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를 뜨겁게 달구는 외모와 패션의 주인공 폴라 크리머와 나탈리 걸비스는 갤러리들에게 화끈한 스윙과 우승 결과로 그 섹시미를 한층 돋보이게 하죠.
꽉 끼는 셔츠에 미니스커트 … 필드 위의 '섹시 코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경기가 열리는 초록색 그린은 색색의 꽃잎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 고화질 텔레비전으로 골프 중계를 즐기는 요즘, 여성 골퍼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의상은 또 다른 경쟁력이다. 남성 골퍼들의 엄청난 비거리와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기대하긴 어려워도 섬세한 기량과 아기자기한 경기 내용, 그리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시청자로 하여금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미국 여자 프로골프를 이끄는 ‘투톱’ 폴라 크리머(왼쪽)와 나탈리 걸비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경기 스타일과 화려한 패션으로 갤러리를 몰고 다닌다.
특히 크리머는 마지막 날 반드시 분홍색 옷을 입는다.
핑크 팬더 크리머
폴라 크리머(21·미국)는 요즘 LPGA 코스에서 가장 화려한 패션 감각을 뽐내는 선수다. 크리머는 분홍색을 기본으로 하는 패션 컨셉트로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골프 백과 그립, 심지어 마지막 라운드 때 반드시 사용하는 공과 옷·머리띠까지 분홍색이다. 이 때문에 만화 캐릭터인 ‘핑크 팬더’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래서 헤드 커버도 핑크 팬더 인형을 쓴다. PGA 투어 팬들이 일요일에는 타이거 우즈의 붉은색 셔츠를 기대하듯 LPGA 팬들에게 크리머의 ‘일요일=분홍색’은 공식이다.
1m75cm의 훤칠한 키에 긴 금발 머리와 푸른 눈. 나탈리 걸비스(25)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젊은 스타다. 2002년 데뷔 이후 LPGA 투어뿐 아니라 미국 여성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섹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그녀는 2004년부터 자신의 수영복 사진이 실린 달력을 판매하고 있고 남성 잡지 화보에도 등장했다.
코스에서 걸비스는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짧은 원피스나 타이트한 셔츠에 미니 스커트를 매치시키는 등 과감한 의상으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는다. 지난해에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총 다섯 번 톱10에 진입하며 외모로만 승부하는 골퍼가 아님을 입증했다.
미모의 여성 골퍼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박지은은 지난해 골프닷컴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여성 골퍼’에서 8위에 올랐다. 강수연 역시 ‘필드의 패션모델’로 불리며 빼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외모도 실력이다
2002년 3월 LPGA 투어 커미셔너로 일하던 타이 보타우는 178명의 투어 선수 전원을 불러 모아 세미나를 열었다. 보타우는 LPGA 활성화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가 특히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외모’였다. 단지 성적 어필만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 깔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옷차림을 요구한 것이다. 2005년 LPGA 투어를 떠난 보타우가 요즘 선수들을 보면 매우 뿌듯해할지 모른다. 하지만 LPGA가 외모도 경쟁력임을 자각한 것이 보타우만의 공은 아니다.
1950년 설립된 LPGA 투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여성 스포츠 단체다.
그러나 투어 무대에서 오늘날과 같이 개성 넘치는 의상들이 선보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60, 70년대까지만 해도 흰색 셔츠에 무릎까지 덮는 흰색 혹은 검정 치마나 반바지가 대세였다. 이 흐름을 바꾼 선수가 74년 데뷔한 호주의 잰 스티븐슨이었다. 스티븐슨은 금발을 휘날리며 당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의상으로 투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신인상까지 받아 외모와 실력 양면에서 재능을 뽐냈다.
당시 LPGA는 스티븐슨을 투어 공식 매거진 표지에 싣는 등 그녀의 글래머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 활용했다.
그 후 80년대에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밀짚모자를 선보인 1m80㎝의 장신 스타 미셸 맥건(미국·38)이 스티븐슨의 계보를 이었다. 빨간 모자와 셔츠, 치마 차림으로 79년 11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를 장식한 낸시 로페즈는 98년 자신의 이름을 건 골프 의류 회사를 차렸다.
패션은 돈이다
크리머와 걸비스는 아디다스, 크리스티 커(미국·30)는 라코스테, 그리고 모건 프레셀(미국·19)은 폴로 의상을 입는다. ‘잘나가는’ 골퍼들은 걸어다니는 광고판이다. 스폰서들은 그들과 거액의 계약을 하고 귀하게 모신다. 옷 한 벌에도 심혈을 기울여 선수들의 취향에 맞추려 한다. 테일러메이드-아디다스 골프의 국제 의류 담당 이사인 패트리샤 데이헌은 이 회사의 주요 선수인 크리머와 걸비스가 디자인에 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준다고 한다. 나이키 골프의 성모은 과장은 “한 의류 라인이 나오기 1년 전부터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진행한다.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는 선수”라고 말했다.
반면 박세리는 뉴욕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한 언니 박유리씨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다. 박세리는 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 때 자신의 이니셜을 딴 ‘S’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썼다. LPGA.com과의 인터뷰에서 박세리는 “골프 의류는 디자인과 색상 모두 천편일률적이다. 남자 선수들은 호쾌한 장타로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여자 선수들은 좋은 경기력과 함께 좀 더 화려한 의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여성 골프 의류는 독립적인 패션 아이템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2006년 의류 업체 ‘버디’를 설립한 케이트 서튼은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쳤지만 맘에 드는 골프 옷을 찾지 못해 직접 의상 디자인에 나선 케이스. 보라색과 분홍색 계열의 셔츠와 바지가 주를 이룬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리자’도 골프를 좋아하는 린다 힙이 운영하는 회사다. 힙은 한국의 강지민(28)과 재미교포 제인 박(21), 크리스티나 김(24) 등 6명의 LPGA 선수와 협찬 계약을 했다.
출처 중앙SUNDAY 200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