옆붓, 거꿀붓(中鋒, 側鋒, 逆鋒)등을 서로 교환, 변화하여 사용하므로 풍부한 표현(表現)이 가능한 붓법(필법·筆法)이다.
(5) 뉜중붓(와필중봉·臥筆中鋒) : 내리붓(순봉·順鋒) 혹은 그음붓(파필·把筆)이라고도 한다.
붓 끝은 중붓(중봉·中鋒)처럼 중심(中心)에 위치하되 붓대(필관·筆管)를 경사지게 기울여 운필하는 법으로 난초의 잎을 그릴 경우에 이 법을 쓴다.
(6) 흩붓(산봉·散鋒) : (혹은 파봉(破鋒)이라고도 한다)
붓 끝을 거칠게 흩으려(파필·破筆) 붓질(운필·運筆)하는 법으로 한 획에 여러 갈래의 가는선(세선·細線)이 그려진다.
거칠은 질감의 표현이 쉬우나 잘못 속기(俗氣)에 빠져 작품을 망치는 수가 있으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잡초를 그리거나 돌이나 바위 등의 거칠거칠한 표면 질감을 표현할 때 적당한 붓법(필법·筆法)이다.
(7) 되돌이붓과 붓끝숨김(회봉·回鋒과 장봉·藏鋒) : 이 법은 글씨법(서법·書法)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붓법(필법·筆法, 서법·書法)으로 한 획을 긋고 나서 붓을 떼기 전에 붓 끝을 되돌려 빼내는 것을 말한다.
이미 붓을 대면서 끝날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그리거나긋는데, 좌에서 우로 그을 때는 다시 좌로 되돌아 빼내고 내리고 올 때는 다시 위로 치켜 올리는 법을 되돌이붓(회봉·回鋒)이라 한다. 붓을 처음 댈 때 붓긑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붓끝을 감추어 대는 것을 붓끝숨김(장봉·藏鋒)이라 한다.
먹을 개는 방법(조묵법·調墨法)
먹그림(墨畵)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먹색(墨色)의 짙음과 엷음(濃淡)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다. 먹그림(墨畵)을 그리려면 먹색을 자유자재로 조절해서 쓸 줄 알아야 한다. 물과 먹을 배합하는 정도와 방법에 따라서 그 변화가 수없이 많다. 이 먹물의 변화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작품이 평가되기도 한다.
하나의 붓으로 한번 그은 획 속에 나타나는 미묘한 먹색의 짙음과 엷음(濃·淡)을 터득하는 것이 먹그림(墨畵)의 첫 걸음인 것이다. 먹색은 가장 진한 색을 짙은먹 (濃墨), 중간의 먹색을 중먹(重墨, 中墨), 연한 색의먹을 엷은먹(淡墨)이라고한다. 한 붓에 이 세가지의 먹색이 나오도록 하려면 먼저 붓 연한 엷은 먹으로 적시고, 그 다음 붓 끝에 진츤먹(濃墨)을 묻혀 접시 가장자리에서 적당히 문질러 혼화(混和)하면 붓 끝으로부터 모세관 현상의 작용으로 짙은먹, 중먹, 엷은먹(濃墨,重墨,淡墨)으로 먹색을 고르게 갤(調墨)수 있다. 이 방법은 어느 경우라도, 먹그림(墨畵)의 전반에 통용되는 것으로 철저히 익혀두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처음 붓을 사용할 때는 붓을 물에 적셔서 천천히 부드럽게 풀어서 사용해야만 붓끝이 상하지 않는 것이다.
붓끝을 다듬을 때는 접시 가장자리에 홅듯이 하고 붓의 털이 갈라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붓촉에 먹물이 많이 적시어 있을때도 먹물을 훑어내려면 같은 방법으로 해야 한다. 먹을 갤 때 붓의 촉이 휘거나 구부러졌을 때에도 반듯하게 세우려면 접시의 가장자리에 붓촉을 부드럽게 훑어서 세우면 된다. 먹을 개는 방법을 먼저 익히면 저절로 요령을 알게 되고 붓을 다듬는 방법도 알게되므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붓을 먼저 맑은 물에 적신 후 북 끝에 짙은먹(濃墨)을 어느 정도 묻히느냐에 따라 먹색의 농도가 달라지는 것과 엷은먹을 묻힌 붓을 먹걸레(습포·濕布)에 살며시 홅어 함묵(含墨)을 조절한 다음 30도 가량으로 붓을 눕혀 붓끝의 한 쪽 면에만 짙은먹(濃墨)을 살짝 찍어 이것을 접시에 한 두어 번 뭉개고, 붓대를 180도 돌려 짙은 먹(濃墨)이 묻어있지 않은 붓끝으로 획을 긋는다.
