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여름
우리 집 전래동요!
오래전 우리 일곱 남매가 줄줄이 속은 사건이 있었다.
그냥 다섯 번씩만 속았다 해도 7x5=35니까 서른다섯 번을 속은 사건.
그때마다 우리는 ‘전래동요’를 불렀으며 또 음악에 신동(?)여덟 살짜리가 작사 작곡해서 대 히트를 친‘구전동요’도 불렀다.
그날도 내 아래로 올망졸망한 네 명의 동생 중에 하나를 바라보며 우리는 ‘전래동요’를 합창하고 있었다.
“앞니 빠진 시앙쥐 우물가에 가지마라 붕어 ㅇ ㅇ 놀란다.
앞니 빠진 갈가지 시암저태 가지마라 붕어 ㅇ ㅇ 놀린다.”
(ㅇ ㅇ은 갓 낳은 짐승의 어린 것이라는 말인데 게시판에 사용할 수 없는 글이라서 ㅇ으로 표 했슴)
나무를 갉아대는 생쥐가 앞니가 빠져가지고 샘 곁에 가면 그 모습을 보고 붕어도 놀라고 웃으니 널 보면 꼭 그렇겠다는‘놀림노래’다.
세상에는 양지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른 동생도 이를 빼는 날이 왔다.
엄마는 먼저 어느 치아가 흔들리는지 알아보려고 느릿한 노래를 불렀다.
이름 하여 ‘이빨타령’
“어디보자 어디치가 흔들리냐~야금야금 씹는다고 아금니냐~ 대문처럼 지킨다고 대문니냐~ 송곳처럼 뾰쭉해서 송곳니냐........”
타령이 끝날 때 쯤 동생은 흔들리는 이빨(치아)을 알려주었다.
“응~ 이짝 대문저태 이 빠알~”
그리고 엄마의 집게손이 대문 곁으로 다가가자 겁에 질려 물러서며 ‘암’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지만 평소에 비교적 다정다감하지도 않던 우리 옴마가 어깨를 토닥토닥 만져주며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응~ 말야 시방 안 빼고~그냥 얼매나 흔들링가 만져만 볼랑게 알았지?”
그 말에 의심 반 안심 반으로“옴마 정~말 만져만 봐야 혀~”하고 조심스럽게 ‘아~’하고 벌려주자 그 순간 엄마의 집게손가락은 마치 옥수수 알 따내듯이 ‘툭’ 따내자 한 알에 옥수수가 바닥을 ‘또르르~’ 굴렀다.
그렇게 이를 빼고 나면 누런 솜이불 귀퉁이에서 뽑은 솜을 물려주고 그때부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전래동요를 신나게 불렀다.
“이빨 빠진 도장구 시암저태 가지마라........ ”
그 후에도 엄마의 이 뽑기는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이와 문고리에 실을 묶고 갑자기 ‘오메~부엌에 고구마 올려놓고 왔는디 고구마 탄다.’하고 뛰쳐나가는 방법에 속은 뒤였다.
이번에는 동생이 문고리에는 묶지 말라고 사정을 하고 우리얼굴들은 찡그림이 되었다.
치아에 실을 묶던 엄마가‘됐다~다 묶었다’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동생의 이마를 ‘탁’ 치자 동생은 왜 때리는지를 몰라 눈이 똥그래지고 이유 없이 얻어맞은 것이 억울한 듯 울음을 터뜨리는데 엄마 손에는 옥수수 한 알이 데 롱 데 롱.....
엄마의 ‘이마치기’에 당했고 우리는 또 전래동요를 불렀다.
"깍깍 까치야 헌 이빨 줄게 새 이빨 다오 x2”
그 동요를 마치면 헌 이빨은 지붕으로 휙 날아갔다.
그렇게 엄마의 계산된 수법에 속자 우리들은 이빨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숨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송곳은 감춰도 드러난다고 엄마의 구강검사에 걸리고 말았다.
나는 덧니가나서“오~메 오메 이걸 어쩐다냐~ 이놈 봐라 아이구.....”
