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멕베인
1950년대, 2차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1차대전 후의 공황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도성장을 시작합니다.
처음 소개는 당연히 까뜨린느 아를레, 보와로와 나르스잭, 패트리사 하이스미스로 시작되어야 하지만 이들 작품은 저번에 "이 책 한 번 읽어 보세요" 에서 간략히 소개했으므로 맥베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하드보일드의 출현으로 리얼리티가 강화되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범죄의 수사는 범죄수사를 전공으로 하는 프로에게 맞겨야 되겠죠? 경찰이 범죄수사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는 경찰소설이 등장합니다. 물론 할아버지 작품인 월장석에서 커프 형사부장이 있고, 크리스티의 버틀총경, 크로프츠의 프렌치 경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혼자서 활약하죠. 그러나 현실에서 대부분의 경우는 경찰들이 힘을 합쳐서 범인을 찾죠.
본명이 에반 헌트인 에드 맥베인은 1956년 [경관혐오자]로 데뷔합니다. 그 전까지는 한 명의 탐정이 조수의 힘을 빌려 범인을 찾는데 반해 - 조수는 대개 평범한 독자를 희롱하기 위해 만든 범인을 찾는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입니다만 - 처음으로 팀을 통한 사건해결을 시도합니다. 경찰은 그렇게 범인을 찾는다고 합니다. "가공의 도시, 가공의 인물이지만 경찰의 일과와 수사방법은 사실이다" 리얼리티가 한 단계 더 올라갔습니다.
이탈리아계인 스티이브 카레라[경관혐오자], [살의의 쐐기, 1959], [10+1, 1963], 흑인 아아서 브라운[찢겨진 사진, 1969], 코튼 호우즈[레이디 킬러, 1969], 마이어 마이어 등 뉴욕 경찰서 87분서의 2-3급 형사들은 힘을 합쳐 범인을 찾습니다. 이들은 아내와 자식이 있는, 야간근무를 할 때 가족생각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싸구려 아파트에 처박혀 밤낮으로 집을 비우는 남편에게 싫증났어요. 이혼도 해 주지 않으니 죽일 수 밖에요" [경관혐오자]에서 남편 및 범인을 찾기 어렵게 하기 위해 남편의 동료를 죽이는 - 크리스티가 ABC살인사건에서 써먹은 수법 - 경관부인의 말입니다.
카레라의 아내 테디는 농아입니다. 독순술 - 도르리 레인이 잘 하죠 - 로 말을 알아듣습니다. 카레라는 동료 형사를 집으로 초대해 범인에 대한 의견을 듣습니다. - 수사반장 콜롬보는 아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아내가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아아서 브라운은 일을 하는 동안에도 딸 코니가 잘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단지 직업이 경찰관이기에 주어진 경찰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봉급을 받아 아내와 지식을 먹여 살리죠.
범죄의 수사, 경찰의 생활에서만 리얼리티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도끼, 1964]에서는 아파트에 불 쏘시개를 납품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동료를 도끼로 살해합니다. 큰 유산이 걸린 곳에서만 살인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죠.
최근 맥베인의 작품이 새롭게 번역되고 있습니다. 1926년 생이니 70이 넘었는데 80년대 쓴 작품이 번역되어 있더군요.
24. 이언 플레밍 1908-1964
1950년대의 특징중의 하나라면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번성입니다. 이제는 추리소설작가도 책을 팔아서 돈을 벌기보다는 영화제작에 신경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런 류의 대표적 작가가 007 제임스 본드를 만든 이언 플레밍입니다.
영국과 독일,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고 1929-1933년 소련에서 특파원을 합니다. 당시 소련은 NEP(New Economic Policy)를 채택하여 거대한 집단농장이 만들어집니다. 평균경지규모 7,000ha(1ha는 100m*100m인데 학교운동장 보다 조금 넓습니다. 미국은 농사를 크게 짓는다고 하지만 평균 180ha 우리나라는 1.3ha에 불과합니다)의 국영농장이 만들어지고 냉전은 시작됩니다.