이 방법은 난초(墨蘭)를 그릴 때, 난초의 꽃 그리는 법에서 익히게 되나 사전에 익혀두는 것이 좋다.
먹색의 여러 가지(묵색법·墨色法)
먹색은 먹을 개는(조묵·調墨) 방법에 따라 무한한 변화가 있다.
먹색을 짙음, 중간, 엷음(濃,重,淡)으로 구분하여 3色이라고 하나 먹을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에 따라 검정, 짙음, 젖음, 마름, 엷음(墨·濃·濕·乾·淡)으로 구분짓기도 하고, 검정, 밝음(흰색), 마름, 젖음, 짙음, 엷음(墨·白, 乾·濕, 濃·淡)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편의상 다섯가지로 농담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1) 숯먹(초묵·醮墨) : 벼루에 먹을 갈아 반나절 정도 시간이 경과하여 수분이 약간 증발
된, 벼루못(硯池)에 고여있는 가장 진한 먹색이다.
(2) 짙은먹(농묵·濃墨) : 숯먹(醮墨)의 다음으로 진한 먹색으로 수분이 전혀 증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3) 중먹(중묵·重墨) : 회색(灰色)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간층(中間層)의 먹색으로 산수화
(山水畵)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한다.
(4) 엷은 먹(담묵·淡墨) : 진한 먹물에 맑은 물을 섞어서 사용하는데준문( 紋)에도 사용하며 바림(선염·渲染)에도 사용한다.
(5) 맑은먹(청묵·淸墨) : 엷은먹(淡墨)보다 더 맑은 색으로 거의 무색(無色)에 가깝다고 하겠다. 구름이나 안개(雲霧)를 그릴 때 사용한다.
이상은 먹색의 다섯가지이고 붓에 함유된 수분(水分)의 정도에 따라
(6) 마른먹(건묵·乾墨), 갈묵(渴墨), 고묵(枯墨), 조묵(燥墨)과
(7) 젖은먹(습묵·濕墨), 박묵(撲墨), 윤묵(潤墨)으로 구분한다.
(8) 묵은먹(숙묵·宿墨) : 먹을 갈아서 2∼3일 동안 벼루에 그대로 묵혀 두는 방법으로 아교의 성분이 삭아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윤기없는 칠흑의 색이다. 새로운 아교액에 타서 쓰기도 한다.
(9) 퇴묵(退墨) : 아교성분이 없어진 오래된 먹으로 광택이 없고 먹색이 칙칙하다.
(10) 애묵(埃墨) : 나무를 태운 그을음을 아교에 타서 쓰는 것으로 그을음이 물에잘 가라앉지 않을 때는 알코올을 사용하여 아교에 개면 된다. 채색으로 쓰는 연매(煉媒·그을음)의 또다른 이름이다.
먹쓰는 방법(용묵법·用墨法)
앞에서 설명한 먹색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1) 겹먹(법)(적묵법·積墨法) : 겹먹(법)(적묵법·積墨法)이란 엷은먹과 중먹, 그리고 짙은 먹이 층층이 겹쳐지게 그림으로써 산수화를 그리는데 중후한 맛을 내는 먹쓰는 방법(墨法)으로 널리 쓰이는 법이다. 먼저 칠한 먹이 마른 뒤에 두 번째 먹을 쓰는데 먼저 칠한 먹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그위에 또 먹을 쓰면 파묵(破墨)이 되어 번져버리므로 마른 위에 겹쳐 그려야 한다. 그러므로 이 겹쳐 그리기(積墨法)를 할 때는 급하게 서둘러서도 안되고, 화면에 너무 많이 쓰면 과중하므로 적당히 써야한다. 그리는 방법(描畵方法)을 설명한 겹바림(重渲法)과 동일하나 겹바림(重渲)은 물감도 사용하므로 넓은 의미이고, 겹먹(법)(적묵법·積墨法)은 먹색의 겹침을 뜻한다.
