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히딩크의 카리스마, 김성근의 카리스마,김두한의 카리스마..
난세에는 영웅을 필요로 하고, 드라마틱한 반전에 열광하게 됩니다.
현실의 시름을 덜기 위해, 대리만족이 필요하고, 그 대상으로 극적인 요소를 갖춘 영웅을 만들어 냅니다.
낯가림이 심한 이억만리 타국땅에서 벽안의 외국노인이 이루어낸 영화같은 승리에 국민들은 열광하게 되고,
그 열기가 식을 즈음, 한국야구 20년사에 가장 극적인 명승부를 펼친
야구감독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감동에 온 나라가 취해있던 올 1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도, 21세기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질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과 좌절이 국민들을 더욱 더 스포츠에 몰입하게 하고,
리더쉽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강한 스포츠 지도자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김성근 감독이 있었던 겁니다.
2.
감독의 해임은 시즌 중에도 일어날 수 있고, 계약이 2년이 남았더라도 다 채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올스타전 기간 중에도 해임 당한 이력이 있습니다.
성적부진에 대한 문책과 책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고,
구단과의 불편한 관계 또는 드물게 선수들과의 불협화음으로 중도에 퇴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성근감독의 경우는 구단과의 불편한 관계가 원인입니다.
소수의 지지자들이 반발하더라도 밀어붙였을 때 큰 하자가 없는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드린 사회 분위기와 팬들의 정서, 언론이 찾고있는 영웅 띄우기 등의 현 시점의 제반 변수를 제대로 감안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1차적인 구단의 실수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내년 1년을 더 기다리기에는 김성근식 야구가 너무 싫었던 것입니다.
겉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트윈스가 침몰했을 때, 그 위기를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은 그 당시 김성근 감독 맞습니다.
하지만, 그의 야구로는 기난긴 정규시즌에 팬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는 확신에 찬 결론을 이미 가지고 있었고,
타 구단 퇴출선수 재활구단이 되기에는 명문의식이 강했습니다.
여러모로 작년 위기 탈출은 감사하나, 감독님의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결론이었지요.
시즌이 종료되면 일찌감치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기 위해 준비하다가,
뜻하지 않은 결승진출을 보게 되었고, 지고도 이긴 감독으로 하루아침에 영웅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결국 先수가 惡수였습니다.
감독 해임을 강행해야 했다면, 좀 기다리다가 대선의 열기 한가운데나,
새 대통령 선출 후 연말연시,신년새해를 앞둔 년말로 잡았으면 어떻을까 아쉽습니다(?) - 다들 바쁘고 정신없을 때..
어짜피 둔 악수였다면, 수습과정도 낙제점이었습니다.
팬들의 분노가 예상치를 훨씬 뛰어 넘었을 때, 신속한 대응이 없었 던것이, 팬들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순진한 생각이, 구단의 오만으로 비쳐져서 팬들을 더욱 자극 시킨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불을 끄기 위해서는 불을 질러야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감독해임 후 곧바로 신임감독 발표와 거물급 외국선수 영입의사,미래비젼 제시, 후한 보너스 제시,신임감독에 의한 정상적인 마무리훈련, 동계훈련 준비 등
확신에 찬 모습으로 "잘 하겠습니다, 꼭 한번 믿어주십시오,
여러분이 아끼는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렇게 나왔다면, 김성근지지세력과 신규감독 또는 구단지지세력간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언론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1등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지도록 대응했어야 했다.
어느 정도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던 며칠이 되려 분노한 팬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시간만 만들어 주었다.
구단을 지지하는 팬들에게는 나가야 할 방향 제시가 없는 혼란스런 기간이었다.
지금부터라도 성의있는 태도로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바란다.
3.
토요일의 시위는 강행된다고 한다.
엘지비난 버스를 구단과 만나기 전에 운행에 들어간다 하니, 집회보다는 공격성이 강한 시위가 맞을 것이다.
시위를 주도하는 측에는 다 논의된 얘기일 수 있겠지만 제 짦은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시위의 명분부터 명확하게 하기 바란다.
김성근감독 복귀 인지 구단의 전횡을 바로 잡는 것인지..
그게 그거고 두개가 연결된 것이라 생각하겟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다.
김성근감독 본인이 엘지가 안정되기 바란다, 다시 시켜줘도 내가 안한다, 이럴 상황이면 그들의 명분은 당연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감독 자신이 고사하고, 딴 활동을 하는데, 불매운동 운운하고 경기보이콧 운운하면 김성근골수분자들의 단발 시위로 끝난다.
구단의 전횡을 바로잡자는 목적이라면,
먼저 바라는 바를 내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해라.
감독복귀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말고,우리가 무엇을 바라는지 시간을 가지고 냉정하게 정리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서, 먼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라,
구단이 팬들과의 대화도 무시한다면, 차근 차근 구단 타도의 당위성은 높아질 것이다.
구단 비난버스 먼저 운행하고 구단 비난 피켓드는 게 우선이 아니다.
김성근팬클럽이 주체가 되어 감독복귀요구, 차선으로는 구단책임자의 공식 사과 등을 전면에서 요구하고,(없으면 하나 만들어서)
공식서포터즈는 구단과의 대화와 원만한 수습을 중재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다수의 팬들과 이 사태를 보는 일반인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다.
정 구단이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공식서포터즈인 우리마저 등을 돌리겠다 한다면 좀 더 구단을 옭아 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지금의 공식서포터즈는 엘지트윈스 서포터즈가 아닌 김성근서포터즈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팬들이 분노해도 서포터즈가 그래도 우리가 응원하는 구단인데 정확한 상황파악 먼저 하자, 구단의 변명이라도 먼저 들어보자,
구단은 멋대로 만행을 저질렀지만, 팬들은 냉철하게 우리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관철 시키자.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냄비근성을 타파하겠다는 오기와 강박관념에서 주도자들이 일을 시작해서는 안된다.
대다수 침묵하는 팬들을 움직이는 것은 그들의 각오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론은 냄비일 수밖에 없다, 살아 움직인다, 여인네들 처럼 수시로 변할 수 있다.
구단이든, 나와 다른 의견의 팬들을 모두 적으로 몰지 말기 바란다.
구단의 전횡을 바로잡고 팬들의 권리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인 시도라면
그 시작이 끝을 보는 전쟁이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규정해서도 안된다.
내 모가지가 달려있고 내 가족의 밥줄이 달려있는 근로자들의 파업과 시위도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지는 안는다.
그것은 서로가 공멸할 때의 마지막 수순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화를 지속하며 서로가 명분을 쌓고자 탐색하는지 아는가.
구단과 팬은 물론 고용관계가 아니다.
그러기에 더욱 더 대화를 먼저 시도하는 노력을 주도자들이 보여줬으면 좋겠다.
우리 카페는 본질은 다 아시다시피 온라인이다.
그러기에 오프라인 집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없다.
일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회원 각자가 자기 중심을 가지고 판단하시기 바란다.
한가지 주지하셔야 할 부분은
우리 카페는 www.lgtwins.com 처럼 구단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도,
김성근감독복귀서명카페도 아니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처럼 팬들의 비난으로 운영자가 방치해 두는 게시판이 아니다.
아직까지 엘지트윈스 팬 카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일정시점이 되면 김성근감독 복귀에 관한 부분과 과격한 선동부분은
운영자로서 정리해 나가겠다.
(두서 없이 긴 글을 쓰느라 존대말로 쓰지 못한 점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