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호랑이 문화산책

<STYLE>P{margin-top:2px;margin-bottom:2px;}</STYLE> Food & Life : 먹꺼리와 생활에 대한 정보마당   제목 :   냉면에는 왜 계란 반쪽을 줄까? 이름 :   깐순이 게시일 :   2005-03-07 3월4일날, 동창사무실에 칭구덜이 바글바글했었습니다. W,H,K,P,B,R,J,L,K 이렇게 아홉입니다. 점심때가 다되어서 'J'가 날도 더운데, 시원한 '냉면'이나 한사발씩 때리자며 근처에 냉면 잘하는집 있냐구 물어봅니다. 잘하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서두..... 일전에 sbs에도 소개된적이 있는, 30년이 넘게 막국수와 냉면을 하는 전통이 오래된 집이 하나 있어 그리로 가자구 했습니다. 동창칭구덜이 "그 집 맛있냐" 재차 물어봅니다. 난 거기서 한번도 안먹어 봤지만 그냥 "맛있다"구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왜냐구요? 냉면만큼 만들기 쉽구 단순한 음식이 없지만, 반면에 냉면만큼 각 개인의 미각과 취향과 기호가 까다로운 음식이 없기때문입니다. 어차피 냉면이란눔은 아무리 잘하는 집을 데려다 놔도 맛있다 맛없다가 극명하게 갈리니까요.... 어느 집단이나 음식점에 여럿이 가면 이런 사람덜 꼭 있습니다. "이 음식은 이리저리 어데로 가면 죽이게 맛있게 하는데..." "야 내가 이거 지방가서 먹어봤는데 거긴 이렇게 하더라..." "어휴 이집은 이게 틀렸어..." "다음에 어디어디로 이거 먹으러 한반 가자" 제 경험으론, 이런 경향이 냉면만큼 첨예하게 대립의 날을 세우는것도 드물기에 냉면집은 소개해봐야 본전 건지기도 어렵거든요... 좌우간 우리는 냉면을 시켰습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습니다. 냉면보다는 막국수를 전문으로 하는집이어서 그런지 제가 먹기에도 그리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저의 냉면 취향은 '평양냉면'쪽입니다. 예전엔 함흥식인 '전철우의 고향냉면'집의 얕고 알싸한 시원한 맛이 좋았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구수하고 거친 평양식의 '김용의 모란각'냉면맛이 좋아집니다. 물론 냉면에는 여러가지식이 있습니다. 함흥,평양식은 물론이고 인천식,진주식등등... 하지만 냉면하면 역시 함흥식과 평양식이 양대산맥이지요. 이남쪽에는 원래 냉면이라는 음식이 없었지요. 피란때,이북사람덜이 항구인 인천으로 넘어와 냉면집을 시작한것이 그 시작이라구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 극장에서 활동사진보고나면 으레 냉면 먹는게 수학공식이었대나봐요 자장면을 비롯한 청요리두 개항이 된 인천에 중국애덜이 하인천인 북성동,신포동에 맨처음 정착해서 팔던것이 전국으로 퍼져 나간거라두만요..... (인하대 신태범교수의 인천이야기中에서) 평양냉면은 주원료가 메밀이어서 면발이 질기지가 않고 구수하고 거친반면에, 함흥냉면은 주원료가 감자나 옥수수여서 끈기가 없는 관계로 녹말가루를 배합하여 반죽하기 때문에 면발이 가늘고 쫀득하며 얕은맛이 납니다. 또 평양식은 소 ,돼지, 꿩등을 삶은물로 육수를 만들어 동치미 국물을 가미하여 물냉면으로 먹어야 제맛인 반면에 함흥식은 홍어나 참가자미를 삭혀서 매콤한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래서 흔히들 평양냉면은 물냉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으로 생각들 하지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공통점은 딱 하나 있습니다. 어느것이든, 면발 길다구 금속성가위로 자르는 순간, 냉면의 맛이 "꽝"됩니다. 힘드시더라두 이빨로 끊어드세요. 라면도 마찬가집니다. 끓을때 잘풀리라구 쇠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라면맛 절반은 달아나지요 한 5~6년전에 교회후배 집에으로 구역예배를 보러 간적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후배의 아버지는 평양분이셨고 어머니는 함흥이 고향이신 실향민이셨습니다. 