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에 앞서
여기에 왜 Jazz Festival에 관한 얘기를 올리느냐에 대한 변명으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최근 몇년간 우리나라에서 재즈 공연 문화는 발전하고 있습니다. 비판의 여지는 적지 않지만, 상업적 성공 자체만으로 록씬과 록공연에서 배울점이 있을 듯 합니다.
둘째, 뮤지션들의 영향력 측면입니다. 이번 출연진인 알디미올라와 마커스 밀러는 재즈 뮤지션보다 록 뮤지션에 더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친 뮤지션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그런 것 같네요. 그리고 후기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 JVC Jazz Festival의 '블랙 뮤직'으로서의 성격입니다. 사실, 록음악에 대한 흑인 전통음악의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더 나아가 생각하자면 음악간의 크로스 오버로서 성격도 있겠네요. JVC Jazz Festival의 주류인 퓨전 자체가 록음악과의 크로스 오버에서 시작된 음악이니까요.
2004 JVC Jazz Festival Seoul 포스터
시작 전
세종 문화회관은 개조 후 처음 찾은 것 같습니다. 좋아졌더군요. 입구의 비디오 아트도 그렇고 좌석마다 배치된 소형 모니터도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전히 3층 끝은 너무나 멀었지만(하핫,,,초반부터 자리 자랑을 위한 선작업 진행). 공연장 무대 스크린엔 Newport 야외에서 시원한 연주 장면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테렌스 블랜차드가 우선 보였고(공연 취소 때문에 꼬인 그다지 좋지 못한 기억이), 스탠리 클락이 연주하는 장면이 상영되었습니다. 그 공연도 비가 내렸지만 사람들은 우산을 들고 춤을 추며 즐기고 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이틀 째 공연이 취소된 자라섬 재즈 페스티발이 생각났는데, 물론, 스크린에 보이는 뉴포트는 비가 조금만 내리더군요.
아무튼 판테라 공연 당시 유난히 콩클리시 발음을 선보였던 성우진씨와 다르게 엄청나게 혀를 굴리는 여성분의 목소리가 반갑게 들렸습니다. 제이뷔씨~ 재~~~즈 페스티바르~~ 2004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뮤지션의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에는 JVC의 상업광고가 삽입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유로 2004를 후원하는 JVC의 광고가 사용되었었죠. 충분히 예상되던데로 공연장은 거의 만땅이었습니다. 그래도, 공연 직전에도 현매로 표를 구할 수 있긴 했습니다.
김광민 - 섬세한 서정성을 선보인 오프닝

김광민
작년에 나윤선이 그랬듯이 오프닝은 한국 뮤지션인 김광민이었습니다. 수요예술무대를 통해 다양한 예술적 대중음악을 소개한 공로는 충분히 평가되야합니다. 버클리의 우수졸업생이며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의 수석 졸업, 동덕예술대학 학장과 서울대 음대 출강의 경력에서 보듯이 이론적으로 완성된 뮤지션이며 4장의 잘 다듬어진 음반을 통해 연주자와 뮤지션으로서의 이력도 결코 과소 평가 받을 뮤지션이 아닌 듯 하네요.
앨범을 들어봤을 때, 김광민의 음악은 클래식, 재즈, 팝, 뉴에이지 등의 영역에 고르게 걸쳐있으며 서정성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왠지 키스 자렛이 연상되었습니다. 밴드 멤버는 피아노-섹스폰-드럼(비브라폰)-베이스로 구성된 Quartet이었습니다. 드러머는 레이니선 드러머를 연상시키는 턱수염이 붙은 백인 드러머였습니다.