플레밍은 2차 대전중 영국 해군 정보부에서 높은 직을 수행합니다. 이러니 추리소설, 특히 스파이 소설을 쓸 수 있는 분위기는 잡았죠. 1953년 [카지노 로오렬Casino Royale]이 출간됩니다. 우리의 자랑스런 제임스 본드의 등장입니다. 노름도 잘하고, 여자도 잘 사귀는 플레이 보이, 돈도 잘 씁니다. 부럽죠? 이 책 이후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12권이 나옵니다. 신무기에 종횡무진 활약하고 무엇보다도 본드 걸을 등장시켜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유명해지죠. 영화는 무려 17인가 18까지 계속 됩니다. 4편 이후는 거의 제목만 따 왔어요. 사실 소설로서의 007은 읽기가 조금 지겹습니다. 소설에서는 종횡무진한 활약보다는 위기에서 냉정 침착함이 돋보이죠.
1957년 냉전을 무대로 한 [애인과 함께 소련에서 오다]가 영화화 됩니다. 이스탄불의 하수도가 잘 보여집니다. 다음에 [닥터 노우]가 자마이카를 무대로, 그 다음에 [골드 핑거], 1961년 [선드볼]이 영화화 됩니다. 주인공은 숀 코네리. 이 때까지만 하여도 본드 걸은 나옵니다만 영화는 소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닥터 노우에서는 방사선이 있는 물에서 헤엄치는데 방사능을 제거하고 가이거 계수기가 등장합니다. 본드 걸의 수영복은 거의 무릎까지 내려옵니다.
틀림없이 암에 걸려 죽었어야 할 본드는(죤 웨인은 핵실험한 지역에서 징키스칸을 찍었습니다. 그 대의 주연 배우와 감독등 관련자는 후에 모두 암으로 죽었습니다). 죠지 레젠비, 로즈 무어 등을 거치면서 점점 젊어집니다. 위기에서 냉정 침착함은 사라지고 신무기와 더욱 야해진 본드 걸로 화면을 장식합니다.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죠? 이젠 남은 거라곤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 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피어스 브로스난이 007을 맡은 이후의 작품에서는 인간이 등장하는 것 같더군요.
이 현대의 영웅은 당연히 수 많은 아류를 만들어냅니다. 말코 링게는 나은 편에 속하지만 말도 안되는 만화보다도 못한 작품들이 쏟아집니다. 추리는 사라지고 선정적인 내용과 말도 안되는 액션이 판을 치게 되죠. 스파이의 리얼리티는 죤 르 까레를 기다려야 합니다.
25. 로버트 블록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을 읽어보면 미친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모두가 미친 사람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딘 쿤츠나 스티븐 킹 뿐 아니라 새로 나오는 작가들도 다들 미친 사람 한 명씩을 끌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은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하니발]도 1999년 9월 현재 미국의 픽션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추리의 논리보다는 어떻게 죽이는게 더 비참하게 죽일까를 연구하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 독서불가용 작품이 범람하고 있죠. 뛰어난 추리소설 가운데서도 정신병자나 정신과 의사가 주인공인 작품이 많습니다. 요즘 작품은 엉성하지만 시드니 셀든의 [벌거벗은 얼굴]은 이런 유형의 뛰어난 작품입니다. 영화로서는 옛날에 나온 영화이지만 {드레스드 투 킬}, {라이징 케인} 등이 볼만합니다.
이런 미치광이 작품의 원조는 역시 로버트 블록의 [미친 놈(사이코)]이겠지요. 1917년 시카고 출신의 블록은 17살 때부터 돈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작가를 소개할 때는 첫 작품을 위주로 순서를 정해 소개했는데 이 사람은 돈되는 온갓 작품, SF, 미스테리, 연애소설 특히 이상심리자(사이코보다 표현이 좀 나아요?)를 표현한 작품을 주로 썼기 때문에 1958년 [살인 배우; shooting star], 1959년의 이 작품을 기준 년도로 했어요.
히치콕이 명배우 안소니 퍼킨스의 장래를 망쳐놓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안소니 퍼킨스 하면 사이코 모텔의 주인인 노먼 베이츠가 생각나지요? 너무 그러다 보니 다른 작품에서 안소니가 할 연기가 없어지거든요) 유명한 사이코는 히치콕의 숭배자(한 두 명 이어야죠, 워낙 많으니 그렇지만) 구스 반 산트가 똑 같이 만들었대요. 대부분이 젊은 사람인 회원 여러분께서는 한번 보세요. 옛날 작품을 보아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