(2) 거품먹(법)(지묵법·漬墨法) : 먹물에 아교를 타서 쓰거나, 아교가 칠해진 화지(반수지·礬水紙)에 먹물을 약간 두텁게 칠해 놓으면 천연적인 윤곽선이 형성되는데 더러는 바위의 이끼라든지 강이나 바닷가의 젖은 모래밭이나 뻘밭을 그리는데 이 법을 사용한다. 획이 아니고 젖어서 생긴 거품자국처럼 자연적인 형상을 거품먹법(지묵법·漬墨法)이라 한다.
(3) 먹번짐(법)(파묵법·破墨法) : 먹번짐(파묵법·破墨法)이란 준이나 테(윤곽·輪廓)을 짙은 먹으로 그린 다음 물기가 마르기 전에 재차 엷은먹으로 덧칠하면 먹번짐(파묵·破墨)이 된다. 또 엷은먹으로 그린 뒤에 다시 짙은먹으로 적당한 곳에 덧칠하면 먹번짐(파묵·破墨)이 된다.
혹은 색을 칠하고 마르기 전에 먹물을 적당한 곳에 칠하여 먹번짐(파묵·破墨)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종류별로 나열하면
·「엷은먹으로 짙은먹을 번지게(破)함」(以淡墨 破濃墨)
·「짙은먹으로 엷은먹을 번지게(破)함」(以濃墨 破淡墨)
·「먹으로써 색을 번지게(破)함」(以墨破色)
·「색으로써 먹을 번지게(破)함」(以色破墨)
·「색으로써 색을 번지게(破)함」(以色破色)
·「물로써 색을 번지게(破)함」(以水破色)
·「색으로써 물을 번지게(破)함」(以色破水)이라 하고
·겹번짐(복파법·復破法)이라 하여 색·물·먹 등을 혼합하여 번지게(破)하는 방법도 있는데 수채화(水彩畵)의 기법(技法)과 상동한다.
(4) 먹퍼짐법(발묵법·潑墨法) : 먹퍼짐(법)(발묵법·潑墨法)이란 화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필의(筆意)에 얽매이지 않고 먹물(수묵·水墨)의 유동적(流動的)인 성질을 이용함으로써 짙음과 엷음(농담·濃淡)이 혼화(混和)되는 자연스러운 운치(韻致)가 있는 것으로 먹물을 쏟아 부은 듯한 분위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채묵화(彩墨畵)를 그릴 때 흔히 초벌 그림에 사용한다.
(5) 먹날림(법(비묵법·飛墨法) : 먹날림(법)(비묵법·飛墨法)이란 붓질(운필·運筆)하는 도중에 비백(飛白)이 생기게 함으로써 요철(凹凸)을 강조하거나 흑·백(黑·白)의 대비로 긴장감의 효과를 더해주게 되어 그림에 생동감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또는 우유나 백반물로 나타내고 싶은 비백(飛白)을 자연스런 흩붓(파필·破筆)으로 그린 뒤 그 부분이 완전히 건조한 다음 진한 먹이나 엷은 먹으로 붓질(운필·運筆)하면 재미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교(技巧)는 잘못 사용하면 천박해지므로 숙련이 필요하다.
(6) 물먹인먹(법)(잠묵법) : 물먹인먹(법)(잠묵법)이란 먼저 붓을 깨끗이 빨아낸 다음 붓촉의 뿌리 부분에는 맑은 불을 적시고 붓촉의 끝부분에만 짙은먹이나 중먹을 묻힌 다음 다시 붓촉의 끝에 살짝 맑은 물을 찍어 붓질(운필·運筆)하는 것이다. 점 혹은 선을 그리면 짙음과 엷음(濃淡)의 변화가 생기는데 먹빛이 윤택해지고 입체적 감각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물먹인먹(법)(잠묵법)은 사의 화조화(寫意 花鳥畵)에 가장 많이 쓰이는 법이다.
그리는 방법(묘화방법:描畵方法)
(1) 테법(구륵법·鉤勒法) : 테법(구륵법)은 선으로 물체의 테두리(윤곽)를 그리는 법으로 선의 강약, 굵거나 가는 여러 가지 성질의 선으로 표현하는 그림법(묘법)이다. 간단한 선만으로 그리는 먹줄 그림법(백묘법), 선으로 테두리(윤곽)을 그리고 색칠(채색)하는 법을 테색칠법(구륵전체법·鉤勒眞彩法)이라고 한다.