첫곡은 그런 면에서 약간 의외의 선택이었습니다. 드럼은 브러시가 아닌 스틱으로 심볼을 두들기는 형태였고 변화무쌍한 스케일과 리듬을 통해 긴장감을 연출하는 곡이었습니다. 그래도, 공연 전반의 느낌은 그래도 귀에 붙는 멜로디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선율의 흐름 이상으로 피아노와 어우러진 섹스폰, 비브라폰과의 하모니 그리고 심볼의 필인을 통한 긴장감의 표출이 걍 단정하고 귀에 붙는 정갈한 음악이 아닌 은근히 exciting한 음악으로 만드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공연 중간에 '제목이 좀 특이합니다. 이혼이죠' 뭐 이런 멘트로 웃기더군요. 이현우와의 썰렁 브라더즈로서의 버디 플레이를 특화시켜 웃길 수 있다는게 한 번 웃기기 위해 각종 복선과 잔머리를 동원하는 저로서는 상당히 부럽더군요.;;; 그래도 김광민은 실제 연주 순간만큼은 상당히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간에 '퍽'하는 음향사고와 '삐' 거리는 노이즈가 전체 공연을 통해 들렸던게 옥의 티인 것 같네요. '삐'거리는 노이즈는 다른 공연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자신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라는 솔로 피아노곡으로 김광민의 공연은 끝을 맺었습니다. 김광민의 음악은 잔잔한 흐름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음악은 눈을 감고 섬세한 맛을 음미한다면 더 진한 굴곡과 긴장, 역동성을 느낄 수 있죠. 공연의 오프닝 그리고 유일한 한국 뮤지션의 공연으로 손색이 없는 연주였습니다.
김광민 (Piano)
전성식 (Bass)
손성재 (Saxphone)
Chris Varga (Drums)
Setlist
1. Wave
2. rainy day
3. 이혼
4. 설레임
5.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Dianne Reeves - 그녀의 음악은 Vocal, 흑인 여성 Vocal.

Dianne Reeves
김광민의 공연이 끝나고 10여명의 테크니션들이 일사분란하게 세팅을 교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럼 키트는 바뀌로 굴려 설치했구요. 그다지 땡기지 않는 갈색톤의 앨범 커버로 된 그녀의 베스트 앨범을 들어보면 노라 존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팝적인 느낌입니다. 조지 벤슨처럼 Jazz라기 보다는 R&B적인 유연함이 느껴지는 그런 보컬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이었죠.
우선, 백인 피아니스트와 흑인 베이스, 드럼이 먼저 나와서 시작했습니다. 베이스는 아스날과 프랑스의 킹 앙리를 닮은 뒤통수가 귀여운 연주자였구요, 드럼은 레게파마에 눈섭 피어싱을 한 조금은 겁나게 생긴 뮤지션이었습니다. 두명 다 흑인의 감각이라 할 부분에서 뛰어난 연주자였습니다.
드럼은 많은 흑인 재즈 드러머들이 그렇듯이 상당히 작고 간촐한 세팅이었고 솔로를 연주하거나 리듬을 칠 때 모두 늘 웃으면서 즐기면서 하는 것 같았지만 창의적이면서도 그루브한 리듬감을 연출했습니다. 다른 음악 전반적으로도 그렇지만 백인 드러머들이 연출할 수 없는 흑인 드러머들만의 영역이 있는 것 같아요.
흰 남방에 검정색 치마 흑인 특유의 위로 올린 머리와 옥색의 두꺼운 목걸이를 한 다이앤 리브스가 등장했습니다. 앨범 커버에 속은 적이 워낙 많아서리-특히 실명을 거론할 수 없는 K모 하피스트-상당히 거구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만큼은 크지 않은 체구였습니다. 제 취향이 바뀐건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Black is Beauty..
무대는 꽃다발과 와인잔으로 이쁘게 장식되었습니다. 다이앤 리브스는 앨범을 통해서는 음색이 선명한고 멜로디 소화력이 좋다는게 먼저 들어왔지만 실황에서는 기본적으로 성량이 상당했습니다. 일부러 보컬 볼륨을 조절하기 위해 마이크를 입에서 상당히 멀리 놓더군요. 그리고 필요한 볼륨에 따라 마이크의 위치를 섬세하게 조정했습니다. 대가들의 면모는 항상 이런게 있는 듯 합니다. 여유로운 듯 하면서도 치밀함이 숨겨진.