그날,저녁에 교인들에게 냉면을 내놓으셨는데, 반은 물냉면이었고 반은 비빔냉면이었습니다. 그 두분이 냉면을 앞에 두고 싸우시는데... "비빔냉면이 냉면야? 그런걸 뭐하러 먹어..." "아이구 뭐한다구 냉면을 물에 만대요?" 두분 싸우시는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감정은 애덜 장난입디다. 그런데,냉면이 사실은 추울때 먹는 겨울음식이라면 이해가 가세요? 동국세시기인가 하는 옛문헌에 나온다는데 저는 그 책을 안 읽어봐서 잘은 모르지만, 옛날에 이북으로 귀양간 양반덜이 산이 많은 북쪽의 특성상 많이 재배되는 메밀이나 감자,옥수수로 아주차게해서 먹거나(이한치한) 아주 맵게 먹어서(이열치열) 북쪽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던 음식이라네요... 그때 귀양 가신 분덜은 여름에는 면을 뜨거운 장국에 말아 온면으로 드시면서 더위도 이겨냈다고 하니 지금하고는 반대지요? 거~참...음식은 알면 알수록 헷갈린다니까요. 그래서 음식에 '원래'란말은 잘 안통합니다. 먹는것만큼 원초적이고 감각적인것이 없으니까요...!! 하여간 냉면 많이 드시면 참 좋아요. 냉면속의 "루틴"이란 성분이 소화를 돕지요 또 비만 분해효소인'리파아제'등등 여러 영양소가 비만,변비등을 잡아줍니다. 냉면 다이어트도 있다지요.. 단,요즘처럼 메밀이 비싸다구 보리를 태워넣는다던가, 칡냉면 만든다구 싸구려 숯가루를 배합한것을 자주 드시면 문제가 약간 다르지만요.... 칡냉면 얘기를 하다보니 제작년에 용현이가 경영하던 "냉면이 참 맛 있는집'에서 칡냉면시켜 놓고 주방장인 용현이 형(문용면,18회)과 비빔장때문에 말씨름하던 생각이 납니다. "왜 냉면에 비빔장을 무조건 얹어서 주나요?" "냉면은 비빔장맛으로 먹는거야..." "전 순수한 면발맛으로 먹는데요?" "칡냉면은 원래 그런거야...." 제가 한방에 KO패 했는데 그말이 맞는지 어쩐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또 이런 의문도 생깁니다. 그럼 메밀을 주원료로 한 평양냉면과 역시 또 메밀이 주원료인 막국수는 뭐가 틀린가 하는점 말입니다. 말그대로 막국수는 '막' 만든 국수다 생각하시면 딱 맞습니다. 냉면은 메밀을 잘 정제해서 뽑는것이고 막국수는 면발이 거칠고 투박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고명도 냉면에는 편육,배,오이채가 들어가지만 막국수는 동치미조각이 다입니다. 냉면이 고기육수인 반면에 막국수는 동치미 국물이구요. 안그렇다구요? 그러게 제가 음식에 원래란 없다구 했잖아요. 옛날엔 그랬다는거에요. 요즘이야 고명도 육수도 다 그눔이 그눔이구 하다못해 함흥식도 육수에 말아주니까요.... 하여간 우리의 막국수가 고려때 한 고승이 일본으로 메밀을 전수해줘 그넘들이 '소바'라고 자기네 고유 음식인양 잘팔아먹고 있어요 얘기가 또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좌우간 우리 동창덜... 제가 냉면집 두루두루 알아 놓았다가, 사무실 오시면 냉면 대접해 드릴께요. 냉면 먹고 냉면처럼 길고, 질기고, 담백하고, 얼큰하고, 달콤하고, 새큼하고, 시원하고, 알싸하게 우리 친구들 관계를 잘 꾸며나가자구요... 아셨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문제 들어갑니다. 냉면 시키면, 꼭 계란 반쪽이 맨위에 올라와 있잖아요? 계란 하나나 반쪽이나 가격차이가 을매나 난다구... 기왕 넣어주는거 하나 다 넣어주지... 이거 도대체 계란 반쪽은 왜 넣어주나요? ㉠ 거무틱틱한 냉면위에 계란 노른자위가 미관상 보기 좋으라구 넣 는다.왜 불만이냐? 앞으로 넌 절대 안넣어준다 ㉡ 메밀이나 감자가 위벽을 훓기 때문에 위를 보호하라구 넣는다. 싫으면 안먹으면 되지 짜식이 사사건건 시비냐? ㉢ 계란 한개 다 넣으면 그거 먹고 냉면먹을 식욕이 떨어져 냉면이 맛이 있네 없네 하는꼴이 드러워 반만 넣어준다. 하지만 넌 대식가니깐 앞으론 꼭 두개씩 넣어줄께.. ㉣ 냉면과 영양균형을 맞추려고 넣는다.냉면먹고 금방 배가 꺼지면 담부턴 냉면 안먹으려 들꺼 아냐? 거 참 드럽게 말많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