(2) 무테법(몰골법·沒骨法) : 물체의 윤곽을 선으로 그리지 않고 먹물이나 물감의 짙음과 엷음(濃淡)을 이용하여 그리는 방법이다.
먹물만을 사용하는 방법과 먹과 색깔을 병용해서 그리는 방법, 먹과 색깔을 혼용해서 그리는 방법, 색깔만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3) 꽃테잎점법(구화점엽법·鉤花点葉法) : 꽃은 테법(구륵법·鉤勒法)으로 그리고, 잎은 점(点) 즉 무테법(몰골법·沒骨法)으로그리는 화법으로 국화를 그릴 때 꽃과 잎을 그리는 경우이다.
(4) 쪽바람(운선법·暈渲法) : 진한 빛깔부터 칠하기 시작하여 옯겨갈수록 점점 흐리게 바림하는 방법이다. 칠하고자 하는 부분에 먼저 물을 바르고 물이 마르기 전에 먹물이나 물감을 칠하여 부드럽게 바림하는 방법도 있다.
(5) 흰그림법(백발법·白拔法) : 사물을 희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튀는 물방울을 그릴 때 물방울을 그리고자 하는 부분에 우유로 튀긴 후 이것이 마른 다음 물결을 그리면 물보라가 점점이 표현된다.
또 숲속의 하얀 나무줄기를 그릴 때도, 계란의 흰자위나 우유를 이용하여 하얗게 남기고 싶은 부분을 칠하여 마른뒤에 나뭇잎을 그리면 줄기가 하얗게 나타난다. 이때 흰색이 너무 밝은 색이라 부적합할 때는 계란이나 우유에 적당랴의 먹물을 섞어서 칠해주면 된다.
(6) 마른붓질(갈필법·渴筆法) : 붓쓰는법(用筆法)의 흩붓(산봉·散鋒, 파필·破筆)과 비슷한 방법이다. 마른붓(건필·乾筆)으로 그리는 방법으로 까칠한 맛이 있어 건조하고 거칠다. 바위(암석·岩石)의 거친 표면이나 가을의 풀잎등을 그리기에 적합하다.
먹빛의 짙고 엷음(農淡)과 그리고 붓질의 속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7) 물바림법(선염법·渲染法) : 준법에 의하여 그려진 그림 위에 바림하는 법으로 명암(明暗)과 요철(凹凸)을 표현(表現)하거나 안개나 구름(煙雲)의 표현등, 마무리단계에 이 물바림(선염법)을 한다.
짙은먹을 쓴 곳에는 중먹이나 엷은먹으로, 중먹을 쓴 곳에는 엷은먹으로, 개칠하여 끝내는 방법이다. 화폭의 전체에 물을 솔질(??) 하여 먹물이나 물감을 붓자국이 나지 않도록 물들이듯 칠하는 방법이다.
(8) 겹바람법(중선법·重渲法) : 겹바람법(중선법)은 겹먹법(적묵법·積墨法)과 비슷한 방법으로 바림하는 방법을 뜻한다.
사군자(四君子)의경우에는 한 번의 붓질(一筆)로 끝내는데 통상의 원칙이지만, 산수화(山水畵)등의 경우에는 겹쳐그려야 할 경우가 있다. 처음 그린 획이나 면 위에 개칠하여 그리며, 또다시 세 번 겹쳐 그리기도 하는데 먼저 그린 곳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개칠하면 번짐(破)이 되므로 겹바림법(중선법·重渲法)이 아니다.
겹바림법(중선법·重渲法)은 처음 그림은 엷은(淡)이고, 두 번째 개칠은 중(重)이며 세 번째 끝내기의 개칠은 짙음(濃)이다.
이것을 엷음, 중, 짙음(淡·重·濃)이라 하였으나 먹색이나 색깔의 짙고 엷음의 변화가 다양함을 접어두고 편의상 말한 것뿐이다.
처음에 그린 어떤 부분이 엷음(淡)중(重)이 필요할 경우 중(重)을 쓰게 되고 다시 짙음(濃)을 필요로 할 경우 짙음(濃)을 쓰게 되는데 겹바림(重渲)이라고 한다.