밴드의 모든 뮤지션들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유지했습니다. '즐김'이라는 것은 흑인 음악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다이앤 리브스의 공연은 화려한 보컬의 매력이 워낙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밴드의 하모니 자체도 상당한 수준이었죠. 마법 같은 스캣을 선보이는 중에는 허공을 가르는 현란한 왼손가락의 움직임이 있었죠. 60년대 이후의 대중음악에서 시각적인 요소는 음악적인 영감의 흐름을 표현할 때가 있는데 스캣을 하는 중의 왼손의 놀림도 어떻게 보면 이런 쪽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좋은 밤입니다'하면서 다음 곡을 이어갔습니다. 퍼커션 사이로 아프리카 민속음악을 스캣으로 내뿜다가 자연스럽게 관중의 호응을 연출하는 장면은 다이앤 리브스 뿐만 아니라 이날 공연을 통해 하일라이트라할만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토속성은 원초적인 비트 속에 숨겨진 희노애락과 더불어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한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관중의 호응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도 흑인 보컬에게서 멜로디와 리듬감은 작곡된 것을 해석하는게 아니라 순간의 영감에 따라 새롭게 확장되고 창조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또, 선창-후렴의 구조, 토속적 비트, 한명과 청중 사이의 소통 등...대중음악을 정의한 코드들이 어쩌면 흑인 부족사회의 문화에서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선보이는 골반의 독특한 움직임 역시 엘비스의 그것과 유사했구요.
올무식을 보면 노라 존스나 다이앤 리브스나 재즈라고 정의하기 이전에 그냥 Vocal로 정의합니다. 처음에는 짜식들 비겁하게도 적어놨네하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보컬이라는 것도 보컬리스트의 역량만 충분하다면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도 충분할 듯 합니다. 공연의 레파토리는 R&B적 성향의 흑인팝, 아프리칸, 보사노바등 다양했지만 레파토리보다 다이앤 리브스가 불어넣는 해석이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이앤 리브스의 퍼포먼스는 실제 음반에서 느끼는 것만큼 팝적인 단순선명함과는 거리가 있는 듯 하고 보컬의 역량에 기대어 훨씬 자유분방한 음악을 합니다. 그러기에 그녀의 음악은 걍 보컬 더 구체적이라면 흑인 여성 보컬이라도 해도 충분할 듯 하네요. 득음의 경지에 이른 보컬은 남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음의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이를 확인했죠. 역시 다이앤리브스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ㅎㅎ.
아무튼 전, 베토벤이 기타를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렀다면 전 탁월한 보컬을 큰 오케스트라라고 부르고 싶습니다(건방진 김기범). 사실, 오케스트라보다 다양한 느낌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가 사람의 목청이 아닐까 생각입니다.
Dianne Reeves (Vocals)
Peter Heinz Martin (Piano)
Reuben Renwick Rogers (Bass)
Gregory Melvin Hutchinson (Drums)
Setlist
1. Bird alone
2. Green Chimneys
3. P’yong Hwa (Just for Korean Audience)
4. I’ll be home for Christmas
5. Blue Prelude
6. That’s all
7. Nine
8. Obsession
Al Di Meola - 희대의 기타영웅이 들려준 라틴 심포니
첫댓글 Dianne Reeves까지 --; 아 올해는 더 멋져 졌는걸요?
드럼주위의 투명한플라스틱은 서로의 모니터 음량을 조절하기 위함이었을듯...쌩으로 너무 크게 들리기때문에 차단하고 엔지니어가 정교하게 보내주는 모니터스피커에서의 밸런스를 위해서...필자님의 필체나 특히 시선이 좋네요. 글 즐겨읽겠습니다.
초대권 있었는데...사정이 있었서 못갔었어요. 으으 후회된다....쉬쉬식~~~~
셋리스트 추가시켰이유.
피크 받으신 분이셨군요. 부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