놀란 엄마의 손에 몇 대 얻어맞고 장기간 치료방법에 따라 혀로 이를 밀어내는 버릇이 생겼고 여동생은 엄마의 무섭게 빠른 리듬에 맞춘 ‘휘 모리’타령을 들었다.
“어디 보잣 어금니가 그러냐? 송곳니가 그러냐? 썩을 것. 대문 옆에 이빨이 그려~ 어쩌~
빨리 입벌려봐라 이xx....”
동생은 이를 빼려는 엄마에게 절대로 입을 벌려주지 앉았지만 엄만 또 다른 방법이 동원되었다.
엄마는 동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나에게 ‘이~’한번 해보라고해서 ‘이~’를 해주었더니 손가락을 내 이빨에 살짝 대었다가 떼더니“자 봤지? 이렇게 얼매나 흔들리는가 보기만 헐게 알았지”하고 안심을 시켜주자 동생은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주었다.
그 순간 엄마의 손끝이 이에 닿았나싶었는데 동생이 ‘억!’ 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벌써 사건은 끝이나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 ‘숏 트랙’ 우승자 ‘발 끝 밀어 넣기’전법처럼 밀어 넣기 한 판으로 끝내버렸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동생이 갑자기 ‘켁 켁’ 소리와 비명을 지르는데 엄마는 무슨 뜻인지 알고 동생에 입속에 손을 넣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려는 이를 찾으며 ‘야이 xxx야 빨리 뱉어 얼릉’하고 등을 퍽퍽 치자 숨이 넘어가는 동생은 엄마의 손가락을 빼게 하려고 물어버렸고 엄마의 비명도 들렸다.
“아이구 이 썩을 것 봐라 왜 물고xx...."
그리고 이빨이 동생의 ‘큭 크윽~’소리와 함께 또르르 굴러 떨어졌는데 엄마의 밀어 넣기가 너무 센 탓이었다.
그때동생은 이렇게 오선지에 콩나물 대가리를 거꾸로 그려 넣는 높은음에 동요를 작사 작곡 해냈으며 우리는 앞니 빠진 시앙쥐 대신 그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여덟 살짜리가 작곡한 너무나 애처롭고. 급박하고. 재미있고. 비명에 소프라노 톤으로 부르는 웃음이 절로 터지는 훌륭한 가사........
“켁 켁 아이구 옴마야~목구멍으로 이빨 넘어 가네~ 사람 살려~
“큭 크윽 아이구 옴마아~목구멍으로 이빨 넘어 간당게 사람 살려~
사람 살려~나죽네 사람 살려~나죽어~(후렴)”
우리는 후렴으로 부르던 ‘나죽네 사람 살려~’가 너무너무 재미있어 ‘놀림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그 후에도 엄마에게 속아서 수없이 이빨을 까치에게 선사했는데 속은 것이 분통한 듯 자면서 이빨을 ‘뽀드득’ 갈던 동생도 송곳이가 ‘방석니’가 되도록 갈지는 않았다.
밀어 넣기에 당했어도 ‘옹니’ 된 아들딸 없다.
옥수수 따기와 이마치기에 당했어도 ‘뻐드렁니’ 없다.
겹쳐난 ‘덧니’마저 혀로 밀어내는 꾸준한 노력으로 나란히 되어있었다.
다만 세월이 흘러 솟아난 ‘사랑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넘겨주고 어머니는 까치도 찾지 못해 물어가지도 못할 둥그런 지붕 덮어쓰고 먼 산자락에 잠이 드시고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은날오고 어머니 어금니 쇠 이빨을 금이빨로 갈아 드렸을 텐데.......
나는가끔 어머니 생각이나 울컥해지면 동생이 작사 작곡해 비명에 가깝게 부르던 구전동요를 떠올리며 생각을 바꾼다.
“켁 켁 아이구 옴마야~목구멍으로 이빨 넘어 가네~ 사람 살려~
“큭 크윽 아이구 옴마아~목구멍으로 이빨 넘어 간당게 사람 살려~
사람 살려~나죽네 사람 살려~나죽어~(후렴)
1998년 여름에.
옥수수 먹다가