겹먹법으로(積墨)으로 그릴때는 먼저그린 그림이 마른 다음에 그려야 하고 화면의 80%를 두 번째 개칠하고, 나머지 세 번째의 개칠은 짙은먹(濃墨)으로 강조(强調)하는 것으로서 더 이상의 붓을 댄다면 오히려 작품을 망치는 수가 있다.
이상의 그리는 방법(묘화방법·描畵方法)으로 여덟가지를 설명하였으나 이 방법만이 전부가 아닐 것이다. 이상의 여덟 가지는 통상적인 것으로 사군자처럼 한번 그음의 획으로 끝내는 작품에서는 3묵(짙음,중,엷음:濃·重·淡)의 무테법(몰골법·沒骨法)을 사용하는 것이 통례이다. 단 국화나 매화의 꽃잎만은 테법(구륵법)을 사용하고 꽃테잎점법(구화점염법·鉤花点葉法) 혹은 꽃테잎무테법(구화몰골법·鉤花沒骨法)을 쓴다.
색칠하기 (설색법·設色法)
색깔(色彩)은 보는 예술에 빼 놓을 수 없는 구성요소이다. 원시인(原始人)들부터 색깔을
만들어 벽화를 그렸으니 생활(生活)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색깔(色彩)은
첫째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 주는 매재(媒材)로서 나타난다. 기쁨과 슬픔의 감정에 따라 옷의 색깔 선택이 달라지며,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얼굴빛이 같을 수가 없다. 위험을 빨강색으로 표시하는 것은 빨강이 피의 색깔과 같은 의미로서 보는 이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다.
둘째로, 고유의 색을 강조하는 것이니 하늘은 파랗고 숲은 푸르게 칠함으로써 물상의 성질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림에서 4계절에 따라 물빛도 다르게 되느나데 가령 봄에는 녹(綠), 여름에는 벽(碧), 가을에는 청(靑), 겨울에는 흑(墨)색으로 그리는 것이다. 녹색(綠色)의 바탕위에 점점이 빨강(紅色)이나 노랑(黃色)이 뿌려져 있으면 꽃으로 보게 된다.
셋째로, 장식성(裝飾性)이다. 건축물에 색칠을 하거나, 청록 산수화나 몰골산수화에 광물질 물감을 바르거나 색바림(운염·暈染)하는 것은 예술(藝術)의 품격(品格)으로서 장식적 행위라 하겠다. 대상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대상의 객관적 실제 색깔을 대담한 색깔로 바꾸어(개변·改變) 화가(畵家)의 창의를 발휘하는 것은 자연(自然)과 예술(藝術)의 상대적 관계를 교묘한 수단으로서 해결하는 치레(장식)인 것이다.
네 번째로 색깔과 붓·먹(色彩와 筆墨)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를 가지고 서로에 의하여 더욱 효과를 나타낸다.
기본적인 그림이 붓·먹(筆·墨)으로 그려진 다음에 다시 색칠을 함으로써 그림의 내용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니 붓·먹(筆·墨)만으로 만족한 경우에는 색칠할 수도 있으며 색칠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색칠함으로써 먹빛(墨色)을 더욱 윤택하게 하며 붓·먹(필·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는 것이다.
청록산수(靑綠山水)는 색을 먹으로 강조하는 것이니 밑그림의 기초적인 조형과 먹퍼짐(발묵·潑墨)이 있어야 청록(靑綠)의 색깔(色彩)이 돋보이는 것은 색(色)과 붓·먹(필묵·筆墨)의 두가지가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상의 네가지는 색깔의 일반적인 개념이다. 그림을 그리거나 장식으로서 주택의 외벽을 칠하거나 실내장식을 하거나 간에 색깔이 주변이나 이웃한 색깔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색깔은 그 빛에 따라 유사성과 대립성 그리고 보완성이 있다. 색칠을 할 때에는 색깔의 조화에 중점을 두고 고려해야 한다.
명암(明暗)의 비슷하뫄 대립, 밝은 색깔과 탁한 색깔이 조화 또는 대립하면서 색의 아름다움을 발휘한다. 비슷(유사)한 색깔은 일반적으로 약한 느낌을 주며 반대적인 색깔의 경우는 변화도 있고 매력도 있으나, 강한 반응으로 조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색칠할 때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면 자연스런 맛이 없고 비속(卑俗)해지기 때문에 다른 색과 섞어서(혼합하여) 중화(中和)시킴으로써 원색의 느낌과 다른 색으로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
다음에 색칠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1) 쏟음(塡,中) : 청록산수(靑綠山水)에 쓰는 색칠법으로 먼저 필묵으로 그린 다음 먹그림(묵묘·墨描)을 나타나게 하면서 색을 쏟아 붓듯이 색칠하는 방법이다.
(2) 그음(구·鉤, 제·提, 中) : 붓·먹(筆·墨)으로 그려진 선그림(선묘·線描)을 따라 색으로 선(線)을 그음으로써 완성하는 방법이다. 또는 색칠까지 끝낸 다음 금물로 윤곽(輪廓)을 그리는 방법의 금벽산수(金碧山水)에 사용하여 장식적인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3) 바림(선·渲) : 넓적 붓이나귀얄 붓으로 넓은 면을 칠하는 방법으로 하늘이나 수면을 색칠할 때 쓰는 방법이다.
(4) 솔질(쇄·刷) : 넓적 붓이나 귀얄 붓으로 넓은 면을 칠하는 방법으로 하늘이나 수면을 색칠할 때 쓰는 방법이다.
(5) 말림질(홍·烘) : 테두리(윤곽)의 바깔 부분을 엷은 색깔 (담채·淡彩)로 칠할 때 테두리(윤곽)선을 말려서 색칠하면 번짐이 테두리(윤곽)선에서 그치게 하는 방법이다. 흔히 밤풍경의 달을 그릴 때 이 방법을 쓴다.
(6) 뒤칠(배염·背染, 탁·托) : 비단이나 종이에 그린 그림의 뒷면에 엷은먹(淡墨)이나 엷은색깔(淡彩)을 칠하여 앞면의 흰물감(호분)나 색깔이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7) 물바림(선염·渲染) : 이미 그려진 그림이 완전히 마른 다음 화폭의 전체에 물을 솔질(쇄·刷)하여 붓자국이 나지않도록 엷은먹(淡墨)이나 엷은 색깔(淡彩)로 물들이듯 색칠하는 방법으로 끝내기의 작업이다.
(8) 한쪽바람(운염·暈染) : 붓을 납작하게하여 쓰거나 넓적 붓을 사용하거나 두 자루의 붓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한쪽에 색이나 먹을 적신 다음 다른 쪽에는 맑은 물로 적시었다가 장차 그릴 때 색이나 먹부터 찍어 줌으로써 짙은 색으로부터 점차 엷은 색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색칠할 때 붓 자국이 나지 않아서 짙음과 엷음(濃淡)의 효과가 좋은 방법이다.
(9) 접칠(접염·接染) : 넓적 붓이나 두 자루의 붓에 각각 근접색이나, 짙은색과 엷은색을 적시어서 짙은색을 먼저 찍어 엷은색을 근접시키거나 엷은색을 먼저 찍어서 짙은 색을 근접시키는 방법이다.
(10) 가림칠(조염) : 화면에 우유나 촛물, 달걀의 흰자, 백반물 등을 칠하여 마른 뒤에 색치하는 방법으로 물방울을 그릴때의 방법이 한 예이다. 또, 기름종이(油紙)등으로 가려 놓고 먹칠을 하거나 색칠하는 방법으로 대나무의 잎에 눈이 쌓인 모습을 그릴 때에 이 방법을 쓰기도 한다.
(11) 뿌림칠(탄염·彈染) : 눈이 내리는 것을 흰물감(호분)으로 그릴 때, 붓에 흰물감(호분)을 적시어 점점이 떨어뜨리는 방법이 한 예이다.
(12) 붊칠(취염·吹染) : 먼저 백반물을 칠한 숙지(熟紙), 반수지(礬水紙)에 색깔이나 먹물을 흥건하게 떨어뜨려놓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붙어서 효과를 얻는 방법으로 특별한 취미의 방법이다.
(13) 흩뿌림칠, 흘림칠(척염·拓染) : 근대서양화의 영향을 받은 일부 화가들이 색이나 먹을 화면에 흘리거나 던지듯 뿌림으로써 자연스런 효과를 보는 방법이다. 다른 색이나 먹을 겹쳐서 사용하면 붓으로 얻을 수 없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천이나 종이, 판자 등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